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새로운 BI 디자인
서울시가 지난 4월 시민 투표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Seoul, My Soul’을 확정한 데 이어 8월에는 BI 디자인을 공개했다. 서울만의 다양한 매력과 도시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지만, 결정 과정과 결과물에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 이에 월간 〈디자인〉은 프로젝트를 총괄한 홍성태 서울브랜드총괄관과 각계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이번 BI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디자인 브렌든(대표 이도의), brenden.kr
카피라이팅 이용찬
디자인으로 서울 브랜딩하기
서울시는 모든 의사 결정에 시민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이번 슬로건은 시민 투표를 거쳐 ‘Seoul, My Soul 서울, 마이 소울’로 결정되었다. 디자인 과정을 되돌아보면 사실 브랜딩 작업을 하는 내게 의미 전달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선 정석적인 브랜딩 프로세스대로 콘셉트 잡기(concepting), 디자인(designing), 체험 유발(experiencing)의 과정을 거쳐 진행했다.
서울이 세계인이 앞다투어 찾는 매력적인 도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의 에펠탑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처럼 두드러진 상징물은 아직 없다. 런던과 로마처럼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고민 끝에 서울을 서울답게 만든 것은 바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말 슬로건을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됩니다’라고 먼저 정하고 콘셉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문 슬로건에는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My’와 ‘Soul’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빈 부분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어떤 수식어로 채울지는 각자의 몫이다. 디자인에서는 서울시의 비전인 ‘동행·매력특별시’를 픽토그램으로 표현했다. ‘동행’은 하트, ‘매력’은 스마일, ‘특별’은 느낌표로 나타냈다. 색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더러 있었는데, 밝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서울을 힙하고 발랄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세 가지 픽토그램만 봐도 자연스럽게 서울이 연상되도록 홍보 콘텐츠와 굿즈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는 체험 유발일 것이다. 많은 디자이너가 우려한 것처럼 슬로건이나 디자인은 지속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처음 발표할 때만 반짝 빛날 뿐 결국 벽에 거는 장식물로 끝나기 쉽다. 말로만 이야기하는 콘셉트나 예쁜 로고 디자인만으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오래 지속시킬 수 없다. 결국 ‘체험의 합’이 곧 브랜딩의 완성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복지, 건강, 안전, 문화, 주거, 교통, 환경 등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전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기대되는 반응도 세 가지 픽토그램으로 수렴되도록 기획하려 한다.
가령 ‘서울시는 시민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케어하는구나(하트)’, ‘서울시가 참으로 기발한 생각을 했네(느낌표)’, ‘서울시가 색다르게 재미난 일을 많이 하는군(스마일)’ 같은 생각 말이다. 이와 더불어 실제로 모든 사업과 행사에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정리만 담당했을 뿐 결과물은 온전히 수많은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들의 땀과 밤샘의 결실이다. 지면을 통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슬로건과 디자인은 서울 시민 모두의 것이 되었다. 깊은 관심과 함께 따끔한 조언, 좋은 의견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글 홍성태 서울브랜드총괄관
디자인·브랜드 전문가들이 바라본 ‘Seoul, My Soul’
“브렌든이 작업한 원안에 가까운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변화 및 조합되는 원안의 특징을 활용 면에서도 잘 살려야 한다. 단순하면서 힘이 있는 슬로건 서체를 선택한 것은 고정되는 부분은 정확히 모양을 지키되 변화하는 부분은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결국 적용에 심혈을 기울여야 ‘다채롭고 매력 있는 서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시의 정체성을 잘 전달하는 디자인은 상징물의 형태적 완결성보다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쓰이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사용하는 사진과 이미지, 영상 등도 일관된 톤으로 정리되길 바란다.”
mykc 공동 대표
김기문
“‘공모’에는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함’과 ‘공동 모의를 줄인 말’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후자는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디자인에 관해서는 전문가의 모의가 효율적이고 더 나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결정 과정을 생각해보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민주성과 공공성이 디자인 선정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인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 투표에 올라온 4개 후보군과 다른 대안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본다.”
라이트브레인 대표
황기석
“도시의 슬로건과 아이덴티티는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시민들에게 일관성 있게 설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시점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 역시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에 담긴 개념을 앞으로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 주최 행사나 시민 대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꾸준히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부디 디자인이 10년 이상 바뀌지 않고, 형태가 아닌 사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프로젝트 렌트 대표
최원석
“이번에 새롭게 정한 슬로건은 시민이나 세계인 모두의 관점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가치와 시각을 담고 있어 오랫동안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디자인을 선정하는 과정과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굿 디자인의 과정은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까지 웰well 디자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선정된 디자인 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다양한 상황에서 잘 활용되고 어울릴 때 비로소 가치가 인정될 것이다.”
교원웰스 상품전략부문장
송현주
“새 슬로건은 영혼, 즉 마음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영혼을 품은 몸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몸을 맡은 영혼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몸보다 실제로 몸을 추동하는 영혼, 다시 말해 마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이 말처럼 서울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몸이 어떻든 그 아름다운 마음만큼은 이쯤이면 충분히 알 것 같다. 납부한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그 마음이 뿌리내려 자랄 때까지 지켜볼 각오가 되어 있다.”
안그라픽스 랩 디렉터,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자
민구홍
“기존 안이 다양한 의견의 교집합을 통해 다소 안전한 방향으로 보였다면, 이번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 탄생한 것처럼 느껴진다. 세대에 따라서 낯설게 보이고 가벼워 보일 수 있겠지만, 여타 국가들의 수도와 비교해 서울이 젊고 역동적임을 감안하면 디자이너의 의도가 수긍된다.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를 마친 디자이너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 이해관계를 떠나 새 디자인이 앞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기원한다.”
계원예술대학교 리빙디자인과 교수
하지훈
“개인적으로는 초안으로 작업했던 브렌든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브랜딩과 같은 공공 영역에서의 결정에는 책임과 그만큼의 논란도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공공 디자인에서는 향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의도와 가치가 드러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이번 디자인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슬로건에 애정을 갖고 끈기 있게 조금씩 다듬어간다면 반드시 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스튜디오 바우드 대표
박성호
“‘서울’과 ‘소울’이라는 단어와 ‘Seoul’과 ‘Soul’이 발음의 유사성과 단어의 형태에서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 슬로건에서는 ‘서울’과 ‘소울’의 ㅅ과 ㅇ, ‘Seoul’과 ‘Soul’의 S와 o가 마치 각각 서로 교차되는 것처럼 읽힌다. 이는 ‘서울과 영혼이 하나’라거나 ‘서울 안에서 우리의 영혼은 하나’라는 등의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신비로운 암시를 준다. 이처럼 영문과 한글 표기의 타이포만으로도 다양한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수고한 디자이너들의 노고만큼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디자인이 되길 바란다.”
순천향대학교 컨버전스디자인학과 학과장
고은희
“‘슬로건’의 우리말은 ‘표어標語’이다. ‘표할 표標’는 끝에 도달해서 나타나 보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씀 어語’는 단순히 말이 아니라 ‘나의 말’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어떤 일이든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정을 겪은 뒤에야 ‘나의 말’이 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표어가 그 문구를 실천하는 여정의 시작 선에 서 있다. 문구를 문구답게 만드는 건 역설적으로 글 그 자체가 아니라 실천에 있다.”
착착스튜디오 대표
김대균
“최종적으로 선정된 슬로건과 디자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딩에는 원래 정답이 없기에 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브랜드는 만드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장차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됩니다’라는 한글 부제처럼 마음을 모아 서울시 브랜드를 가꾸고 키워나갔으면 한다.”
더워터멜론 공동 대표
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