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욕조를 빌려드립니다”, 위크엔더스 바쓰 ①
강릉의 바다를 도심에 옮겨 오다
오직 나를 위한 욕조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세신을 넘어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욕실을 소개한다. 도심 속 오롯이 혼자만의 목욕 경험을 제공하는 워크엔더스 바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동네에서 목욕탕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니 귀해졌다. 지난 팬데믹 영향과 연이은 난방비 대란으로 운영이 어려워져 폐업하는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욕 공간에 대한 니즈가 사라진 건 아니다. 더욱이 최신 주거 공간들에는 욕조가 없는 욕실 구조가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지난 2023년 서울 성동구 송정동 코끼리 빌라에서 프라이빗 욕조를 빌려주는 위크엔더스 바쓰가 주목받는 이유다. 세신을 위한 목욕이 아닌 물속에서 온전히 휴식을 위한 시공간을 제공하는 점이 차별점이다. CJ ENM 제작 PD 출신의 한귀리 대표를 만나 공간을 열게 된 계기부터 MZ를 사로잡은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 그리고 이곳을 즐기는 노하우까지 물었다.
위크엔더스 바쓰, 물속에서의 쉼을 전하다
Interview with 한귀리 위크엔더스 바쓰 대표
오늘날 신축 아파트나 빌라 구조를 보면 욕조가 달린 곳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더욱이 도심 속 목욕탕도 팬데믹을 겪으며 많이 사라졌고요. ‘프라이빗 목욕 공간을 빌려준다’라는 아이디어는 이러한 배경과도 무관하진 않을 듯싶은데요. 위크엔더스 바쓰를 소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롯한 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다도, 수영도, 목욕도 좋아하는데요. 점점 시간이 갈수록 특정 장소에 가야만 물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더라고요. 하지만 대중목욕탕을 가기엔 왠지 불편하고, 호텔 스파를 자주 가긴 또 부담스럽잖아요. 게다가 욕조가 있는 집도 이제는 흔치 않고 말이죠. 혹시나 나처럼 물속에서의 휴식과 그 안온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목욕을 통해서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프라이빗 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성동구 송정동에서 진행 중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 <1유로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빈 건물 속 큰 창이 있는 공간을 보면서 이곳에 욕조가 있으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인터넷 밈 중에서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시장의 수요가 중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아직은 낯선 공간인 만큼 ‘프라이빗 목욕 공’을 찾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싶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위크엔더스 바쓰의 페르소나도 궁금했어요.
위크엔더스 바쓰는 강릉 바다 옆에서 시작한 브랜드 ‘위크엔더스’가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2019년부터 위크엔더스는 요가, 명상, 서핑이 결합된 ‘리트릿’으로 휴식의 경험을 나누고 있는데요.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치열하게 살지만 휴식이 간절한 싱글 직장인 여성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저 역시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오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경험상 집에서 잠만 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으로 자신을 돌보는 사람, 단 몇 시간이어도 내가 좋아하는 환경과 행동에 투자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분들이 오셔서 그 순간을 누리고 가시면 좋겠어요.
나를 위한 작은 사치, 프라이빗 목욕
독자분들에게도 생소할 이곳, 위크엔더스 바쓰만의 특징과 이용 방법도 알려주세요.
우선 시간제 예약으로 판매하는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집에서 목욕하는 것보다는 편의나 특별한 요소들을 갖췄어요. 멀리서 오는 분들, 퇴근하고 오는 분들이 정말 몸만 와서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목욕에 필요한 모든 어메니티를 갖췄습니다.
예약은 시간당 1.5 – 2만 원 가격으로 기본 3시간부터 예약이 가능한데요. 그중 약 1시간은 예약을 위한 청소와 세팅 시간으로 사용됩니다. 저 역시 여러 목욕 공간을 다녔는데 물을 함께 사용하는 게 쾌적한 경험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욕조를 깨끗이 비우고, 보송보송하게 만들어 다시 새로운 물을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실제 2시간의 이용 시간 동안 욕조 물을 채우고, 웰컴 드링크와 준비된 책 그리고 음악을 즐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원하는 만큼 시간도, 바쓰 로브나 입욕제도 추가할 수 있어요. 예약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원하는 일정으로 예약 가능하고, 아침이나 저녁 예약 시 비대면으로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용 후기를 보니까 프라이빗 욕실임에도 꽤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리뷰가 많더라고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잖아요. 현재 가격은 어떻게 책정된 건가요?
처음에는 모든 옵션을 포함해 4시간 이용을 기본 상품으로 만들어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프라이빗 목욕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보니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또, 초기에 이용자들로부터 시간이 길다는 피드백도 받았고요. 이를 반영해 현재의 가격까지 책정하게 됐습니다.
위크엔더스 바쓰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시험을 준비하던 분이 시험 당일 위크엔더스 바쓰를 예약해 둔 것이 떠올라요. 결과를 시험 당일에 알 수 있어서 혹시나 떨어지면 스스로를 위로해야겠다 싶어 미리 예약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수고한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인 거죠. 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오신 분, 한국에 있는 엄마를 위해 캐나다에서 위크엔더스 바쓰를 예약한 딸, 와이프를 위해 세심하게 입욕제를 고르던 남편, 힘들어 보이는 회사 동료를 보낸 분들 등 아끼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선물로 예약한다는 피드백도 기억에 남아요. 저마다의 마음과 사연으로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성을 다해 준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프라이빗 욕조를 빌려드립니다”, 위크엔더스 바쓰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