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감각과 창의성을 담아낸 멕시코의 혁신적 듀오, 플라밍게테스

오디오 비주얼 디자이너 마라 솔레르(Mara Soler) & 다니엘라 비야누에바(Daniela Villanueva)를 만나다.

여성의 감각과 창의성을 담아낸 멕시코의 혁신적 듀오, 플라밍게테스

플라밍게테스(Flaminguettes)는 멕시코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듀오인 마라 솔레르(Mara Soler)와 다니엘라 비야누에바(Daniela Villanueva)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다. 마라와 다니엘라는 10여 년간 비디오,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창작해 왔다.

이 듀오의 협업은 학창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엘 탈레르(El Taller)’라는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광고와 단편 영화 작업을 함께하며 유대감을 쌓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스튜디오 내 유일한 여성 멤버였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되었고, 취미로 진행한 개인 프로젝트들이 본업이 되어 ‘플라밍게테스’ 창립까지 이어졌다. 특히 두 사람의 애니메이션과 훌라후프에 대한 공동 관심사는 마라와 다니엘라를 한마음으로 묶어줬으며, 여가 시간에 촬영한 단편 영화는 플라밍게테스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2022년 멕시코를 대표하는 인지도 높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알려지게 된 플라밍게테스. 두 사람은 보다 더 밝고 다채로운 세상을 구현하고자 자신들의 가치와 정체성을 창작 활동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본 인터뷰를 통해 멕시코의 핫 한 디자인 듀오를 소개하고자 한다.

Interview

플라밍게테스

마라 솔레르(Mara Soler) & 다니엘라 비야누에바(Daniela Villanueva)

—〈플라밍게테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이 창의적인 듀오를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두 사람의 재능을 하나로 모으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이 공동 프로젝트의 첫 단계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저희는 디자인을 놀이로 시작했어요. 다니엘라는 프로 훌라후프(예, 맞습니다. 5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그 플라스틱 후프 장난감 말이에요) 선수로 저(마라)에게 트릭과 동작을 가르쳐 주었고, 저희는 자연스럽게 후프의 동작을 애니메이션처럼 묘사하며 관찰과 분석을 통해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고, 키 프레임 사이의 궤적을 찾고 각 단계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집착은 우리의 첫 번째 단편 영화가 되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강박적인 마음의 양면성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다른 스튜디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다니엘라는 6명과 함께 ‘야마다(Llamarada)’스튜디오에, 저는 4명과 함께 ‘비우마스터스(Viumasters)’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플라밍게테스(Flaminguettes)’는 여가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면서, 보다 친밀하고 여성스러우며 작품에 개인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취미로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본업으로 전환된 셈이지요. 현재까지도 플라밍게츠는 여전히 저희의 가치와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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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ob” 광고 캠페인, 멕시코. 2023. ©Flaminguettes

—다니엘라님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그리고 마라님은 디자인 분야 출신인데, 창작 과정에서 이 두 분야는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나요? 혹은 관점에서 차이가 발생할 때 어떤 식으로 해소해 나가나요?

저희는 서로의 창작 과정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방식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마인드맵을 그려 아이디어 사이의 연결점이나 단절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둘 중에서도 마라는 마인드맵 전문가예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지도에 정리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어요. 덕분에 서로의 분야가 서로를 보완하고 아이디어가 서로 맞물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서로 비슷하고도 다른 취향과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다루는 기술과 전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르지만 양립할 수 있는 분야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잘 연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항상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활기차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학이 특징인데요, 시각적 스타일과 개념적 접근 방식 측면에서 플라밍게츠의 본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작품을 만들 때마다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나 감각을 전달하고자 하나요?

저희는 창작 과정을 친구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로 접근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 경험, 환경, 그리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지요. 저희 모두 부조리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일상에서 영감을 얻으며, 때로는 숨겨져 있지만 섬세한 접근 방식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 믿습니다. 컬러 팔레트, 스타일링, 메시지에 양분을 공급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시각적 소통을 제공하는 프레임에 이르기까지, 저희는 세밀하게 대상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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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배우 시메나 사리냐나(Ximena Sariñana) 의 뮤직 비디오 “미스터 카리스마(Mr Carisma)”, 멕시코. 2022. ©Flaminguettes

—〈플라밍게테스〉 작품의 특성상, 많은 프로젝트에서 애니메이션과 비디오가 필수적인 요소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비주얼 내러티브에서 이 두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애니메이션은 저희의 공동의 관심사이며 만남의 장소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는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웠기 때문에 영상은 저희 미학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화려한 2D나 3D 모델링을 마스터하지 않고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비디오는 큰 장비 없이도 로토스코프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분야의 혼합이 우리의 특징이 되었고, 이를 탐구하면서 점점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와 같이 오디오 비주얼이라는 시각언어 덕분에 플라밍게테스의 시각적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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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혼합 애니메이션 및 라이브 액션 미디어, 멕시코. 2021. ©Flaminguettes

​—실험적인 예술 프로젝트와 주요 브랜드의 상업용 커미션을 모두 작업해 오셨는데, 순수한 창의성과 고객의 상업적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시나요?

개인 작품과 상업 프로젝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는 창립 초기부터 확실한 목적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두 영역이 서로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심지어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항상 적절한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였고, 대부분의 경우 고객의 브랜드나 캠페인이 우리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와 함께 스스로 찾아오는 행운을 누려왔습니다. 특히 저희 둘 모두 디자이너이자 육아를 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수락 (어떨 때는 거절)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맡을 때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하고 금전적인 부분 또한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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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랑스(Air France)” 광고 캠페인, 멕시코. 2019. ©Flamingu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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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랑스(Air France)” 광고 캠페인, 멕시코. 2019. ©Flaminguettes

—디지털 아트와 신기술이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프로젝트 개발에 필수적인 디지털 도구는 무엇이며, 이를 프로세스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저희의 학부 시절 무렵, 기술이 사회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 당시, 애니메이션, 편집, 디자인을 위한 최초의 상용 소프트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업이나 자격증은 우리의 학습 편람을 바꿔놓고,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더 많은 도구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작업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실험실에서 사진을 수작업으로 현상하고 손으로 직접 그린 로고를 스캔하던 과정에서 수작업의 노고 없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보다 쉽게 컴퓨터로 디자인이 가능한, 이러한 전환은 우리 스타일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현실과 현실을 연결하고자 하며, 디지털을 보완하는 아날로그 방식 또는 그 반대의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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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의 불멸(La inmortalidad del Cangrejo)” 증강현실 체험 및 책 디자인, 멕시코. 2018 – 2019. ©Flamingu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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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의 불멸(La inmortalidad del Cangrejo)” 증강현실 체험 및 책 디자인, 멕시코. 2018 – 2019. ©Flaminguettes

그 좋은 예로 가상현실 작품인 ‘게의 불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VR 작품은 디지털로 제작되었지만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치물이 있습니다. 최근에 특히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로는 어도비 스위트, 스캐너, 프로크리에이트, 아이패드, 디지털카메라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격 근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오프라인 사무실이 없어진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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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 라티노(Vive Latino)” 광고 캠페인, 멕시코. 2023. ©Flaminguettes

—디자인 업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기에, 〈플라밍게테스〉에서 ‘균형’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계신 건가요?

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습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여성들로서 임금과 젠더 투쟁, 제한적인 정부 지원금 문제로 오랜 시절 고군분투해왔지요.

이제 저희가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고 사회에서도 작품을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커리어의 고지에 오른 만큼, 오늘날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지위를 유지하면서 “눈앞의 산을 못 보는 것” 아닌가 하는 하는 우려합니다. 저희 세대는 멜초르 오캄포(Melchor Ocampo, 멜초르 오캄포는 1857년 개혁법과 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자유주의자이자 시민 결혼이 도입된 이후 20세기 말까지 멕시코에서 치르는 모든 결혼식에서 낭독된 주례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례사는 당시의 고정관념과 남녀 간의 현저한 불평등이 반영된 언어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의 생각과는 달리 결혼과 모성이 여성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최상의 경지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혼과 육아는 여자들의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결국 또 하나의 사건들일 뿐이지요.

따라서 저희의 향후 목표는 온전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스튜디오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도전을 토대로 새로운 지평을 함께 개척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위한 공간과 가족을 위한 여유가 있는 플라밍게테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현재 저희는 관객과 실질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설치 및 라이브 이벤트 분야에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콘서트, 발레, 이벤트, 설치예술,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나 공간 등을 기획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매우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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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사랑(Amor Imposible)” 공압 조각 정원, 멕시코. 2017- 현재. ©Flamingu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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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사랑(Amor Imposible)” 공압 조각 정원, 멕시코. 2017- 현재. ©Flaminguettes

​—한국에서 〈플라밍게테스〉 스튜디오가 소개되는 것이 처음이지요? 이 기회를 통해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맞아요, 한국에서 저희 업적을 소개하는 것이 처음이라 정말 많은 기대가 됩니다! 이 계기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 가서 여행도 하고 여러분의 문화를 관찰하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희가 한국으로 가기에 앞서, 독자 여러분 중에 저희와 함께 오디오 비주얼 디자인 세계를 탐험하고 함께 활동하고 이 싶은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희 홈페이지로 연락 주세요. 저희 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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