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디자인위크 리뷰
제3회 부산디자인위크는 개성 강한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 도시로 발돋움 중인 부산의 변화상을 보여주었다.
행사 최초로 아트 디렉터 시스템을 도입한 부산디자인위크
올해 부산디자인위크(이하 BDW)는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63개 브랜드, 307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규모의 확장에 연연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이런 경향은 전시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별히 올해 특기할 만한 점은 행사 최초로 아트 디렉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 부산의 유망한 크리에이터들을 조망하는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각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첫 번째 아트 디렉터로 선정된 부산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바이83은 행사의 인상을 좌우하는 전시장 입구와 주요 전시 중 하나인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부스를 디자인했다. 모던한 철재 프레임을 기초로 푸른색 폴리카보네이트와 로프를 적절히 활용한 전시 디자인은 바다의 푸른빛을 고스란히 머금었다. 전시 디자인이 도시의 지역적 색깔을 반영했다면, 콘텐츠에서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올해 처음 참여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신발 & 가죽 협회가 대표적. 이들은 타조, 악어, 표범 등의 가죽을 활용한 제품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각종 부대 행사에서도 ‘정체성 찾기’의 노력이 이어졌다. 디자이너 커뮤니티 그룹 프로토는 부산의 디자인 스폿을 배경으로 디자인 챗을 진행해 로컬 브랜드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글로벌 디자인 포럼에서도 ‘자기다움: 디자이너의 확신에 대하여’를 주제로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부산 디자인 신의 잠재력을 증명한 올해 BDW는 4일간 1만 4000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막을 내렸다.
〈2023 부산디자인위크〉
기간 2023년 6월 22~25일
장소 벡스코 제2전시장
주최 디자인하우스, KNN, 부산디자인진흥원
주관 월간 〈디자인〉
웹사이트designweek.co.kr
첫 번째 아트 디렉터로 선정된 ‘디자인바이83’
Interview with
디자인바이83 남동현, 김민석, 박찬언 공동 대표
“ 디자인이 보여질 지역과 장소에 잘 어울리는지 고려하는 것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제3회 BDW의 첫 아트 디렉터로 선정되었다.
올해부터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은 주최 측의 의지가 있었다. 우리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싶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아트 디렉터로서 전시 공간 전체의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전시장 입구 쪽 설치물 디자인, 중앙의 카페 부스 구성,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부스 디자인 등을 담당했다.
전시 디자인 테마를 ‘부산스러움’으로 정했다.
사전적으로는 급하게 서두르거나 어수선한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지만,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 올해 BDW는 지난 두 차례의 전시와는 달리 팬데믹이 종식되고 맞이하는 첫 행사이지 않나. 야외 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하길 바라는 의도에서 선정했다. 그에 따라 공간 레이아웃은 장방형의 전시 공간 내에서 사선으로 틀어 자유로운 동선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했다.
아트 디렉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장소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결과물이 심미적으로 뛰어난 것도 필수다. 하지만 디자인이 보여질 지역과 장소에 잘 어울리는지 고려하는 것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행사의 취지와 조화로운지도 검토해야 하고. 메시지를 명확하게 시각화해 관람객에게 전달함으로써 BDW만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같은 전시라도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구의 설치물과 카페 공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입구의 설치물에는 푸른색 폴리카보네이트와 푸른 조명, 밧줄을 활용했다. 이는 6.25 전쟁 직후 부산의 양철집과 판잣집 골목을 연상시키는데, 과거 부산의 모습과 요즘 젊은 세대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또 개방된 광장을 연상시키는 카페와 푸른색을 적극 활용한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부스를 입구에서 곧장 이동할 수 있도록 중앙에 배치해 전시장을 놀이터처럼 느끼도록 했다. 이번 전시가 단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부산 시민의 일상에 자리한 좋은 전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