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성자동차 드림그림
드림그림은 한성자동차의 미술 장학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올해는 대형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AI 드로잉, 크리에이티브 코딩 등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뉴미디어로 그린 꿈의 물결
대형 미디어월을 마주하고 팔을 쭉 뻗으면 화면 속 그림이 마치 생명력을 얻은 듯 물결친다. 동작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LED 화면이 다채로운 파장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몸짓과 상호작용하는 이 작품은 지난 5월, 2023 조형아트서울(PLAS)에서 한성자동차가 선보인 인터랙션 작품이다. 이는 한성자동차의 드림그림Dream Gream 프로젝트로, 뉴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와 함께 40여 명의 미술 장학생이 ‘꿈의 물결Waves of Dreams’이라는 주제로 표현한 전시 공간이다.
한성자동차는 2012년부터 장기적인 미술교육과 아티스트 멘토링을 통해 예술가의 꿈을 키우는 중·고등학생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 사업 드림그림을 진행해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다양한 작가와 학생들이 협업한 작품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공예트렌드페어 등 규모 있는 행사에서 꾸준히 소개해왔다는 것. 지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조형아트서울에서 선보인 한성자동차의 이번 전시 부스에는 40명의 미술 장학생들이 준비한 개인 작품 전시 공간도 마련되었다. 부스에 설치된 40개의 아이패드에는 AI 드로잉을 통해 제작한 이미지에 영상 변환 기술을 적용해 학생 개개인의 작품 제작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작품이 명료하게 돋보이도록 모션의 절반은 작품 그대로 표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작품의 화소 컬러를 추출해 점묘화로 바꿨다. 화소 추출과 점묘 모션을 결합한 알고리즘 드로잉 작업이다.
양민하 작가는 “대학에서 가르치다 보니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결과를 도출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드림그림 미술 영재 장학 사업은 다양한 나이대의 멘티와 멘토가 서로 소통하며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이기에 더욱 귀한 기회였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존을 마련해 흥미를 유발했다. 현장에 AI 프로그램과 연계한 3D 프린터를 설치해 관람객이 직접 입력한 키워드로 도출된 결괏값을 굿즈로 제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성자동차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다가오는 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다수의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며, 미술계의 최신 동향을 살피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예술가를 꿈꾸는 장학생들이 신진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한성자동차의 드림그림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작업에 대한 긍지를 느끼고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해줬으며, 작가와 학생이 협업한 작품으로 관객에게 체험의 장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미디어 아티스트에게 기술은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
관객의 움직임에 맞춰 미디어월의 장면이 시시각각 변화하니 작품과 동화되는 기분이 들더라. 작품을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 의도가 궁금하다.
관람객의 참여가 새롭게 작품을 완성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인터랙션이 없어도 이미 작품은 존재하지만, 인터랙션 기술이라는 사전에 의도하지 않은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알고리즘을 작품에 적용할 때면 반드시 약간의 변주로 반복적인 규칙을 만드는 실험을 한다. 알고리즘을 여러 번 중첩하면 미시적 단위부터 매크로한 범위까지 유려한 변주가 만들어진다. 이번에 선보인 AI 작업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작업 의도가 담긴 AI 이미지에 새로운 해석을 더했고, 이를 통해 작가와 학생의 협주가 탄생하길 바랐다. 여기에 센서를 곁들여 관람객의 동작을 통해 작품을 풍부하게 변화시키고자 했다.
센서로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도 궁금하다. 기술적인 면을 설명해준다면?
센서는 적외선을 감지하도록 설계된 카메라다. 외부 빛이나 색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앞에 위치한 참여자만 인식하도록 적외선 센서를 사용했고, 감지된 센서의 화상에 시각 흐름(optical flow) 알고리즘을 적용해 화면 영상이 반응하도록 구성했다. 매 프레임 영상의 동세를 찾아내 크기가 큰 부위에서 작은 입자들이 LED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효과를 입혔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의해 입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표현했다. 또 관람객의 움직임에 의해 영상의 표면이 움직이도록 해 화면에 생동감을 더했다.
AI 코딩을 다룬 아티스트 멘토링 수업의 분위기는 어땠나?
학생들이 가장 크게 호응했던 점은 AI를 이용해 훨씬 수월하게 이미지 창작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코딩을 통해 이미지를 쉽게 해체하고 재조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몇 가지 규칙만으로 역동적인 표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AI를 활용한 작품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예술 분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미술계에서 AI를 협력자로 이용할 수 있을까?
미디어 아티스트에게 기술은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한다. AI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선택적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AI는 결과 이미지의 시각적 특징을 유도하거나 기대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는데 이런 부분이 미술계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을 잘 활용하면 굳이 경쟁할 필요 없이 AI를 좋은 조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 작품이 때로는 편향적이고 미숙한 결과물을 내놓아 실망하는 작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이 분야가 과도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문 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