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의 시간>전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포니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는 〈포니의 시간〉전이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포니의 시간>전

과거의 시도와 행적을 되짚는 과정은 원형을 찾는 작업

(왼쪽부터) 3층에 전시한 N 비전 74와 아이오닉 5, 포니 쿠페 콘셉트.
4층에서는 포니 제작 과정을 다룬 각종 기록물과 홍보물, 광고 이미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회장이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 공개 당시 밝힌 소감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봇 등 첨단 모빌리티 개발에 앞장서지만, 최근 들어 헤리티지에 대한 깊은 존중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태도는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개발도상국의 브랜드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은 “과거의 시도와 행적을 되짚는 과정은 원형을 찾는 작업이자 미래를 위한 창의적 영감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역사를 되짚는 활동 자체가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두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의미다. 이렇듯 현대차는 수십 년간 스스로 축적하고 입증해온 시간들을 충실히 브랜드 자산화하는 중이다.

〈포니의 시간〉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월 9일 시작한 전시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의 공간 구성을 십분 활용해 맨 위층인 5층에서 2층까지 내려가는 동선으로 구성했다. 5층부터 층별로 ‘7080 시대’, ‘포니 아카이브’, ‘디자인 헤리티지’, ‘휴머니티’라는 콘셉트를 전개했는데 단순히 모델의 기원과 변천사만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상까지 아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층에서 포니 디자인 관련 자료와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5층. ‘새로운 질서 그 후’가 1970~1980년대 경제 상황을 현재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개발해 선보였다.

디자인 헤리티지를 증명하는 현대차 포니의 이야기

전시는 포니가 탄생하던 즈음인 1970~198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조망하는 것으로 포문을 연다. 영화감독 정재은의 〈대한 뉴스〉 편집 영상과 정재호 작가의 회화 작품, ‘새로운 질서 그 후’의 웹사이트와 그래픽 작업물 등은 자동차 전시라기보다 차라리 생활사 전시에 가까운 모습이다. 당대의 생활 문화를 간접 경험한 뒤 마주치는 포니 2는 당시 시대상을 차량에 압축한 것처럼 느껴진다. 4층부터는 본격적으로 포니의 개발 과정과 역사에 집중한다. 각종 홍보물과 제조 과정을 다룬 기록물과 광고 이미지를 전시한 이곳은 포니 생산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를 위해 스튜디오 오에스가 제작한 가구들도 돋보이는데 금속과 유리, 목재를 조합한 디자인으로 기존 공간의 정체성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3층에서는 포니 디자인이 50여 년의 세월을 거쳐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포니 쿠페 콘셉트와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 랩(*) N 비전 74, 아이오닉 5를 순서대로 배치하고, 전시장 바닥에는 하얀 시트지로 세 차량을 연결하는 길을 표현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상징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여전히 현대차의 디자인 DNA 안에 녹아 있음을 상징한 것이다. 이 밖에 정주영 선대 회장의 어록과 포니 개발의 사료를 충실히 기록한 리트레이스 컬렉션, 일반인에게 기증받은 추억 어린 포니 사진을 상영하는 미디어월 등도 마련되었다.〈포니의 시간〉전은 포니로 대표되는 1970~1980년대를 조망함으로써 한국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대차의 디자인 헤리티지가 50여 년간 계승·발전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전시였다. hyundai.co.kr

(*) 모터스포츠와 특정 전기화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고성능 기술을 양산 모델에 적용하기 전 각종 연구 개발과 검증을 시행하는 차량.

4층에 전시된 포니.
(왼쪽부터) 포니 쿠페 콘셉트와 N 비전 74.

현대자동차그룹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현대차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을 잘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민 끝에 ‘현대차다움’에 대한 답을 기업의 역사에서 찾고자 했고, 대중과 폭넓게 교감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 기업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포니가 남긴 추억과 생활사적 의의 등 대중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대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외부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부분에서는 기업 전시임을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전시 기획자로 협업한 피크닉 김범상 대표의 추천으로 다양한 팀과 협업할 수 있었는데, 포니나 현대차와의 연관성보다는 전시 전체의 맥락과 1970~1980년대라는 소주제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의 향수와 미래를 향한 영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의 문화적·역사적 자산으로서 현대차의 브랜드 헤리티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글린트 대표
김범상

“포니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먼저 소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 수도 있지만, 그때 당시로 한 발짝 들어가야만 포니의 등장과 성공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었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협업이 필요했다. ‘레트로’에 매몰되지 않고 1970~1980년대를 사랑하는 아티스트, 전시 톤에 어울리면서도 신선함을 더할 젊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고려했다. 섭외한 이들 중 당시 음악 패턴을 차용해 가상의 밴드 사운드를 만든 전자음악가 키라라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열화당책박물관과 프로파간다 최지웅 디자이너가 각각 선별한 옛날 잡지와 영화 카드 등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살펴볼수록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배치했다.”

<포니의 시간>전
기간 6월 9일~10월 8일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운영 시간 09:00~21:00(첫째 주 월요일 휴관)
전시 기획 김범상(피크닉)
참여 작가 정재은, 정재호, 키라라, 새로운 질서 그 후, 열화당책박물관, 최지웅(프로파간다), 스튜디오 오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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