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 김태집 대표

건축을 매개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한국 건축의 상징적 기업. 중요한 시기마다 조직을 세분화하고 사람들의 관심사와 시장의 변화를 읽어 건축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줄 아는 기획력은 38년 넘게 주목받는 건축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다. 차근차근 영역을 확대해온 간삼건축은 현재 건축 고유의 업무인 설계를 중심에 두고 전후 과정을 모두 통합하는 ‘건축-공간 기획 회사’로 성장했다.

간삼건축 김태집 대표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간삼건축)는 한국 건축의 상징적 기업이다. 1988년 ‘대한민국 석조 건축의 이정표’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건축 프로젝트였던 한국은행 신관 설계를 시작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특히 1995년에 설계한 포스코센터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과 디자인 실력으로 인텔리전트 오피스를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포항공과대학교, 동국제강 페럼타워, 은평성모병원,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갤러리아 광교 & 센터시티 김포공항 리모델링 등 수없이 많은 한국 건축의 랜드마크를 디자인했다. 또 주력 분야였던 오피스 빌딩에서 호텔과 리조트, 병원, 데이터 센터 등으로 전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요한 시기마다 조직을 세분화하고 사람들의 관심사와 시장의 변화를 읽어 건축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줄 아는 기획력은 38년 넘게 주목받는 건축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영역을 확대해온 간삼건축은 현재 건축 고유의 업무인 설계를 중심에 두고 전후 과정을 모두 통합하는 ‘건축-공간 기획 회사’로 성장했다. 시대를 영민하게 읽는 건축 회사의 능동적인 변화다.

*본 기사는 월간 〈디자인〉 2021년 10월호 기사를 재편집했습니다.

간삼건축이 건축을 하는 방법

1991년 간삼건축에 합류해 2009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간삼을 설립한 김자호 회장께서 회사를 자신의 재산으로 삼지 않고, 후배에게 물려주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셨어요. 그래서 몇 번의 고사 끝에 2009년부터 제가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간삼건축은 소수의 뛰어난 건축가가 이끌어가는 곳이 아니라 집단 지성으로 일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클라이언트와 사용자뿐 아니라 건축가인 우리 자신도 행복해지는 좋은 건축을 하는 게 목표예요.

간삼건축은 공공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최근 LH 사태로도 불거졌지만 전관예우를 통한 일감 수주 의혹에도 전혀 연루되지 않을 만큼 대표의 확고한 의지와 투명한 기업 문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고요.

공공 부문은 여느 상업 프로젝트보다 설계비가 3배가량 높고, 물량도 많고 대중적인 인지도 역시 쌓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안타까운 게, 공공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선정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게 할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면 매번 공정하지도 않아요. 심사위원을 관리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행태는 계속 이어지고, 수주 과정의 혼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길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간삼건축이 먼저 하면 다른 회사들도 함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믿음을 갖고요. 건축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누군들 그런 식으로 건축을 계속하고 싶겠어요. 낮은 설계비로 ‘제 살 깎기’식 단가 경쟁, 입찰 과정에서의 로비, 오랫동안 굳어져온 불법적인 관행이 아니라 건축이라는 본질로 승부해야죠.

분당 두산타워.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협업을 위해 건축한 신사옥이다. 성남과 서울을 잇는 주요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강렬하고 명쾌한 매스로 담아냈다. KPF 컨소시엄. ©정동욱
지난해 출간한 〈파라다이스시티 디자인북〉을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건축 회사로서는 드물게 출판물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우리를 어떻게 홍보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책을 내는 것이었어요. 계간으로 발행하는 〈g.스타일〉을 비롯해 〈파라다이스시티 디자인북〉처럼 프로젝트별로 정리해서 책으로 내기도 합니다. 출판에 들이는 돈이 적지는 않지만, 간삼건축의 홍보 방법으로 삼았기 때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진료센터 리모델링을 끝낸 다음에는 매뉴얼 북을 만들어 전국의 종합병원 응급진료센터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응급진료센터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요한 곳이지만 좁고 환경이 대부분 열악해요. 그런데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진료센터는 리모델링하면서 3배 가까이 규모를 늘렸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대두된 응급 의료 체계를 조정하고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제시하고자 한 프로젝트였어요. 유행성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병상 수의 확대가 가능하도록 계획하는 등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노하우 배포를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사람 고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건축의 사회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응급진료센터는 가급적이면 가지 않아야 할 좋은 건축인 것 같네요.(웃음) 병원이나 데이터 센터처럼 전문적이고 새로운 영역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기획이나 리서치 등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그런 필요 때문에 만든 곳이 간삼기획입니다. 이전에는 디자인전략센터라는 이름으로 자료 조사와 리서치 등 기획의 근거를 만드는 일을 수행하던 팀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늘 앞장서는 팀으로 자료 수집과 리서치를 통해 제안과 기획의 화두를 이끌어냅니다. 일본의 UDS처럼 공간 콘텐츠 기획 및 운영까지 포괄하는 조직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 역시 디자인과 건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근린 상가와 주상 복합의 상업 시설을 분양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획해 테넌트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곳들이 생겼죠. 월간 〈디자인〉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513호에서 ‘디자인 용적률 500%’라는 특집을 진행했습니다. 건축 회사 역시 설계뿐 아니라 건물 전체의 기획과 콘텐츠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설계를 비롯해 상업 시설 기획 및 운영까지 할 수 있다면 파이가 더 커집니다. 기획과 운영까지 할 수 있게 되면 설계비의 3배 규모까지 프로젝트를 키울 수 있어요. 그렇게 공간이라는 과일 바구니를 채울 과일을 몇 개씩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사옥 1층에 빵집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건축 회사가 무슨 빵집이냐고 할 수 있지만 F&B 디자인뿐 아니라 콘텐츠와 운영까지 직접 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축가의 업역을 확대해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근린 상가부터 상업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간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채울 수 있다면 프로젝트 수주 역시 유리해집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유도 있죠. 국내는 아직도 평당으로 설계비를 책정하는데 그나마 IMF 사태 이후로는 설계비가 거의 오르지 않았어요. 제대로 된 설계비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설계에서 벗어나 영역을 더 넓힐 수밖에 없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 1단계 마스터플랜 & 씨메르. 파라다이스시티는 축구장 47개에 달하는 33만㎡ 대지에 2차 완공까지 약 2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복합 리조트다. 5성급 호텔과 부티크 호텔, 국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 컨벤션과 다양한 F&B, 리테일, 아트 갤러리와 동서양의 힐링 문화를 결합한 워터 플라자 씨메르, 원더 박스, 클럽 등을 즐길 수 있다. ©남궁선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1단계 사업이 주목받았습니다. 마스터플래너로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실질적인 건축가는 전필립 회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이 리조트에 대해 상상하고 꿈을 가졌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었으니 그게 바로 건축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우리는 전문가로서 그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게 도운 거죠. 이 프로젝트에서 간삼건축은 마스터플래너를 맡아 WATG, 호킨스Hawkins / 브라운Brown, MVRDV, GA, HBA 아키텍처, 조시 헬드Josh Held, LDA, 라이프스케이프Lifescape 등 20팀이 넘는 건축·디자인 회사와 협업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하나의 도시를 여행하듯 휴식과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복합 공간입니다. 마스터플랜은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을 모티브로 스토리가 있는 도시 공간을 만들자는 데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약 7년간 진행한 이 프로젝트의 여정을 담아 〈파라다이스시티 디자인북〉도 냈고요.

파라다이스시티 내의 거대한 워터 플라자인 씨메르는 직접 기획과 디자인까지 진행했죠.

원래는 일본 회사가 진행했는데, 제가 보니 목욕탕이 콘셉트더라고요. 누가 서울에서 1시간 걸려 목욕하러 오겠나, 그리고 10년만 지나면 다른 목욕탕에 질 거라고, 제가 자신 있게 워터파크는 간삼건축이 잘한다고 했죠.(웃음) 중요한 프로젝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관여했어요.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이 물에 잠겼을 때의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워터 플라자라는 콘셉트를 떠올렸습니다. 워터 플라자를 구성하는 중요한 건물 3곳의 기풍을 레트로, 이그조틱, 판타스틱 무드로 정하고 각 건물로 들어가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전필립 회장도 아주 좋아하셨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호텔 2개와 카지노, 씨메르, 클럽, 원더랜드 등이 파라다이스시티 1단계였다면, 2단계는 몇백 실 수준의 호텔과 놀이공원을 위한 대지가 준비된 상태예요. 2단계에서 아주 재미있는 콘셉트의 호텔을 제안했습니다. 외국 건축가는 이제 필요 없다, 간삼건축과 하자고 말씀드렸죠.(웃음) 이제는 관광객이 아니라 근처에서도 놀러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에서는 못 하는 것을 호텔에서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푸드 호텔이 그중 하나예요. 집에서는 일상이고 노동이지만 호텔에서는 놀이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기획했습니다. 반드시 하룻밤 자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체험이죠. 설계도 다 해놨어요. 다만 팬데믹으로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지역 생태계를 고민하는 건축가

그렇다면 앞으로 건축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고객의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일도 생기죠. 목욕탕은 새로운 목욕탕에 지고, 워터파크는 새로운 워터파크에 집니다. 그래서 늘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간삼건축이 정의하는 설계란 상업·의료·주거·문화·도시 전문가 그룹이 건축주의 비즈니스가 성공하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창의 산업입니다.

파라다이스시티 외에 경주의 라한셀렉트, 이태원의 몬드리안 등 호텔 프로젝트에서도 설계뿐만 아니라 도시의 맥락, 지역과의 연계 등을 고려한 기획으로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요.

이제 사람들은 호텔에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어야 기꺼이 돈을 씁니다. 요진건설에서 캐피탈 호텔을 인수해 레노베이션한 몬드리안 호텔은 거대한 지하 1층 공간의 활용이 고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나이트클럽이 있었고, 임대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다른 방식으로 활성화해야 했어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인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먼저이고, 장사는 그다음입니다. 경주의 라한셀렉트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 변경을 비롯해 부대시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레저 호텔로 리포지셔닝했습니다. 경주산책이라는 문화 공간도 마련했고요.

구기동 공동주택. 외국인 학교 교사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으로 내·외부의 풍부한 사이 공간을 통해 도시에 대응하며 이웃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하고자 했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2020 건축가협회상 건축상 수상작. ©신경섭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하셨는데, 요즘엔 어느 지역을 주목하나요?

저는 지역이 살아나려면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하루를 지낼 만한 좋은 숙소와 음식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몇 년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삼례라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한센씨병이 있는 분들이 모여 살던 곳인데, 이분들이 돌아가시면서 슬럼화됐지요. 지금은 삼례문화예술촌이 형성되어 책 마을이 생기고 김상림 목공소 같은 곳도 들어왔습니다. 그곳을 알게 된 뒤로 사방탁자와 서안을 구입해 선물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좋은 공예품 가게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요. 좋은 숙소와 음식점, 지역의 공예품까지 큐레이션하는 것 자체가 로컬 디자인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도시와 지역이 풍성해지고 사람들은 저절로 모입니다.

건축가의 고유 업무에서 시작해 지역의 생태계까지 고민하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마을형 공유 주거인 코빌리지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빌리지는 늙어가는 우리를 위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살 이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갖춰놓고, 서로 약간의 노동력을 주고받으며 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면 어떨까요? 대도시에 있는 집은 임대하고, 그 임대료로 코빌리지에서 함께 사세요, 소득이 필요한 분은 여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사용해 수입을 만드세요, 이런 콘셉트입니다. 마을의 한 단위는 500세대로 700~800명 정도가 머무르려면 약 8만 3000㎡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스터홈즈와 손잡았습니다. 우리가 마을을 위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두었어요. 앞으로 이런 코빌리지를 100개 정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 좋은 공간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그런 것 아닐까요?

20㎡ 내외의 이동식 목조 주택 ODM. 일명 오두막. ©간삼건축
오랫동안 건축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맞춤 설계하는 부동산 영역이었습니다. 건축을 부동산이 아닌 동산의 개념으로 접근한, ‘건축 공간을 소비자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제안한다’는 개념으로 내놓은 이동식 소형 주택 ODM이 흥미롭습니다.

ODM, 오두막의 시작은 단순했어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시작하는 건축은 완공하기까지 수많은 의사 결정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건축가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이 아닌 상황도 생깁니다. 건축가의 의도를 그대로 살린 완성품을 만들어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건축가 3명을 모아놓고 완성품으로서의 건축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가져온 게 오두막이었습니다. 이윤수 대표가 맡고 있는 간삼생활디자인이 이렇게 시작되었고요. 대표 상품이 소형 주택 시장을 겨냥한 오두막입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결정 과정과 예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좋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일인데요, 오두막은 그저 누군가 이미 완성한 집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개념입니다. 현재 판교에 있는 남서울 CC 근처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볼 수 있어요.

이동식 소형 주택 시장, 타이니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추세에 알맞은 상품인데요, 반응은 어떤가요? 얼마나 팔렸습니까?

론칭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지난해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흑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이 있으면 가져다 놓을 땅이 있어야 하잖아요. 거꾸로 땅만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해 집과 땅을 결합한 상품을 만들었는데 다 팔렸습니다. 오두막이 비싼 건 7000만 원 정도예요. 사람들이 외곽에 별장처럼 갖고 싶은 내 집에 대한 욕망을 집과 땅을 합쳐 1억 원 정도의 금액으로 실현시킨 것이죠.

좋은 건축과 공간이란

좋은 건축, 공간이란 무엇일까요?

오피스 빌딩의 역사를 보면 예전에는 건물 중앙 부분에 엘리베이터와 계단, 화장실 등의 설비 시설이 몰려 있는 센터 코어 구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창문에 가까운 쪽과 멀리 앉은 사람의 지위가 동등하지 않았습니다. 20~30년 전부터 변화가 일어나 이런 설비 시설이 건물 모서리 쪽으로 옮아갔고 가운데 공간을 아트리움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구조의 장점은 건물 노후화 등으로 수리가 필요할 때, 건물 전체를 세울 필요 없이 건물 밖에서 수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이 심하지 않고요. 좋은 건축은 이런 식으로 진화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명지대학교 도서관 프로젝트도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시대가 아닙니다. 책이 아니라 미디어를 봅니다. 그럼에도 도서관의 서가는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게 프로토타입이었어요. 프로토타입은 사회가 변화를 요구할 때 변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고 진부해질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서가 개념을 파괴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학교에 더 오래 머물게 되었고, 학교는 학생들을 품어주는 역할을 하는 선순환이 생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명지법인 관련 사업이 100건이 넘습니다.

김포공항 리모델링. 1980년에 국제선 청사로 준공한 이후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복의 곡선과 한옥 처마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천장 디자인이다. ©이승무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ESG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더 크고 더 높게 짓는 고도성장 시절의 건축을 지나 지금은 새로운 관점과 책임이 필요해졌습니다.

시대와 유행이 바뀌어도 유지되거나 조금씩 고치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건축 아닐까요? 간삼건축은 오피스 빌딩으로 국내에서 큰 획을 그은 회사입니다. 포스코센터와 과천의 코오롱빌딩이 대표적이죠.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이 숨어 있는 건물로, 앞서 말한 오피스의 설비 시설이 모서리 쪽으로 모여 있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수리와 노후화에 대응하기 좋습니다. 이에 반해 여의도 63빌딩은 전형적인 센터 코어형입니다. 우리가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결론적으로 그 비용이 건물을 짓는 것만큼 많이 들었어요. 높은 건물이라 굴뚝 현상이 발생하고 기압 차를 줄이기 위해 항상 꼭대기를 열어두어야 하는데, 진단해보니 그쪽으로 30% 이상 열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건축에서 경제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완공한 지 20년 만에 그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면 과연 어느 시점에서의 경제성이 중요한 것인가, 보편타당한 경제성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갤러리아 광교. 백화점의 공식이었던 무창 형식을 깨고 백화점 전 층에 자연광을 유입했으며 이벤트 공간을 매장 외부로 배치했다. 최고 수준의 고난도였던 외부 석재 커튼월은 14가지 석종을 모자이크식으로 패턴화해서 초기 콘셉트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OMA 컨소시엄. ©신경섭
건축가로서 랜드마크 같은 특수성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어떻게 적정선을 찾나요?

미술관처럼 랜드마크성이 중요한 건물과 오피스 빌딩, 주거를 위한 건물은 차이가 있죠. 보통 사람들이 가진 공간에 대한 욕구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봐요. 사람들은 멋진 디자인이 나오면 굉장하다고 감탄하지만, 결국 선택은 안 합니다. 관리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삶의 가치는 보편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모든 건축물이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같을 수는 없지요. 너무 특수하거나 볼드하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는 가을, 서울 동북부인 광운대역 근처에 7000세대 규모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간삼건축이 설계한 공동 주거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몇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 같은 대형 주거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어요. 아파트를 설계하지 않고 살아남은 대형 건축 회사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에요. 국내 건축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분야가 아파트, 주상 복합 건물 등의 근린생활시설이며 나머지 30%가 공공 건축을 비롯해 병원, 호텔, 미술관, 오피스 빌딩 등의 상업용 설계예요. 그중에서도 설계비와 공사비 규모로 보면 공공 건축의 비중이 큽니다. 공공 건축은 우리가 못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니까, 그렇게 해서 남은 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던 겁니다. 간삼건축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언제나 특정 전문 영역을 하나씩 점유했습니다. 오피스 빌딩이 대표적이며 바이오 관련 건축은 셀트리온과 함께, 호텔 & 리조트는 한화, 보광과 많이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센터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서 전체 물량 중 50% 이상을 우리가 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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