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하이브리드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앤피 ①
디자인 듀오 감프라테시와 미디어 아티스트 Paul씨의 만남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와 한국 디지털 아티스트 'Paul씨'의 만남으로 탄생한 서울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앤피Gamfratesi&P' 인터뷰
이탈리아와 덴마크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정수를 선보이는 디자인 듀오 감프라테시가 서울을 찾았다. 정확히는 한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Paul씨와 함께 동서양 하이브리드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앤피’를 오픈한 것. 감프라테시는 에르메스, 프리츠한센, 뱅앤올룹슨 등 유럽의 장인 미학을 근간으로 하는 브랜드와 밀도있고 섬세한 디자인 작업을 펼쳐왔다. 디지털 아티스트 Paul씨와 한 팀이 된 데에는 또 한번의 문화 융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결과물을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거듭나고자 함이다. 서울 신사동에 둥지를 튼 감프라테시앤피의 첫 챕터는 에르메스 암스테르담 쇼윈도 작업으로 감프라테시의 완벽한 리드와 Paul씨의 환상적인 디지털 아트가 어우러져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제 서울의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국내에 차차 선보이게 될 감도 높은 작업물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동서양 디자인을 융합하기까지, 그 여정의 이야기
두 사람을 서울 한 공간에서 만나다니 재밌는 그림이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Paul씨 제가 처음 설립했던 바이널은 이제 후배들한테 운영을 일부 맡겨 놓은 상황이고, 현재 뉴 미디어 회사 빔인터렉티브Veam Interactive에 집중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빔인터렉티브는 주로 미디어 아트를 필요로 하는 공간 혹은 미디어랑 컨버전스 하는 작업들 위주로 많이 하고 있는데요. 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06년부터는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이름 아래 꾸준히 전시를 해왔어요. 최근 한 3, 4년 전부터는 보다 진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현재 청주 시립 미술관에서 전시가 한창 진행중이고, 아난티 부산에 제 작품이 공공미술로 들어갔어요. 아트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쪽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 상업 전시도 병행하되 아트라는 부분에 좀 더 깊게 접근하려 하고 있어요.
엔리코 스칸디나비안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대표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입니다. 아내 스티나 감Stine Gam과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각자 덴마크와 이틸리아 태생으로 건축을 전공했어요. 일본과 스칸디나비아의 여러 건축 스튜디오에서 건축가로 경험을 쌓았고, 이후 저희 이름을 혼합해 감프라테시GamFratesi라는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를 론칭했어요. 주로 제품, 전시, 건축 등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고요. 전통과 재생의 융합, 재료와 기술에 대한 실헙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창의적인 추진력을 얻고 있어요. 고전적인 덴마크 가구 공예 전통 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지적, 개념적 접근 방식을 활용해 두 나라의 문화를 융합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두 팀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Paul씨 지금 저희 회사에 함께 일하는 박정언 디렉터가 이전에 감프라테시 스튜디오에서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활동을 했던 이력이 있어요. 최근 저와 함께 몇몇 전시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러다 작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엔리코가 강연 연사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다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죠. 엔리코랑 대화를 나누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가 가진 장점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예를들면, 덴마크의 경우 장인들의 세계가 남다르다 보니 감프라테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영역에 접어들어 있고, 또 저는 스페셜 디자인과 미디어를 결합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산업이 미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영역이잖아요. 서로가 갖지 못한 구석들을 융합하면 굉장히 새로운 무언가 탄생하지 않겠나 싶어 ‘East & West Hybrid Design’을 키워드로 잡아보기로 한거죠. 엔리코, 저 그리고 박정언 디렉터까지 함께 감프라테시앤피의 공동 3인 디렉터 체제로 앞으로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비즈니스를 함께 한다는 건 신중하게 결정하는 문제이지 않나. 좀 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했을텐데.
Paul씨 기존에 서울에서는 볼 수 없던 조합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죠. 감프라테시는 이미 글로벌 업계에서 하이엔드 그룹과 작업하는 팀인데 국내에는 그런 스튜디오가 거의 없잖아요. 이런 팀이 서울에 와서 한국 아티스트와 스튜디오를 차렸다고 하면 일단 궁금해지지 않겠어요. 게다가 감프라테시나 저나 각자의 영역에서 경험치가 꽤나 높은 팀이고,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키워드까지 붙으니 디자인 업계의 새로운 행보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디자인프레스 이민형 대표님도 그 부분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셨고요.
엔리코 어떻게 보면 감프라테시도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죠. 두 문화가 만나 생각의 관점 등을 함께 창조하고 있으니까요. 이 안에서 다양성을 발굴하는 일은 저희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 중 한 부분을 차지해요. 이번에 감프라테시앤피를 계기로 한국을 접하게 된 것도 그러한 경우인데요. 감프라테시앤피를 통해 덴마크와 이탈리아 문화 위에 한국의 문화까지 더해지는 새로운 비전을 창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서로가 가진 작업의 모양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건 팀의 불안정 요소가 아닌, 남들과의 차별점으로써 매우 중요한 요소에요. 저희의 결과물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작업물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감프라테시보다 더 많은 다양성을 가질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저희조차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풀어왔기 때문에 저희가 힘을 합치면 최고의 단어와 최고의 기술로 독특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엔리코는 평소에도 아시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던데.
엔리코 아시아의 밀도 높은 미감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이곳 사무실에도 이사미 노구치Isamu Noguchi 조명을 갖다놓았는데, 코펜하겐 스튜디오에는 더 큰 팬던트 조명으로 달아두었어요. 오늘 입고 온 옷도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옷이고요.(웃음) 기본적으로 동양의 절제된 미를 워낙 좋아하고 그 미감을 탐구하는 시간을 즐깁니다.
*코요리Koyori : 일본의 미적 감각을 담아내 고품질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
서울 신사동의 감프라테시앤피 사무실도 직접 디자인 했다고.
엔리코 맞아요.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공간 곳곳에 녹였는데 그 예로 한국 전통 창호 방식으로 구현한 창이 있죠. 미니멀한 콘크리트벽과 함께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또 공간의 가구들은 저희가 그동안 직접 디자인해 선보였던 덴마크의 가구를 배치했고 벽에 원목을 덧대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안 미감의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 인테리어를 연출했어요.
덴마크, 이탈리아 디자인 DNA를 조화롭게 풀어내다
(오) 쿠아 디 파르마와 함께 협업한 디퓨저 커버. 단순함과 우아함, 엄격함과 시적인 느낌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 |이미지 제공 : GamFratesi
감프라테시는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디자인 DNA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내고 있나.
엔리코 스티나와 저는 커플이기 때문에 매우 친밀한 작업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코펜하겐에 거주하며 기능적Functional이고 심플Simple하며 재료Material에 충실한 덴마크의 디자인이 삶에 녹아있죠. 저는 이탈리안이기 때문에 덴마크 디자인 위에 비전Vision, 스토리Story가 강렬한 이탈리아 문화를 프로젝트 내에 반영합니다. 덴마크 디자인의 심플함 속에 이야기를 녹임으로써 두 나라의 문화 속에서 하나의 완벽한 세계관을 만들죠. 이러한 작업 방식은 나아가 감프라테시앤피까지 이어집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현대에 중요한 요소에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단순함에 우수한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가미해 전통에서 현대까지 매우 현대적인 방법으로 아우르고자 합니다.
그동안 감도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많은 협업을 선보여 왔다. 협업한 브랜드와 그들을 선택한 기준이 궁금하다.
엔리코 모든 작업물과 협업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제품 퀄리티가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우선시하고 프로젝트의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 후 결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급적 큰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춘 브랜드와 일을 하곤 합니다. 저희 스스로 세계 최고 브랜드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매우 기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함께 한 브랜드로는 대표적으로 구비GUBI, 코요리Koyori, 미노티Minotti, 프리츠한센Fritz Hansen 등이 있고, 패션·뷰티 브랜드로는 에르메스Hermes, 루이비통 그룹LVMH 계열의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오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 브랜드와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모든 협업을 관통하는 저희의 키워드는 ‘퀄리티’로 모든 것이 연결되죠.
▼ 기사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