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앰버서더] 선배에게 묻다 – 디자인 엔지니어 & 연구자

[선배에게 묻다]는 이미 사회에 진출한 선배 디자이너들의 경험을 통해 후배들이 보다 현실적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기획한 코너. D+ 앰버서더들이 미래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의 시선으로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을 기록한다.

[D+ 앰버서더] 선배에게 묻다 – 디자인 엔지니어 & 연구자

Chapter 01. 일하는 순간들

1 main
이찬우 디자인 엔지니어 사진 스튜디오 오프비트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찬우입니다.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 학과(이하 아텍) 18학번이고 2023년에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디자인 엔지니어 또는 연구자로 일하고 있어요. 크게 세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Lovelace Research’라는 이름의 인간 중심 AI에 초점을 맞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Map Project Office’라는 영국의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비판적 사고를 위한 AI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영국 Imperial College London과 Royal College of Art 두 곳의 학교에서 석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고 계세요. 진행하시는 수업은 어떤 내용인지도 궁금합니다.

‘Innovation Design Engineering’이라는 복수 석사 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는데요. 한국에 비유하자면 ‘카이스트’와 ‘한예종’이 함께 만든 학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AI의 기술적인 면과 동시에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기반으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OpenAI와 함께 현재의 대화 중심 AI 인터페이스가 이다음에는 어떻게 발전할지를 제안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고요.

졸업 후 현재 일하고 계신 분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미래 사회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맥락에서 개인의 취향과 경험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기보다는 나만의 것을 하면서 이를 쌓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요. 자기만의 비전이 있는 상태에서 지속해서 쌓아 올리는 것만이 AI보다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여러 일을 하면서도 제 것을 계속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된 거죠.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제 작업이 직간접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만들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졸업한 아텍에서도 이러한 임팩트를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특히 제 분야에서는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를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다른 디자이너가 제 작업을 레퍼런스 삼는 것이 중요한 임팩트라 생각해요.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관성대로 디자인하다가 제 걸 보고 새로운 고민을 하고, ‘인공지능과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와 같은 생각을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임팩트를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5 1 1
Modem과의 콜라보 작업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요?

석사 과정을 하면서 Design & Innovation Think Tank라고 불리는 에이전시 ‘MODEM’과 콜라보를 한 적이 있는데요. AI가 디지털 더블이 되었을 때, 개인의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합쳐질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미래 구상안을 작업했어요. 이게 디자이너, 연구자, 컨설팅 회사 사이에서 바이럴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 정도에서 그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학과 튜터로 오신 분이 이 작업을 아시더라고요.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계신 분이셨는데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빅테크에 전략을 조언해 주는 사람이 제가 쓴 생각과 제가 바라보는 미래관을 기반해 제안을 했다면, 결국 이게 연쇄적인 반응으로 임팩트를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싶었죠.

이외에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작업도 궁금합니다.

석사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synapse’가 있는데요. 인공지능에 사고를 이관하는 게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루프를 만드는 플랫폼을 제안한 프로젝트예요. 당시엔 인공지능을 단순히 인간의 노동이나 사고를 대신해 주는 자동화 기계로만 보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3 1 2
석사 졸업 작품 ‘Synapse’
3 2 1
석사 졸업 작품 ‘Synapse’

흔히 ‘증강은 퇴행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탁기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점점 빨래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편리함이 인간의 능력을 퇴보시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력처럼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을 AI가 대체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제 디자인 철학의 중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업이었죠. 이후,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현재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Map Project Office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를 하드웨어로 구현해 보자는 시도인 거죠.

작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요? 아울러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루고 싶은 비전에 가까운 건 인공지능 시대의 ‘정보 민주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정보의 민주화’가 가장 큰 키워드였잖아요. 예전에는 일부만 똑똑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이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지만, 인터넷이 그 벽을 허물어줬죠. 저는 그 경험을 늘 의식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환경도 마찬가지예요. 중앙집권적인 AI가 아니라, 개인이 자기만의 AI를 이해하고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시도들이고, 현재로서는 그것이 제 디자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hapter 02. 학교에서 사회로

학교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학교에서 배운 것 중 현업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게 있다면요?

아텍에서는 졸업 전시 대신 희망자만 ATC(Art & Technology Conference)라는 전시를 매년 진행했는데요. 저는 저만의 졸업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어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논문도 쓰고, 해외 VR 학회도 갈 수 있었죠. 특별할 건 없었고, 평소 하던 방식을 조금 더 오래, 그리고 힘 있게 밀어붙였던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나 기술보다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책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배울 수 있고, 기술 역시 마찬가지죠. 게다가 기술은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그 당시 작업했던 개발 파일조차 지금 열어보면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론과 기술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도구로서의 가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에 학교는 단순히 배우고 학점을 잘 받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하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복합적인 플랫폼으로 넓게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결국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경험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배우면 금방 배운다’라는 걸 스스로 알게 된 점인데요. 지금은 어떤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더라도, ‘조금 배우면 금방 할 수 있겠지’ 하고 여길 수 있어요. 바로 아텍에서 배운 가장 큰 마인드셋이죠. 새로운 툴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이니만큼, 그것들을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현업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요?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는 아텍이 독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도 모든 걸 떠먹여 준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현실적인 상황들도 많이 주어졌어요. 덕분에 나와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문제들이 던져졌을 때 이를 헤쳐 나가는 근육을 기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텍의 환경과 현업의 환경 사이에 큰 괴리는 없다고 느껴져요.

한편, 한국 디자인 신을 보면 모든 것이 취업 준비를 전제로 범위가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말씀드리자면, 학교라는 곳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근본적인 틀을 바꾸며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잘하는구나, 못하는구나, 하고 싶구나, 하고 싶지 않구나’ 같은 자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는 아텍뿐 아니라 모든 학과와 학교가 마찬가지일 테고요.

친구들을 만나보면 “우리 학교는 취업 사관학교 같았다”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될수록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영화 분야에서도 독립영화가 건강해야 상업영화가 흔들렸을 때 새로운 상업영화가 태어날 수 있듯이, 모두가 상업영화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결국 다양성이 사라지고 산업 전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디자인 생태계도 마찬가지죠. 다양성이 죽으면 금방 멸종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계속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냐고 묻는다면, 저는 오히려 더 이상적인 것을 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그런 면에서 아텍은 잘 꾸며진 모델하우스 같은 공간이 아니라, 기름때 묻고 가벽이 세워진 공장 같은 모습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죠. 원래 그런 상태에서 시작했고, 그것이 아텍의 핵심 가치니까요.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는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달린 것이고요. 제가 경험한 RCA나 Imperial 같은 학교들도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물론 분명한 장단점은 있겠지만요.

학생 시절 “이런 경험을 더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아쉬움이 있다면요?

딱히 아쉬움은 없는 것 같아요. 할 만한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다만 굳이 꼽자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생각했던 부분이 있어서, 그때 조금 더 밖으로 나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후배들이 학교에서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경험은 무엇일까요? 추천해주고 싶은 학교 안팎의 경험이나 활동도 궁금합니다.

아텍 학생들에게만 이야기하자면, 저는 무엇보다 ATC를 꼭 경험해 보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단순히 참여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온전히 몰입해서 해보는 게 중요해요. 몰입하면 할수록 배우는 게 많고, 오히려 그때 진짜 재미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ATC는 한 번쯤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꼭 ATC일 필요는 없어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몰입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거니까요. 이력서를 화려하게 채운다고 해서 취업에 유리해지는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오히려 ‘얘 진짜 특이하네’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경험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보다,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자유를 살려서 자기 욕심대로 마음껏 해보면 좋겠어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가장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아는데도, 불안 때문에 자꾸 거기에 매달리게 되는 게 순간이 늘 있어요.

맞아요. 어렵죠. 저도 그랬고, 선배들도 그랬는데, ‘하면 힘들고 안 하면 불안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결국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나는 서강대 학생이고’, ‘어떤 회사의 직원이고 싶다’라는 식으로 정체성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그 사이가 비는 순간을 잘 못 견디는 거죠. 한국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별거 안 한다’라고 하면 바로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돌아오잖아요. 하지만 소속감이 없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조금은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요.


Chapter 03. 커리어 준비하기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역량이 중요했는지도 궁금해요.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확신은 ‘나는 무조건 잘해’ 같은 자기 확신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기 인식에 가까워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분명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회사도 내가 잘하는 부분을 보고 채용할 수 있고, 그래야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되는 거죠. 반대로 내가 못 하는 부분을 회사가 맡기면 결국 서로에게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걸 잘해,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다면 같이 일해보자, 아니라면 그만두자’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각자가 잘 맞는 짝을 찾아 함께 일했으면 좋겠어요.

2 12
RCA Battersea Studio
같은 직무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렵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은 결국 호기심과 주체성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분야는 전통적인 산업디자인과도 다르고, 그렇다고 단순히 미를 탐닉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두 가지 모두 중요하고 저 역시 즐기지만, 굳이 말하자면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운동적인 성격에 가까워요. 제가 다루는 것도 인간·인류 중심 AI이기 때문에, 계속 파고들 수 있는 호기심과 자기 주체성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런 요소와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들이 더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내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만의 명확한 기준과 존재 목적을 알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하면 비판이 있더라도 최소한 자기 기준안에서는 확실히 잘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자기 비전, 방법론, 도구를 갖추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국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들었던 말도 이와 관련돼 있어요. 프로젝트 중에 제가 “요즘 이런 기술 트렌드가 있다”라고 말했을 때, 튜터께서 “트렌드 얘기를 왜 하냐. 우리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고, 그게 시의적절하다면 그게 트렌드가 되는 거다. 네가 맞다고 믿는 길이라면 밀고 나가야지, 남을 따라가는 건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어요. 한국에서는 모두가 “이게 트렌드야, 이렇게 가야 해”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아니,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호기심과 주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나요? 또, 어떤 디자이너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지금까지는 다소 추상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은 현재 딥테크 스타트업이나 파운데이셔널 AI 같은 영역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분명 필요하지만, 사실 이건 1~2년 이내에 당연한 흐름이 될 거예요. 지금 진짜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쪽에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디자인이나 기획을 바꾸는 데 드는 에너지와 개발 스펙을 바꾸는 데 드는 에너지를 비교하면 앞으로는 오히려 개발이 더 쉬워질 겁니다. 문제는 앱을 100개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그중에 무엇이 통할지를 알아내는 게 어렵다는 점이죠.

저는 그 지점을 해결하는 게 바로 디자인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당장은 사탕만 원한다고 해서 급식에 사탕만 내놓을 수 없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채소도 먹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봐요. 특히 한국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더 널리 알리고 증명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결국 AI 디자인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CPU 벤치마크 성능 돌리듯이 ‘이게 100점이고 이건 98점이니까 100점짜리가 더 좋은거야’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고 그 사람들이 체감하는 성능이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적’ 성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화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럼 그 개인화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들이 필요할 거란 말이죠. 처음에 사람에서 시작해서 거기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거나 제안하는 게 인간 중심 기술 디자인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아텍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텍을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샌드박스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에 들어오면 하나씩 손에 쥐여주고, 졸업할 때쯤엔 이만큼 준비돼서 나가는 거야’라는 식이 아니라, 이미 갖춰진 환경과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들, 함께할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이 자신을 경험해 보고 탐구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20250923 071051

D+ 앰버서더 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