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선보인 로봇의 발전

2023년 12월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에 대하여.

테슬라가 선보인 로봇의 발전

처음 세상에 선보인 옵티머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 사진 | youtu.be/YRvf00NooN8
옵티머스. 사진 | youtube.com/live/j0z4FweCy4M

2022년 4월에 열린 테슬라 실적 발표 행사에서 CEO인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면 로봇 기술이 자율주행 기술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몇 년 안에 테슬라의 로봇이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 주장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세워진 기가팩토리 텍사스에서 로봇 생산을 시도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빠르면 2023년에 초기 버전을 선보인다고 밝혔고, 2050년이 되면 가정에 가장 많이 들여놓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갑자기 자동차 대신 로봇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저 늘 사건을 몰고 다니던 부자의 치기 어린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말만 하고 제대로 보이지 않은 기술과 제품들이 있었기에 이 또한 차일피일 미뤄지는 계획 중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진심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깜짝 발언을 하기 몇 개월 전인 2021년 8월에 진행한 테슬라 AI 데이에서부터 로봇 개발의 시작이 공개되긴 했다. 그곳에 ‘테슬라 봇Tesla Bot’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든 것. ‘옵티머스Optimus’라는 이름을 지닌 이 로봇은 키 172cm, 무게 56kg의 이족보행 로봇이며, 시속 8km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소개되었다. 행사에서 옵티머스는 현란하게 춤을 추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로봇 개발의 시작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으니 아마도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처음 세상에 선보인 옵티머스는 사람의 형상을 본뜬 로봇이지만, 흰색 몸에 반들거리는 검은색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함을 느끼게 했다. 몸은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졌으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질감을 느끼게 한 듯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으며 우주 산업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개발을 이끈 인물인 만큼, 로봇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더불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자동차에서도 결함이 나타났었고,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선보이는 로봇과 그의 계획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 로봇

2022년 AI 데이에서 공개한 로봇. 사진 | youtube.com/live/ODSJsviD_SU

그 후 1년이 지난 2022년 AI 데이에서는 보다 발전된 모습의 로봇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로봇의 모습이 그동안 로봇 산업에서 보았던 로봇들과 유사한 형태였다는 점이었다. 특히 관절과 손, 다리를 현실적으로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직원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발전 상황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인 로봇의 행동은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일단, 몇 개월 전만 해도 천천히 걷고 손을 흔드는 정도밖에 못 하던 로봇이 활발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자유자재로 걷는 것은 물론이고 모터 토크 제어가 정밀해져 점프를 하게 되었으며 손으로 물건을 집는 것도 가능해졌다.

2023년 5월, 테슬라 유튜브로 공개한 로봇. 사진 | youtu.be/XiQkeWOFwmk
2023년 5월, 테슬라 유튜브로 공개한 로봇. 사진 | youtu.be/XiQkeWOFwmk
2023년 9월, 테슬라 유튜브로 공개한 로봇. 사진 | youtu.be/D2vj0WcvH5c

주변 환경 탐지와 더불어 이를 기억할 수 있는 기능과 인공지능 훈련을 통해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학습할 수 있게 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상상하던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의 말이 더 이상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어 9월에 공개한 영상에서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영상 속 로봇은 손가락과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한 발로 무게 중심을 잡으며 요가와 비슷한 동작을 하기도 했다. 또한 테이블 위에 있는 블록을 색깔별로 구분했다. 섬세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한 것. 5월에 선보인 모습이 투박해 보일 정도로, 로봇의 행동이 점차 사람에 가까워지는 모습이었다. 섬세해진 행동과 더불어 로봇의 외형도 보다 인간에 가깝게 변해 눈길을 끌었다.

2023년 12월 선보인 옵티머스 2세대. 사진 | youtu.be/cpraXaw7dyc
사진 | youtu.be/cpraXaw7dyc

작년 말에 선보인 옵티머스 2세대Optimus-Gen2는 2021년 선보인 모습과 가까워진 디자인에 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연스러운 걸음은 로봇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였다. 보행 속도가 기존보다 30% 빨라졌는데, 무게 또한 10kg이 줄어들어 더욱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이 로봇은 사람처럼 무릎을 굽혀 스쾃 동작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신의 균형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깨지기 쉬운 달걀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모습이었다. 새롭게 개발한 기술 덕분에 열 손가락으로 촉각을 느낄 수 있어 사람처럼 물건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버전의 로봇을 소개하는 영상 첫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선보인 로봇들을 보여주며 2세대가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2022년의 로봇과 비교해 2023년의 로봇은 테슬라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할 만큼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낸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진정한 인공지능 로봇으로의 진화

더 이상 발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테슬라는 앞으로 더욱 진보된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전기차에 적용된 완전자율주행(FSD) 및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탑재해 진정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7월에 설립한 인공지능 회사 xAI도 로봇 개발에 영향을 미치며 함께 발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모두 일론 머스크가 생각하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인 듯하다.


처음 옵티머스를 선보일 당시 일론 머스크는 3~5년 안에 로봇을 수백만 대 양산해 1대당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하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그의 주장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는 약속했던 대부분의 일들을 제 시간에 선보이지 못했지만, 로봇은 기대한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로봇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다. 그동안 고질적 문제였던 자동차 생산 부진의 해답을 로봇에서 찾았던 것이다. 로봇을 통해 고용으로 인해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들-노사 갈등, 파업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은 완전 자동화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결국 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공장에 100% 사람만 있어도, 또는 100% 로봇만 있어도 생산성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아예 생산 과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했다. 그래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사진 | en.wikipedia.org
사진 | cnbc.com

테슬라의 시도는 처음 사람들이 기대했던 분야를 충족하고 있는 중이다.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힘들고 지루한 단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예술, 문학 등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할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이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로봇을 활용해 공장 제조 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로보타이제이션Robotization’이 일론 머스크의 주장대로 몇 년 사이에 일상화되면 우리의 전반적인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산의 한계가 없으며 파업도 하지 않는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송 및 물류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로봇은 자동차산업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진 | publicdomainpictures.net

그 시기에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롭고 편리해지겠지만, 로봇으로 인해 다른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생성형·대화형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긴 사건을 볼 때, 로봇으로 생겨날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앞으로 로봇의 발전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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