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코바 디자인이 고수하는 원칙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 피드백 A to Z

유튜브에 디자이너가 출현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적은 많아도 유튜버 채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디자이너를 찾기란 만만치 않다. 구독자 수 41만 명을 자랑하는 유튜버 존코바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다. 존코바 디자인에 올라온 250여 개 영상 콘텐츠 중에서도 디자인 작업을 피드백해주는 ‘디자인 참견러(줄여서 디참러)’ 코너의 반응이 뜨겁다. 따끔한 조언을 하는 와중에도 용기를 북돋고 격려해주는 그의 참견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존코바 디자인이 고수하는 원칙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게임 회사 취업을 준비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방송국에 입사하면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방송 타이틀을 3D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하는 일을 주로 하며 틈틈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게임, 취미와 일상생활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올렸는데 2017년에 올린 포토샵 강좌 영상의 조회 수와 댓글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콘텐츠로써 디자인 튜토리얼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이에 직장을 접고 본격적으로 유튜버의 길로 접어들었다.

구독자 41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존코바 디자인’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유튜브 실버 플레이 버튼을 수상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존코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오프라인 클래스를 열어 포토샵과 애프터 이펙트를 가르친다. 클래스101 모션 그래픽 앰배서더이며 세종사이버대학교 유튜버학과 교수다. youtube.com/@JohnKOBADesign

유튜브를 디자인 콘텐츠로 운영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정말 아이러니한 게 내가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용어를 섬네일에 사용하면 클릭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예를 들어 키 프레임이나 레이아웃 같은 용어 말이다. 일반 대중이 봤을 때 어려운 전문 용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쉽고 눈길이 가는 단어를 혼용하는 편이다. 세련되게 디자인하기보다는 일부러 편안하고 익숙한 레이아웃을 섬네일에 적용하는 것도 일종의 영업 노하우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로서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가독성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타이포그래피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섬네일상 타이틀이 눈에 띄도록 디자인한다. 정확한 메시지를 무게감 있게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방송용 타이틀과 달리 유튜브 섬네일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부각시키는 편이다. 디자인을 하더라도 컬러를 강하게 대비시키거나 밈 같은 느낌을 섞어가며 영상 클릭을 유도한다.

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다

디참러 영상 인트로 화면.

여러 콘텐츠 중에서도 디참러 코너가 눈에 띈다. 디참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유튜브 채널 초기에는 포토샵이나 애프터 이펙트 등 어도비 툴을 다루는 영상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비슷한 유튜브 콘텐츠가 많이 생겨나고 강의 플랫폼도 늘어나다 보니까 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디참러’다. 방송국을 다니던 시절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면 옆자리 선배들에게 의견을 묻곤 했다. 그런데 요즘 디자이너들은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디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더라. 이제 나도 디자이너로서 10년 이상 경력이 쌓이다 보니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4년 동안 40편 이상 디참러 영상을 업로드했다.

보통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메일로 사연과 함께 피드백 받고 싶은 작품을 보내면 그중 몇 가지를 선정해 코멘트를 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 비포 & 애프터를 비교해보는 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완성된 작업은 사연자에게 다시 보내지 않는다). 선정 기준은 두 가지다. 우선 사연에서 간절함이 느껴져야 한다. 이 작업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누가 봐도 아쉬운 작업으로 수정 작업을 했을 때 편차가 크게 느껴지는 작업이라야 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아무래도 조회 수가 높게 나온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년 전에 올린 디참러 EP. 5 ‘중학생이 만든 디자인 포트폴리오 Before & After’는 조회 수 80만 회를 찍었다. 내가 뭘 어떻게 바꿔서 반응이 좋았다기보다 신청자가 중학생인데 정말 작업 퀄리티가 훌륭했고 사람들도 그런 것을 신기하게 여겼던 듯하다. 또 올해 초 ‘마켓 컬리’ 브랜드 홍보용 모션 그래픽을 테스트용으로 만들어 보낸 신청자가 있었는데 이를 보기 좋은 방향으로 개선한 디참러 EP. 40도 20만여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서 화제가 됐다.

영상을 보면 굉장히 빨리 단번에 수정하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콘텐츠를 만들기 며칠 전부터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시안을 여러 개 만들어보는 편이다.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서 완성한 최종 버전을 소개하는데, 영상 하나당 15분 내외로 제작하다 보니 고민의 과정이 생략되고 쉽게 제작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디참러를 진행하면서 신청자들에게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기본기를 연마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스킬이나 기교에 집중하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다. 주로 비전공자들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특징인데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포토샵과 애프터 이펙트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오프라인 클래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툴 사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적절한 타이포그래피의 선택, 자간과 행간 설정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다들 굉장히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사실 사연을 보내는 것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작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만든 작품은 마치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드는데 이것을 오픈된 공간에서 다른 누군가가 비평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비핸즈나 인스타그램에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자랑할 만한 작업을 공개하고 다른 디자이너들은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며 서로를 칭찬하기 바쁘다. 그런 걸 보면 누구나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디참러를 운영하면서 나는 ‘못해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이 있다’고 신청자들을 다독인다.

디참러를 통해 피드백을 받은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말로만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 작업을 수정해서 보여주니까 정말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달아줄 때는 절로 신이 난다. 어떤 콘텐츠가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될지 늘 고민한다. 지금 한 가지 계획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비포 & 애프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예비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의 성장 과정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시리즈로 제작하는 일이다. 아마 올해 연말에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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