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① 허스키폭스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케이팝이 우리 눈앞에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무형의 음악을 독창적인 그래픽의 앨범으로, 남다른 감각의 뮤직비디오로, 팬들이 열광하는 콘서트로 변환하는 데 디자이너의 역활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렇게 디자인은 그 프로세스에 화룡점정이 된다. 화려한 아이돌의 세계 너머에서 매번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① 허스키폭스

이두희·정기영 허스키폭스 대표
디자인파크, 네이버, SK플래닛 등을 거친 그래픽 디자이너 이두희, 정기영이 2015년 설립한 브랜드 디자인 전문 회사. 브랜드 전략, 아이덴티티 디자인, 비주얼 시스템, 아트 디렉션 등 디자인 관점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방탄소년단 정규 3집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 디자인은 그래미 어워즈 2019 ‘베스트 리코딩 패키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huskyfox.com

르세라핌 브랜드 아이덴티티.

케이팝 관련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는?
우리는 프로젝트 진행에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케이팝 디자인 프로젝트도 클라이언트에게 연락이 왔는데 마침 일정이 맞아 진행하게 됐다.

케이팝 디자인만의 매력은?
트렌드에 앞선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 팬들의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진솔하다는 점이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케이팝 아이돌은?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다.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을 때 어떤 콘셉트와 스토리, 디자인을 전개하는지 매번 관심 있게 지켜본다.

요즘 케이팝 신에서 주목하는 크리에이터는?
위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대답하기 어렵다.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여러 디자이너들에게 늘 영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케이팝 대표 프로젝트는?
르세라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데뷔 앨범 디자인. 클라이언트인 하이브에서 기존 걸 그룹에서 보지 못한 특별한 콘셉트 디자인을 요구했다. 우리 역시 케이팝의 전형적인 디자인 문법에서 탈피해 그룹의 콘셉트, 세계관 등을 강조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르세라핌LE SSERAFIM은 ‘IM FEARLESS(두렵지 않다)’의 애너그램(*)으로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그룹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디자인에도 이러한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에 솔직 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르세라핌의 핵심 가치로 ‘Freeness’, ‘Confidence’, ‘Bold’, ‘Passinate’를 도출하고 ‘Conviction in My Ego’를 브랜드 에센스로 제시했다. 브랜드 마크 속 교차된 사선은 세상의 잣대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르세라핌 앨범에서도 느껴지도록 단단하고 명료하게 디자인했다.

2019년에는 케이팝 글로벌 최대 플랫폼 ‘원더케이1theK’ 채널의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진행하기도 했다. 심벌로고를 위한 모티브로 ‘깃발’을 도출했는데 여기에는 케이컬처를 선도하는 ‘Leading’, 콘텐츠가 가득한 공간인 ‘Wonderland’, 팬들을 하나로 묶는 ‘Union’ 등의 의미를 담았다. 깃발 형태는 원더케이와 케이팝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알파벳 K가 연상되도록 디자인했다. 여기에 비비드 컬러와 빠른 속도감을 담아냈는데 이는 빠르고 트렌디하게 변화하는 케이팝 콘텐츠의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심벌은 유튜브 섬네일 등에서 단번에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담는 프레임의 기능을 하기에 중요하다. 단 9개의 직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이기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뽑아내고자 직선의 길이와 각도, 만나는 지점, 여백의 크기 등에 대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일종의 언어유희.

‘원더케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내 작업만의 특별한 점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전반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적당히 좋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 자세를 추구한다. 우리가 하는 작업이 새로운 디자인인지, 최적의 결과물인지 늘 깊이 고민하면서 일한다.

케이팝 팬들의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팬으로부터 우리가 작업한 심벌로고를 문신으로 새겨도 되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이때 허스키폭스의 디자인이 누군가에게 평생 남을 문신이 될 수도 있구나 싶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우리 디자인을 문신한 케이팝 팬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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