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디자인 언박싱] SM 디자이너 조수연의 키Key 앨범 디자인 ②

제작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케이팝 디자인 언박싱! 스트리밍 시대에 하나의 물성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케이팝 앨범을 주목하며, 디자이너와 함께 언박싱 하듯 앨범 디자인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더불어 변화무쌍한 케이팝 씬에서 앨범 디자인의 현재를 기록한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키의 〈Good & Great〉 앨범을 디자인한 조수연 디자이너이다.

[케이팝 디자인 언박싱] SM 디자이너 조수연의 키Key 앨범 디자인 ②

▼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SM 디자이너 조수연의 〈Good & Great〉 앨범 디자인 ①


비하인드 더 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콘셉트의 디테일을 구현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초반에 밸런스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것처럼 오피스라는 콘셉트 자체는 아티스트보다 팬들에게 더 친숙한 이미지여서 아티스트가 했을 때 새로워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게임팩(〈Killer〉 앨범 중 하나가 게임팩 버전이다)을 보면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걸 이 앨범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구나’라는 희열이 있는데, 오피스라는 콘셉트는 그게 너무 어려운 거다. 아티스트가 이제까지 보여준 앨범이 VHS, CRT 등 형태감이 있는 것들이다 보니까 이번에도 독특한 형태감을 주고 싶었는데 오피스 용품을 차용하면 ‘어라, 이거 문구점에서 살 수 있는 건데’가 될까 봐… 그런 우려점이 있었다.

키의 두 번째 미니앨범 〈Good & Great〉의 패키지들. 오피스를 콘셉트로 4개 버전, 5종으로 구성됐다. ©designpress
그걸 어떻게 해결했나?

그래서 조금 관념적인 부분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문구점에 가면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있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 잘 못 보는 것들, 당연하게 회사에서 쓸 것 같은데 잘 없는 것들을 생각했다. 파일도 실제로 있는 거지만, 이런 형태 자체는 한국에 잘 없다.

아이디 카드 버전도, 아티스트가 사원증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사원증이 오브제가 된다고 하면 이걸 패키징하는 역할도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웰컴키트도 생각했고, 명함집도 고민했다. 근데 명함집을 하려면 명함이 있어야 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명함에 들어가야 하는 게 전화번호, 팩스번호, 그리고 주소. 이런 게 다 있어야 좀 명함다운 모습이 생기는데…

결국 앨범은 앨범의 몫을 우선해야 하는데 오피스 콘셉트를 살리려다 앨범의 기본과 점점 멀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본 정보들을 잘 소화하면서 콤팩트하고 사원증을 넣을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잘 안 쓰고, 또 현대에 잘 사용하지 않는 출근 기록지를 디자인하게 됐다. 전반적으로 실제로 쓰이는 것보다 ‘앨범다움’을 중점으로 한 디자인들이다.

사실 파일과 다이어리는 조금 쓰고 싶기도 했다. 예쁘다.

정말? 고맙다. 이게 좀 어려운 지점인 것 같다. 팬들이 진짜 다이어리를 사려고 하는 게 아니듯, 어느 정도 새로운 경험을 주면서도 앨범다운 요소들은 충분히 녹여야 하고, 그러면서 또 단가까지 맞춰야 하는. (웃음)

〈Good & Great〉의 세계관 안에서 키의 조력자인 복실이가 보낸 메시지가 담긴 핑크색 종이비행기 © designpress
〈Good & Great〉의 워크 리포트 버전과 커버 레터 버전 ©designpress
아티스트와 곡 이외에 앨범 작업에 영감을 준 게 있다면 뭘까?

나의 회사 생활? 이번 앨범의 월화수목금금금 프로모션(KEY The 2nd Mini Album ‘Good & Great’ | Work Week : Saturday)처럼 엔터테인먼트사의 업무 강도가 녹록지 않다. (웃음) 사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어디든 사회생활은 다 녹록지 않을 거다.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녹록지 않음을 이겨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작업을 하면서 회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로모션 등 이번 프로젝트 자체가 회사에 대한 공감도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작업하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Good & Great〉앨범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궁금하다.

하나만 꼽자면 당연히 ‘Good & Great’. 가사를 먼저 받았는데, 처음 받았을 때 읽고 솔직히 좀 울컥했다. 약간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공유받은 음악 자체는 발랄한 느낌이어서 더 좋았다. 치얼업 하는 것 같고. 타이틀 곡 말고 선택하라고 하면 마지막 6번 트랙인 ‘Mirror, Mirror’. 가사도 좋고 잔잔한 멜로디도 와닿는다. 특히 우리 A&R에서 트랙 리스트를 많이 신경 쓴다. 앨범 안에서 기승전결이 있다 보니 1번 트랙부터 듣다가 마지막 6번 트랙을 들었을 때 딱 종결되는, 마무리가 잘 되는 느낌이어서 좋은 것도 같다. 첫 곡과 마지막 곡, 그 사이 곡들이 다 밸런스가 좋다.

제작 과정에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생각나는 게 있다. 아이디 카드 버전 안에 있는 필름 사진들을 우리 직원들이 찍었다. 여기에 진짜 직장 동료끼리 찍은 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너무 잘 찍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포토그래퍼 실장님처럼 잘 찍는 분이 아니라 그냥 쿨하게 찍는 느낌으로 찍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냈고, 그게 통과가 됐다.

진짜 직장 동료가 찍은 게 됐다.

그런데 촬영 당일 날 갑자기 너무 불안한 거다. 기획하고, ‘이렇게 하겠습니다!’ 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찍는 그날! 심지어 기획이 필름 카메라였거든. 필름 카메라로 찍는데,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싶은 거다. (결과물을 알 수 없으니 불안했겠다.) 맞다. 만약에 찍었는데 필름을 날려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이 엄청 많이 들어서 그때가 반소매 티를 입는 날씨였는데, 식은땀 흘리며 찍었다. 필름 카메라를 한 3대 정도 돌려가며 우리 크리에이티브 비주얼 팀이랑 아티스트 비주얼 팀이 회사 자리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Good & Great〉 커버 레터 2종. 왼쪽이 다이나믹 버전이고 오른쪽이 니트 버전이다. ©designpress
아이디 카드 버전의 사원증을 실제 사원증 케이스에 넣어 봤다. 키가 직장 동료가 된 기분. ©designpress
전통적인 실물 앨범 시장은 사양 산업에 가깝지만, 케이팝 앨범 시장의 전망은 다르다. 케이팝 산업에 있는 디자이너로서 앨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앞서 기획을 얘기하며 ‘물성’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나. 음원으로 스트리밍하고, 디지털 앨범도 너무 잘 갖춰져 있는 세상이다. 피지컬 앨범이 음악 전달의 유일한 매개체가 아니다 보니 그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혼자서 하게 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하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작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떤 식의 결론을 내렸나?

개인적으로는 케이팝 앨범 디자인의 접근 방식이 럭셔리 브랜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면, 어떤 아티스트가 영하고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는 이미지라면, 그가 내는 앨범 역시 그걸 받쳐줄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이게 쉽거나 당연한 일은 결코 아니다. 앨범은 앨범이어야 하니까. 하지만 점차적으로는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예뻐하고 재밌어하는 결과물이 피지컬 앨범의 미래 같기도 하다. 어려운 문제다.

계속 소장하고 싶고 새로운 경험이 되는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일까?

업계 밖에서 이직한 케이스다 보니, 케이팝 디자인의 특수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 전자기기라고 하면 더 유연하고 담백한 형태가 좋은 디자인일 수 있고, 식료품이라고 하면 더 맛있어 보이고 정보 전달이 명확한 것이 좋은 디자인일 수 있겠지만, 케이팝에서는 새로운 것 그 자체로도 각광받는 것 같다. ‘아니, 이런 것까지?’ 혹은 ‘와~’ 하는 결과물들은 대부분 새로움 자체가 가장 큰 포인트 같거든. 그런데 그런 것들은 순간성이 크기도 하다. 이건 광고 일을 할 때도 고민했던 지점인데, 나는 그런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싶다. 새로운 게 재밌는 것들. 하지만 그러면서도 휘발되지 않는 가치를 가진 것들.

〈Good & Great〉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크레딧 ©designpress
앨범이 나온 지 5개월 정도 됐다. 마지막으로 작업 후기를 전하자면?

케이팝 씬이 워낙 빠르다 보니 시간이 지나서도 빛을 발하는 앨범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수많은 케이팝 앨범 사이에서 이렇게 떠올려 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마냥 흘러가지만은 않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인터뷰를 하는 거지만, 이렇게 하나의 피지컬 앨범이 나오는 과정에는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은 스태프분들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애쓰시는 회사 직원들이 함께한다. 그래서, 다들 많이 고생했던 앨범이어서 그 부분에 대한 ‘Good & Great’를 얘기하고 싶다.

“올해의 직장인이세요”라고 말하며 조수연 디자이너가 취한 포즈. 키가 인증한 우수사원이라는 의미로, 자신만의 오피스에서 고생하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designpress
아, 모두 ‘Good & Great’였다고?

맞다. 모두 ‘Good & Great’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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