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CES 2024에서 공개한 모빌리티 콘셉트

현대자동차가 CES 2024를 통해 제시한 모빌리티 생태계에서는 다가올 미래를 향한 디자이너의 질문을 읽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퍼스널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열렸다면 2020년대에는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와 AI 기술로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 컴퓨팅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빌 게이츠는 “일상의 언어로 하고 싶은 일을 기기에 말하기만 하면 된다”라며 윈도 이후 가장 큰 컴퓨팅 혁명이 5년 이내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들은 그동안 수소 에너지,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생태계 기반의 기술을 축적해왔고 디자이너들은 이를 융합해 모빌리티 안에서의 공간 컴퓨팅 경험을 선행 연구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미국 CES 2024에서 공개한 결과물은 실로 놀라웠다.

Digital Curated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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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티 팟, 스페이스 파빌리온, 스페이스 모빌리티, 다이스.
몽환적인 자연컨텐츠 속에 있는 DICE
몽환적인 자연컨텐츠 속에 있는 DICE.
CES 현장에 전시된 space mobility 모델과 도킹 되어 있는 휄체어
CES 현장에 전시된 space mobility 모델과 도킹 되어 있는 휄체어.

첫 전시물이었던 다이스Dice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몰입형 모빌리티다. 2년 전 CES에서 공개한 PnD*가 한층 진화했다. 디자이너들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박스형 공간을 만드는 일반적 방식에서 벗어나 누에고치 같은 유려한 형태의 공간을 설계했다. 최적의 몰입형 경험을 위해 기술은 필요한 순간에만 등장하도록 디자인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아날로그 공간에 숨김으로써 감성적으로 사용자에게 반응하는 궁극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것이다.

*플러그 앤드 드라이브Plug and Drive 모듈.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로보틱스 기술이다.


Spatial Curatetd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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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다이스, 스페이스 모빌리티, 스페이스 파빌리온, 시티 팟.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한 퍼스널, 소셜, 로지스틱스 모델이다.
모빌리티 허브의 역할을 하는 pavilion
모빌리티 허브의 역할을 하는 pavi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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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단일한 생태계를 구축한다. 모빌리티와 도시의 연결로 모두에게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다이스가 사용자 개인의 니즈에 최적화한 서비스라면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은 공공을 위한 디자인이다. 교통 약자부터 반려동물까지, 사용자를 폭넓게 배려한 기술로 모빌리티의 포용성과 순환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다양한 용도의 시설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스페이스 모빌리티를 구성하는 4개의 모듈은 구동계 없이 스페이스 파빌리온으로 재결합해 사람과 도시, 로봇, 모빌리티를 이어주는 허브가 된다. 다이스와 스페이스라는 이름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집합과 부분집합의 기호를 차용한 것으로, 현대자동차의 콘셉트 디자인이 단순한 개별 상품이 아닌, 모빌리티 생태계를 아우르는 경험 요소임을 시사한다. 미래 물류 모빌리티 ‘시티 팟City Pod’도 함께 공개했는데 항만의 크레인에서 영감받은 브리지 타입 구조로 물류뿐 아니라 건설, 오피스 등의 산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CES 2020에서 도심 항공 교통, 목적 기반 모빌리티,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허브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변화할 것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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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팟은 2022년 공개한 퍼스트 마일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들 마일부터 라스트 마일까지 통합하며 토탈 로지스틱스 라인업의 완성을 보여주었다.
City pod의 스트럭쳐와 구조
City pod의 스트럭쳐와 구조.

2022년에는 로보틱스 기술과 메타버스 개념을 통합한 사물 이동성 생태계를 발표했다. 또 공간의 제약을 넘은 자유로운 이동 경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나아가 그룹사의 역량으로 이를 서서히 현실화했다. CES 2024에서 확인한 현대자동차의 넥스트 스텝은 바로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였다. 이는 비즈니스를 넘어서 옳다고 믿는 것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많은 브랜드가 경험을 디자인한다고 말하는데 현대자동차는 이 경험에 감성과 철학을 입혀 서비스의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


Designer Interview

현대제네시스퓨처디자인팀
현대상용선행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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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옳다고 믿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다.”

CES 2024에서 수소,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기반의 모빌리티 콘셉트를 공개했다. 디자인 관점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송지현 이번 CES는 우리의 일상과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청사진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여기서 디자인의 가장 큰 역할은 융합적 사고를 발휘해 기술과 일상을 연결하고, 긍정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이었다. 기술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일련의 엠비언트 요소가 미래 모빌리티와 교통 인프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디자인했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심어주는 장치인 셈이다. 또 탄소 중립과 다양성 존중을 위해 모빌리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함께 제시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쉽고 안전하게 공공 모빌리티에 탑승하며, 자동차와 건물의 도킹으로 매끄럽게 실내까지 이동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모빌리티의 디자인을 탄소 중립 소재로 구현해 불필요한 후가공이나 폐기물 발생을 줄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디자인은 실험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상용화 측면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CES 2024에서 선보인 디자인의 현실적 잠재력이 궁금하다.

송지현 CES는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다. 단순한 청사진을 넘어 실제 구현 가능한 기술을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힘을 쏟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에서 발굴한 다양한 특허 기술로 구성되었다. 이동성의 개념을 확장했고,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응축했다. 단순히 CES를 위해 개발한 콘셉트가 아닌,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화 중인 과정의 한 단계다.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닐지라도 ‘요소 기술’로서 점차 양산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 좌표를 찍어놓고 현실로 조금씩 가져오는 과정에 가깝다. 디자이너들은 CES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다.

특별히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고상아 스티비 원더를 비롯한 많은 교통 약자로부터 받은 긍정적 피드백이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은 이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는 공공 모빌리티다. 이러한 디자인에서 영감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황윤정 다이스에 처음 탑승한 관람객이 활짝 웃으며 모빌리티를 경험했을 때다. 실제 모빌리티 같은 사용감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을 넘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모든 것’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SDx를 반영한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체적 모습은 어떨까?

이준호 SDx는 교통 인프라와 모빌리티 생산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 개념이다. 단순한 형상으로 디자인을 모듈화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필요와 목적에 맞는 모빌리티를 제조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모빌리티를 불러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호출된 모빌리티는 고객의 신체 조건에 맞는 시트 포지션과 공간 무드를 미리 설정하고 다가온다. AI 컴패니언을 통해 이동의 전 여정을 케어받기에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용 가능하며, 자율 주행에 대한 불안감도 없애준다.

현대자동차의 최우선 가치는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이다. SDx는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나?

송지현 자율 주행 기술과 전동화 기술은 이동 공간에서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모빌리티 안에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거 공간이나 사무 공간의 구성 요소를 모빌리티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동이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나 환경 변화를 고려하고 이를 최소화하거나 상쇄할 기술이 수반될 때 비로소 우리가 상상하는 많은 행동을 이동 중에 할 수 있다. PnD 모듈은 탑승객에게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선사한다. 둔덕을 지나도 흔들림이 없고, 링 패드 에어백이 탑승자의 상황과 자세를 고려해 위험에서 보호해준다. 이 모든 기능은 SDx 시스템이기에 가능하다. 개별 모빌리티를 넘어 생태계 전반이 효율적이고 안전해지는 것이다.

모빌리티와 도시를 연결할 때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송지현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은 일반적 구조와 형태에서 벗어났다. 차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남는 재료가 없도록 철판을 자르고 구부리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동일한 형상의 모듈 4개를 결합했다. 오래도록 재사용 가능한 철의 특성상 수명이 다한 모빌리티는 분해와 재조립을 거쳐 모빌리티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건축물에 모빌리티 개념을 도입하는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파빌리온에서 필요한 모빌리티를 호출하거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통과 인프라를 파악하고 필요한 곳에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을 이동시키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CES에서 현대자동차가 소개한 청사진은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바꿔놓을 새로운 인류의 삶이기도 하다. 참여 디자이너들이 상상한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이선우 ‘배리어 프리’라는 말은 내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우리는 표준에 맞춘 사회가 아닌, 다양한 사람과 니즈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고 있다.
김준우 사람은 일생 동안 차 안에서 약 4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자율 주행 시대에는 이 시간이 더 늘어날 테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객의 이동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바퀴 위의 스마트폰’이라는 콘셉트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실질적으로 구동 가능한지 실험했다.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비전은 미래 경험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콘셉트 디자인이 미래 모빌리티 경험에 대한 상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디자인 현대자동차 글로벌디자인본부 현대제네시스퓨처디자인팀, 현대상용선행디자인팀, 디자인신기술솔루션팀

< 다이스,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 >
총괄
송지현, 이준호
다이스 황윤정, 김동현, 김준우
스페이스 모빌리티 & 파빌리온 정한비, 고웅선, 고상아, 이선우
스페이스 UX/UI 박종화
CMF 정윤아

< 시티 팟 >
총괄
염원철
시티팟
이준구, 김한샘, 김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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