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맷피플 이민수&위태양 공동 대표
일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좋은 공간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철학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에서 사업가로 변모한 이민수·위태양 공동 대표. 이들은 특히 코사이어티를 통해 일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과 오피스의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앞으로 나아간 언맷피플의 이야기.
좋은 공간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언맷피플의 이민수·위태양 공동 대표다. 건축가와 브랜드 전문가로 각자 활동을 이어오던 이들은 2018년 의기투합해 언맷피플을 설립하고 이듬해 코사이어티 서울숲을 선보였다. 그러나 공간을 통해 일의 미래를 조망하겠다는 언맷피플의 비전은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좌초하는 듯했다. 너무나 빨리 찾아온 위기.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사무실 대여를 해약하는 경우가 늘어나 한때 도쿄 도심의 공실률이 1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협업 툴의 발달과 재택근무의 활성화가 불러온 현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오프라인의 위기와 오피스의 소멸을 논하고 있었지만 언맷피플은 이 순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집요하리만치 새로운 업무 환경에 관해 파고들었다. 2년 넘게 이어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도 이들은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와 코사이어티 판교를 잇달아 오픈했다. 언맷피플의 행보는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역설하는 듯하다. 종언을 고하는 것은 오피스 자체가 아니라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사무 공간이라고 말이다.
*본 기사는 월간 〈디자인〉 2022년 8월호 기사를 재편집했습니다.
건축가와 브랜드 디자인 전문가의 의기투합
언맷피플의 전신인 ‘스튜디오 언맷’ 이야기부터 해보죠.
위태양(이하 위) 스튜디오 언맷은 건축가이자 대학교에 출강 중이던 이민수 대표와 브랜드 전문가로 활동하던 저,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구희본 소장까지 셋이 함께 이끌던 게릴라성 디자인 스튜디오였습니다.
이민수(이하 이) 1인 기업처럼 각자 맡은 과업을 진행하다 함께 할 프로젝트가 있으면 간헐적으로 협업하는 구조였죠. 각자의 전문 영역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차이도 있다 보니 시너지가 생기더군요. 특히 상업 공간에서 말이죠. 돌이켜보면 그 시너지가 지금의 비즈니스로 이어져온 것 같습니다.
당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위 주로 성수동과 한남동, 제주 등지에서 브랜딩과 공간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중 제주 애월의 카이로스는 건축 설계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토지 선정부터 함께 해 더 의미가 있었어요. 당시 클라이언트였던 토지주는 은퇴 후 자신이 거주하면서 운영할 펜션을 원했지만, 워낙 외딴곳이라 숙박 시설 외에 고객 유입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고민 끝에 오가닉 카페를 론칭했는데, 이후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이 형성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카이로스는 코사이어티를 오픈하는 데 강한 동기가 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획 단계부터 클라이언트와 같은 입장에서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시작했죠.
상업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느낀 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상업 공간은 기획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여러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건축가 한 팀이 건축주의 니즈를 반영해 설계하는 일반적인 주거 프로젝트와 조금 다른 양상이죠.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나온 결과물인데, 문제는 사업의 방향성이 완전히 확정된 상태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위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한번 설계를 마치고 나면 끝인데 그사이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면 엇박자가 납니다. 운영 단계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하지만 이 또한 싱크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CPM, 즉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라는 구조로 전체적인 공간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대부분 클라이언트는 용역을 맡긴 디자인 스튜디오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해주기를 원해요. 하지만 자기 영역 외의 일을 책임지는게 쉬운 일은 아니죠. 원래 맡은 과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결국 사업주와 컨센서스를 맞추는 역할이 필요한데 현재 산업 구조에서는 이 포지션이 요원하다고 봤습니다. 언맷피플은 코사이어티 운영과 함께 CPM을 주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병행 중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의뢰가 많이 들어와요. 저희가 생각했던 문제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죠.
그런 문제점의 발견이 언맷피플로 독립한 이유이기도 한가요?
이 맞습니다. 분명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현재 시장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어요. 기획자와 설계자, 운영자 사이의 간극이 큰데 여기서 사업의 기회를 발견한 것입니다. 저희는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일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요. 끊어져 있는 파트들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우리의 비즈니스로 정의한 것이죠.
위 프로야구도 예전에는 선발투수가 1회부터 9회까지 책임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간계투, 마무리 투수 등으로 분업화되어 있잖아요? 저희는 각 영역에 최적화된 전문가를 찾아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굳이 분사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 저희는 ‘Better place, better life’, 즉 더 좋은 공간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이 철학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 둘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이너에서 사업가로 변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위 디자인이라는 게 무형의 가치는 높지만 수치화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저희는 디자이너로서 이를 숫자로 증명하고 싶다는 욕심도 컸습니다. 사실 IR 개념도 미처 모르고 시작한 비즈니스이지만, 사업계획서 하나하나 꼼꼼히 디자인해 여러 투자처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네 곳 정도 피칭을 했는데 두 곳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견을 주었고, 다른 두 곳은 ‘이게 무슨 사업이냐’고 하더군요.(웃음)
이 우리가 여타 창업가보다 숫자에는 약했지만 디자인을 기반으로해 유리한 점도 있었어요. 소비자 중심의 사고와 트렌드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저희 사업 계획서의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워케이션’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워케이션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어요.
좋은 공간의 철학을 구현하다
언맷피플을 창업한 이듬해 여름, 코사이어티 서울숲이 오픈했습니다. 과거 금속 가공소였던 건물이었다고요. 재생 공간인 만큼 신축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재생 공간은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철거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코사이어티 성수는 레노베이션에 가까웠지만 공정 중간에 지붕이 내려앉아 대수선 건으로 변경되어 어려움이 많았죠. 사실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이 공간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엇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거든요.(웃음) 하지만 저희는 각자 활동하면서 쌓은 경험과 감이 더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위 시공 중에 포탄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어요.(웃음) 한국전쟁 때 묻어둔 것으로 400발 정도 됐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 성수동의 감성은 유지하되 성수동답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브랜드들이 공장 건물을 개조한 공간을 오픈하면서 어느새 이 지역의 전형성 같은 게 만들어졌다고 느껴졌거든요. 반면 서울숲 점의 건축 구조는 주변의 다른 공장과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조금만 터치하면 이전까지 성수동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봤죠.
이곳을 부지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위 사실 처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는 조금 무서웠어요.(웃음) 늦은 밤이기도 했거니와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공간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음 날 밝을 때 다시 와서 보니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좁은 골목길은 접근성이 떨어져 상공간에 치명적인데, 저희는 오히려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공간의 시퀀스를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 생각했죠. 서울숲역에서 1분 거리라는 접근성과 서울숲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입지 선정에 확신을 주었고요.
흥미롭네요. 확실히 상업 공간의 입지 선정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죠.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1층을 고집하는 경향도 줄었고요.
위 요즘 소비자들은 매력적인 브랜드라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값 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초점을 맞춘 것은 ‘발견’이었어요. 행인들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예전에는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것을 유리한 입지 조건으로 꼽았다면, 이제는 좋은 브랜드가 밀집된 곳을 좋은 상권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해진 것 같아요.
처음 오픈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수많은 공유 오피스 중 하나일 거라 지레짐작했어요. 하지만 막상 접해보니 단순히 잘 꾸며진 오피스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크리에이터의 라운지’라는 슬로건도 흥미로웠고요.
위 저희는 크리에이터라는 정의를 좀 폭넓게 잡았어요. 지금 이 시대 일하는 모든 이들을 크리에이터로 본 것이죠.
이 애초에 서울숲과 지난해 오픈한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그리고 최근의 코사이어티 판교까지 확장하는 그림을 그렸고, 각 공간이 일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는 ‘워케이션’을, 코사이어티 판교는 ‘성장하는 기업을 위한 일하는 공간’을 지향하죠. 그리고 서울숲점은 문화를 배양하고 발신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합니다.
위 워케이션 문화가 정착하려면 각 지역에 성숙한 문화 콘텐츠가 뿌리내려야 하는데 처음부터 무턱대고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고 수준 높은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성수동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인풋을 지역에 이식시키면 그곳의 결핍을 채울 수 있으리라 본 것입니다.
동선과 공간 구성 면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최근 SX, 즉 공간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스페이스도 등장하고 있고요. 저희도 공간을 구성하면서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마치 웹에서 어디를 클릭했을 때 어떤 경험과 정보를 전달할지 설계하는 것과 유사하죠. 예전에는 디자이너 관점에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소비자의 눈이 되어 방문자가 어떤 공간에 유입되어 어떤 감정을 품게 할지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내부적으로 이것을 시퀀스 전개라고 부릅니다.
컨설팅과 자체적으로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아요.
위 맞습니다. 둘은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가 컨설팅하는 것, 혹은 컨설팅을 기반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를 접점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운영진입니다.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공간과 브랜드가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어요. 결국 사람이 중요하더군요. 매력적인 공간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이루어내는 것은 어려운 미션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공간 OS를 업데이트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서울숲점을 오픈한 지 얼마 안 있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비즈니스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 같은데요.
이 저희가 사회적으로 풀고 싶은 것들, 사업적으로 구상하고 있던 것들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죠. 생존을 위해서, 캐시 파워를 만들기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시장이 위기를 맞이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오프라인의 종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달리 해석해 새로운 개념의 오프라인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지난해에는 새롭게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를 선보였습니다.
이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는 사실 주택 설계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코사이어티 브랜드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기획했지만, 제주도의 부동산 분양 시장을 비롯한 여러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환이 불가피했죠. 마침 저희가 코사이어티 서울숲을 론칭하게 되면서 우리가 꿈꾸던 세계관을 좀 더 적극적으로 투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규모도 커져 빌리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단지에는 6동의 숙박 시설과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6동의 레지던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 블루보틀과 비건 레스토랑인 푸드더즈매터도 입점했고요.
서울숲과 달리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는 신축 건물인 만큼 언맷피플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워케이션 공간을 구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이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는데 빌리지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공간을 진화시켜야 할지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초심으로 돌아가 서울숲점을 살펴보았어요. 두 공간이 차별화되면서도 어느 정도 감성적 연결성이 존재하기를 바랐는데 저희는 이걸 모듈로 풀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좀 더 몰입감 있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카페 공간에서는 캐주얼한 소통이 가능하잖아요. 자연을 바라보며 일하는 풍경은 또 다를 것이고요. 이런 각각의 공간을 프라이빗, 세미 프라이빗, 퍼블릭으로 나누고 각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어찌 보면 공간과 공간 사이의 끈을 설계하는 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을 주제로 오랜 기간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어디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봤나요?
이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체감했어요.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업무 방식과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식 전환의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빨라졌습니다. 화상회의가 자연스러워지고, 재택근무가 평범해진 시대가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공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좋은 공간이라는 것은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일하는 환경도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워케이션은 이제 막 개화하는 시기라 효율성을 높이는 공간보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어요. 따라서 도심의 일하는 공간을 지방으로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일하는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빌리지’라는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위 아무것도 없던 땅에 작은 집이 들어서고, 이웃이 생기고, 전기가 들어오고 하는 일련의 과정과 축적된 시간이 결국 마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주택 설계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라 주거 문제가 해결됐고,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을 생각하다 보니 카페가 들어서게 됐죠. 이 모든 것이 빌리지라는 콘셉트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이곳에는 현지인만큼 외지인의 방문도 잦은데 단순히 개발된 단지라는 느낌보다 평안을 주는 마을, 언제나 찾아 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합니다.
프리워커스 시장이 커지면서 리모트 워크가 예전보다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회사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위 워케이션은 개인 영역보다는 회사 영역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크기도 다르고요. 워케이션의 핵심은 베케이션vacation이 아니라 워크work에 있어요. 업무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지요. 요즘에는 기업 복지, 다시 말해 HR 측면에서도 워케이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영역까지 확장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예전에 워케이션을 시행할 수 있는 직군이 전체적으로 20% 미만이라는 미국의 통계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발달하고 협업 툴이 진화할수록 그 영역은 점차 넓어질 거예요.
아마 회사의 워케이션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저 같은 관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눈앞에 팀원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거든요. 저처럼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워케이션의 이점을 어필한다면요?
위 요즘에는 재택근무로 인한 후유증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비가 감소하고 업무 효율은 좋아지지만,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없어진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재택근무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경계를 내려놓고 소통하는 장소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워케이션이 이런 부분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 예전에는 워크숍을 가면 간략하게 업무에 대한 비전 미션을 공유하고, 술을 마시거나 휴양을 했죠. 최근 성장하는 기업을 보면 이것을 ‘워크숍’과 ‘플레이숍’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워크숍에서는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플레이숍에는 자유롭게 단합하는 시간을 갖더군요.
위 물론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일도 존재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비티가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는 아웃 오브 박스가 이뤄져야 합니다. 지방 거점의 자연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죠. 물론 워케이션 문화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성과, 상호 합의된 시스템, 협업 툴의 진화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지난 3년간의 성과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위 저희가 전개하는 공간은 크게 도심형 모델과 지방형 모델로 나뉩니다. 도심형은 워커가 많은 업무 지구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이고, 지방형 모델을 통해 워케이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이트를 검토 중인데 특히 강원도 고성과 부산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어요.
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품었던 비전과 방향성, 생각을 되짚어보고 있죠. 지난 3년간 이룬 지식의 성장이 사업적 성취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예전의 생각을 여전히 고수하는 게 옳을까?’, ‘시대에 맞게 생각도 진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요. 그럼에도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만큼은 처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