<해비타트 원 Habitat One〉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탄소 중립 시대의 미래 도시 비전을 제안하는 〈해비타트 원〉전이 열리고 있다. 런던 기반의 건축 및 디자인 혁신 그룹 에콜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와 협업해 지속 가능한 도시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해비타트 원 Habitat One〉전
광합성을 통해 공기를 정화하는 알게가 자라나는 ‘트리 원’을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윤선웅
외부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상영 중인 ‘해비타트 원: 탄소 중립 시대의 새로운 도시 풍경’ 영상.

이상적인 미래 도시 비전, 해비타트

급격한 도시화 현상이 편리함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지구를 위협하는 탄소 생성기가 된 지 오래다. 기후 위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내뿜는 탄소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를 선언하며, 탄소 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세대를 ‘제너레이션 원Generation One’이라 명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가치와 방향성을 공유하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브랜드 비전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도시의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쉘터Shelter’를 테마로 제안해왔다. 혁신적인 디자인 솔루션으로 이상적인 미래 도시 비전을 제시한 결과물이 바로 〈해비타트 원〉이다.

클라우디아 파스케로Claudia Pasquero와 마르코 폴레토Marco Poletto가 2005년 런던에서 공동 설립한 에콜로직스튜디오와 협업한 작품으로 구성한 〈해비타트 원〉전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 데 이어 서울에서 5월 중순까지 순회 전시 형식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전시장에는 창의력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기존 작품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설치 작품을 추가해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는 거점 간 순환 전시 방식을 통해 전시 콘텐츠의 일회성 소비를 줄이고 더 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에콜로직스튜디오와 함께 현대자동차는 세 가지 작품을 통해 탄소 중립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다.

입구에서 만나는 ‘트리 원Tree One’은 나무의 생성 원리를 학습한 AI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되었다. ‘트리 원’ 주위로 연결된 나선형 배양관 속 녹색 물질은 미세 녹조류인 알게algae를 함유한 바이오 폴리머로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양분 삼아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 이는 나무 열두 그루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에콜로직스튜디오는 ‘트리 원’이 ‘제너레이션 원을 위한 상징물이자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작 ‘바이오 랩Bio Lab’에선 알게가 어떤 구조와 원리를 바탕으로 ‘트리 원’으로 거듭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도심 속 ‘스마트 팜’ 시스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알게를 활용한 탄소 중립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미디어 파사드 영상 ‘해비타트 원: 탄소 중립 시대의 새로운 도시 풍경(Habitat One: The architecture of the carbon neutral city)’은 ‘트리 원’과 ‘서울’을 모티브로 탄소 중립을 실현한 미래 도시를 AI를 활용해 표현한 작품이다. 관람객들에게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탄소 중립 개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즐거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도시는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과 자연, 기술 세 가지를 통합한 하나의 유기체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 앞에서 현대자동차와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협업 전시는 창의적인 해결 방안이 샘솟을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알게의 구조와 원리를 표현한 ‘바이오 랩’. ©윤선웅

AI 기술을 사용한 미디어 파사드

interview with

클라우디아 파스케로(오른쪽) & 마르코 폴레토
에콜로직스튜디오 공동 대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개최하는 〈해비타트 원〉은 부산 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기술적으로 더 고도화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한 대형 인스털레이션, 살아 있는 유기체로 만든 작품, 그리고 AI 기술을 사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전시했다. 다양한 기술이 일관적으로 보이도록 기획하는 것이 이번 서울 전시의 중요한 미션이었다. ‘에콜로직스튜디오의 제안이 미래 도시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전시의 쟁점으로 삼았다. ‘트리 원’ 너머로 보이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상영한 것도 그 때문이다. 탄소 중립이 실현된 가상의 공간에서 알게가 어떻게 작용할지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탄소 중립은 모든 산업에서 중요시하는 미래 과제다. 그중 모빌리티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가 탄소 중립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 전시로 승화시키는 행보가 흥미롭다고 느꼈다.〈해비타트 원〉전은 예술과 혁신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자리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행보가 그간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 솔루션을 모색해온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해 흔쾌히 협업에 임했다.

녹조류 알게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은 계기가 있나?
우리는 다양한 생물학적 재료를 예술 소재로 활용한다. 그중에서도 알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 중 하나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표면에 알게가 굉장히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흔히 부산물, 오염 물질로 여겨지는 알게는 식품이나 의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바이오매스biomass의 재료가 된다. 에콜로직스튜디오는 박테리아, 미생물 등을 단순히 정화를 위한 도구로 보지 않고 공존의 대상으로 여긴다. 생태계의 밝은 부분만이 아니라 어두운 부분도 포용하는 것이 우리가 집중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탄소 중립 역시 오염원을 도시 속에서 재순환하도록 만드는 일이니까.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나?
단순한 쇼케이스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탄소 중립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의지가 생기게 만드는 것이 꿈이다. 탄소 중립 도시는 추상적인 공약이 아닌 동참할 때 비로소 성취 가능한 목표다. 이번 전시에서 에콜로직스튜디오가 선보인 아이디어가 미생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기간 3월 18일~5월 중순
참여 작가 에콜로직스튜디오, ecologicstudio.com
웹사이트 motorstudio.hyundai.com/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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