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도 반했다? LA에서 온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

국내 최초의 개인전을 선보이다

나이키, 크록스,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 순수 창작과 상업 활동을 오가면서 구축한 그의 작품 세계가 브랜드에게 사랑 받는 이유를 파헤쳐 본다.

글로벌 브랜드도 반했다? LA에서 온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2024년 첫 전시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 겸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Steven Harrington)’. 지난 3월 7일부터 오는 7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해링턴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전시장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K2 Studio)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전시장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K2 Studio)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전시장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K2 Studio)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전시장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K2 Studio)

따스한 캘리포니아의 자연 풍경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문화를 반영한 회화부터 판화, 드로잉, 조각 영상까지 그의 주요 작품을 총망라해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건 바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디자인 상품들. 이케아, BAPE, 유니클로, 나이키, 크록스 등 함께 소개된 브랜드의 면면도 화려하다. 순수 미술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상업 활동에도 거리낌 없는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서둘러 만나보자.


두 개의 캐릭터, 멜로와 룰루

꽃향기를 맡기 위해 멈춰보세요 No. 5,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 X 170.2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꽃향기를 맡기 위해 멈춰보세요 No. 5,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 X 170.2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스티븐 해링턴의 모든 작품에는 두 개의 캐릭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바로 강아지 ‘멜로’와 야자수 ‘룰루’이다.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하는 강아지 ‘멜로’는 작가 본인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2015년 처음 등장했다. 이후 그의 작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며 익살스러운 표정부터 진지한 행동까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그때그때 시각적으로 대변한다. 즉 멜로는 작가에게 단순 캐릭터 이상의 존재인 셈이다.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서 때로는 작품 속 주인공이 되기도, 때로는 관찰자가 되는 등 작품의 구성과 해석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에도 큰 역할을 한다.

스테이 멜로,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 X 208.3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스테이 멜로,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 X 208.3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캘리포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야자수를 모티프로 창조한 캐릭터 ‘룰루’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온화한 캘리포니아의 기후 환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겨 온 작가의 지난 경험 속에서 빚어진 캐릭터이다. 자신이 애정을 지닌 도시에 대한 창의적 표현이자 스스로 캘리포니아 출신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서,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243.8 X 487.7cm,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우리 주위에서,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243.8 X 487.7cm,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떠나는 중(살아 있는),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83 X 274.3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떠나는 중(살아 있는),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183 X 274.3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한편 멜로와 룰루 두 캐릭터는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스티븐 해링턴은 개인의 불안감에서부터 지구 온난화 등 사회 및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때, 두 개의 캐릭터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대중에게 친근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멜로와 룰루는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작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제3의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

스티븐 해링턴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Joel Barhamand)
스티븐 해링턴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 Joel Barhamand)
스케치북 회화(분열된 자아),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 X 170.2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스케치북 회화(분열된 자아),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 X 170.2cm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오늘날 스티븐 해링턴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오가며 폭넓은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아티스트로 익히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먼저 시작했다. 유년 시절부터 드로잉에 소질이 남달랐던 스티븐 해링턴은 패서디나 아트 센터에 진학해 판화와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함께 수업을 들었던 대학 동료와 함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내셔널 포레스트 디자인(National Forest Design)’을 설립했고, <롤링스톤즈>와 <스핀 매거진> 등에서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스티븐 해링턴 X 나이키 에어포스1, 나이키 제작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 NIKE
스티븐 해링턴 X 나이키 에어포스1, 나이키 제작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 NIKE
스티븐 해링턴 X BAPE, 2023, 메디콤 토이 제작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 Medicom Toy © BAPE
스티븐 해링턴 X BAPE, 2023, 메디콤 토이 제작 © Steven Harrington Artworks LLC © Medicom Toy © BAPE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는 그가 오늘날 브랜드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며, 이를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의뢰자와 디자이너 본인 모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 명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한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고, 각각의 니즈를 파악해 이에 부합하는 창작물을 제작해야 한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익힌 업무 경험과 작업 태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다채로운 글로벌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브랜드에게 인기 있는 비결은?

나이키, 크록스, 유니클로, BAPE, 에이스 호텔, 코첼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븐 해링턴에게 협업을 제안한 브랜드의 면면을 보자면 패션부터 페스티벌, 숙박, IT까지 장르에 제약이 없다. 이는 일견 스티븐 해링턴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는 순수 창작부터 상업 활동까지 경계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뜻.

그런 점에서 대표작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의 협업을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이다. 제3 전시실에서는 애니메이터 앤디 베이커(Andy Baker)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제작한 영상 <FAR OUTTT>(2016)을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와 함께 만든 의자 ‘체어투’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제5전시실에서는 나이키, 이케아,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등과의 협업 과정과 그 결과물인 제품과 작품들도 엿볼 수 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대담한 색채, 감각적인 그래픽 디자인, 대중성과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조화, 구체적인 작품 세계관 그리고 무엇보다 존재감이 뚜렷한 두 캐릭터 ‘멜로’와 ‘룰루’는 글로벌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협업을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소스일 터. 글로벌 브랜드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의 비결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전시장으로 발걸음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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