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서 온 영감의 보고,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는 고려 공예의 핵심인 ‘상형청자’를 조명한다. 전시 디자인에서 상형청자의 특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연출이 돋보인다.

고려에서 온 영감의 보고,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

창작자는 언제나 영감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때 많은 이들이 새로움을 좇지만 사실 우리는 그에 못지 않게 과거에서도 적잖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박물관의 유서 깊은 유물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1월 26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이하 <고려 상형청자>전)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자연과 종교적 상징을 표현한 상형청자를 집중 조명한 이 전시는 한국 도자 공예의 미학이 집약된 상형청자를 통해 당대 민중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콘텐츠만큼이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전시 디자인. 전시 기획을 맡은 국립중앙박물관 서유리 학예연구사와 전시 디자인을 맡은 국립중앙박물관 박혜윤 전문경력관은 핵심 요소를 ‘빛과 형태’로 규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전개했다. 총 4부로 나뉜 전시장에는 브라운, 블랙, 청자의 비색을 연상시키는 연한 그린 등을 구역별 벽면에 적용했는데, 흙이 상형청자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비유한 것이기도 했다. 또한 상형청자의 다층적인 매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자연을 중시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 ‘티크’와 협업해 만든 패브릭 아트워크를 쇼케이스 배경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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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컬러 활용은 조명 연출에서도 드러난다. 일례로 여러 상형청자 가운데서도 미학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청자 어룡모양 주자’를 단독 쇼케이스에 배치했는데, 반원 형태의 구조물과 에르코 조명들을 배치해 일출과 일몰을 은유하는 시노그라피를 완성했다. 이처럼 유물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해 전시로 구현한 점이 <고려 상형청자>전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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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매체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관람객의 흥미 유도와 정보 전달을 시도한 점도 인상적이다. 전시실 초입에서는 정구호 아트디렉터, 이솔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 비누 조각으로 화제를 모은 신미경 작가, 백운기 생태학자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작가들이 상형청자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 내에는 상형청자의 내부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으며, 쇼케이스 인근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상형청자의 제작 과정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영상들도 배치해 유물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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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조사한 유물의 내부를 보여주는 영상들. 각 유물 당 저장 가능한 액체의 용량을 함께 기재함으로써 상형청자가 심미성과 실용성을 두루 지닌 공예품임을 드러냈다.

이처럼 밀도 높은 콘텐츠와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진 <고려 상형청자>전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부여하는 뮤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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