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욕조를 빌려드립니다”, 위크엔더스 바쓰 ②

강릉의 바다를 도심에 옮겨 오다

워크엔더스 바쓰는 앞으로 웰니스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로서 단단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오롯한 쉼'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욕조를 빌려드립니다”, 위크엔더스 바쓰 ②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프라이빗 욕조를 빌려드립니다”, 위크엔더스 바쓰 ①


MZ부터 직장인까지 사로잡은 욕실 공간, 그 비결은?

위크엔더스 바쓰를 준비하면서 공간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사용자의 동선과 시선, 욕조의 높이와 넓이 그리고 길이, 공간의 무드 등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잖아요.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공간을 준비할 때 줄자를 지니고 목욕 공간들을 전전했어요. 물 안에 몸이 푹 잠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어야 하는지, 앉을 수 있는 계단 높이와 미끄러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동선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상상하며 목욕 공간에 대한 그림을 그려갔습니다.

사람이 쾌적하게 물을 이용하고,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시스템들이 필요하더라고요. 모든 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내부 화장실도 필수였고, 젖은 머리와 몸을 한 번에 말릴 수 있는 건조와 환풍 시스템의 위치, 방수 및 배수, 수온과 수압, 습도 유지 방법 등 하나씩 직접 부딪히며 배워나갔어요.

​물론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죠.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지 않아서 재공사를 하기도 했고, 배관이 동파되는 등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노후 건물이라는 제약도 있었죠. 아쉬움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휴식 공간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나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는 곳인 만큼 욕실 내부에서도 편안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전에도 프라이빗 목욕 공간에 대한 경험이 있으셨어요? 혹은 디자인을 위해 참고한 공간이 있다면요?

아무렴 욕조가 있는 공간을 많이 찾아다녔는데요. 사진으로만 볼 때 아름다운 것과 실제 이용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차이가 꽤 있더라고요. 꼭 욕조가 있는 목욕 공간이 아니어도 환대와 평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때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카페나 바, 숙소 등을 다닐 때마다 유심하게 지켜봤어요.

최근에는 발리에서 겨울 방학을 보냈는데요. 매일 새로운 숙소에 체크인하고, 요가원과 스파 등 웰니스 공간을 다니며, 꽃과 허브를 결합한 발리니즈 목욕과 아이스 바쓰를 경험했어요. 발리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웰니스 성지거든요. 그만큼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목욕 공간보다는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위크엔더스 바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충분한 휴식을 위해 이곳에서 제공하는 어메니티도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특히 파트너 브랜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들을 선정한 기준도 궁금합니다.

천연 재료를 활용한 국내 뷰티 스타트업 제품이 많아요. 목욕을 하며 쓰는 제품들은 특히 성분과 향 그리고 질감이 중요하거든요. 직접 사용해 보고 결정하고 있어요. 아로마티카, 생활공작소, 제주1950 같은 브랜드와 팝업 컬래버레이션도 진행 중인데요. 집에서 목욕을 할 때는 보통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하겠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다양한 제품을 두루 경험해 보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위크엔더스 바쓰의 어메니티가 계속 바뀌는 이유죠. 직접 사용해 보시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곧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숍도 함께 운영 중이에요.

대표님이 추천하는 바쓰를 가장 편안하게 이용하는 팁도 있을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웰컴 드링크, 큐레이션 음악, 워터프루프 책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욕조에 새로 물을 받는 동안 차 한 잔을 하며 유리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해요. 바쓰는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받거든요.

약 2시간의 플레이리스트는 soul, R&B, chill-out 장르의 음악들을 선별했어요. 물론 원하는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마련한 큐레이션 앨범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또, 워터프루프 종이로 만들어진 단편 책들도 흥미로워 하시더라고요. 종이가 물에 젖을 걱정 없이 물속에서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입욕제는 바쓰 솔트 8가지 종류 중에서 골라서 추가할 수 있어요.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로마 향을 고른 후 물속에 넣으면 풍성한 향과 매끈한 감촉을 즐길 수 있죠. 보드라운 수건과 포근한 로브(옵션), 빠른 건조를 돕는 휴젠뜨 헤어&바디 드라이어, 다이슨 드라이어, 즉각적인 보습을 위한 코스메틱&오일도 준비되어 있어 목욕을 쾌적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팁은 보마켓, 앤티크하우스 등 <1유로 프로젝트>의 이웃 가게에서 스낵과 와인을 픽업하는 거예요. 호캉스 부럽지 않은 휴식을 누릴 수 있답니다.

프라이빗 목욕 공간에서 웰니스 브랜드로

앞서 짧게 ‘웰니스’를 언급했잖아요. 찾아보니 2019년 강릉에서 위크엔더스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리트릿’이라는 단어를 내걸고 웰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을 참 좋아하는데 ‘열심’과 ‘쉼’의 균형을 잘 못 잡다 보니 번아웃을 겪었어요. 퇴사나 창업했던 회사를 정리하는 등 코너에 몰려서 어떤 선택들을 했던 것 같아요. 긴 여행을 떠났을 때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에서 요가로 숨을 고르며 보낸 순간이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때 자연 속에서 충전하며 나를 돌보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는 깨달았어요. 극단에 이르러 지치기 전에 나로서 단단하게 잘 존재하기 위해 있어야 하는 오롯한 쉼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어요.

위크엔더스를 호스텔로 처음 만든 것도 ‘리트릿’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당시만 해도 리트릿이란 개념이 전무했어요. 최소 1박 2일의 쉼의 경험을 만들려면 서핑과 요가를 한 후 같은 맥락 안에서 머무르고, 식사와 교류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정서가 다른 펜션이나 가격이 너무 높은 호텔 대신 오랜 여인숙을 고쳐 직접 공간을 만들게 된 거죠. 지난 5년간 강릉 바다와 솔숲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리트릿 오롯이, 나>로 함께 울고 웃었네요.

최근에는 헬스&멘탈 케어 영역을 넘어서 사회 전반으로 ‘웰니스’와 ‘리트릿’이 유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처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셨어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스트레스가 없는 게 이상하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여러 소용돌이 가운데 중에서 중심을 잡고 건강하게 잘 존재하고자 하는 바람, 그게 웰니스가 아닐까 싶어요. 과거와 비교해 최근 인류는 수명이 늘어나고 신체는 점점 더 건강해지고 있어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더 건강하게 잘 살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계유지에 급급했던 ‘먹고사니즘’이 이제는 행복하게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위크엔더스 바쓰는 그간 게스트하우스로 입지를 다져온 위크엔더스가 본격적으로 웰니스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모멘텀인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지역이나 계절의 제약 없이 쉼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에 <1유로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공간의 쓰임 자체가 목욕을 위한 곳이다 보니 직관적으로 휴식 공간이라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공간, 프로그램, 제품 등 쉼을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위크엔더스’라는 웰니스 브랜드로 나누고 싶어요.

위크엔더스가 참여 중인 <1유로 프로젝트>의는 임대 기간이 최장 3년까지잖아요. 계약 만료 이후 위크엔더스 바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1유로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 시도되는 실험이라 3년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 같아요. 위크엔더스 바쓰도 그 기간 동안의 이용 패턴을 살펴보면서 다음 스텝을 결정하려고요. 목욕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정화와 휴식을 위한 중요한 ‘리추얼’인데요. 지금의 세대와 정서가 만나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며 이어질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오늘날 카페가 음료 외에도 집중이나 교류를 위한 사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소비되는 만큼 프라이빗 목욕 공간에 대한 수요도 분명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이 생소한 공간을 알리는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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