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의 유산이 담긴 홈 컬렉션

바우하우스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다

2005년에 설립된 미디어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는 패션, 스트리트웨어, 문화, 음악, 예술, 그리고 테크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엔드 패션의 경계를 허물며 이를 대중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둔 이 회사는 패션계에 관련된 뉴스, 칼럼 등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협업, 이벤트 기획, 그리고 제품 판매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바우하우스의 유산이 담긴 홈 컬렉션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X 하이스노바이어티

‘바우하우스 아카이브Bauhaus-Archiv’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건축, 예술 운동 중 하나였지만 나치의 탄압으로 인해 1933년에 강제 폐쇄된 바우하우스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1978년에 건립되었다. 기념비 성격의 박물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우하우스 관련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으며, 바우하우스에 대한 모든 행사와 협업은 모두 이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박물관이자 연구기관인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와 미디어 브랜드인 하이스노바이어티와의 공통점은? 둘 다 베를린에 본사를 두며 독일의 문화 유산을 기념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회사의 만남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두 조직의 첫 만남은 5년 전인 2019년,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맞아 이루어졌다. 전통을 넘어 예술, 건축, 사회, 기술, 교육이 집단 의식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재구성하려 했던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의류 라인은 다채로운 색감의 스웨터, 후드, 티셔츠 등으로 구성되었다. 간결하지만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컬렉션은 디자인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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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nstagram.com/highsnobiety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선보였던 컬렉션에 아쉬움을 느꼈을 이들을 위해 올해, 두 조직의 협업이 다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류 라인을 비롯하여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의 D4 체어와 가전용품이 포함된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두 조직이 향유하고 있는 독일의 문화적 유산을 기념하며, 바우하우스 디자인 운동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드러냈다.

바우하우스 학교와 그 이후의 운동은 전통을 깨고, 집단 의식 속에서 예술, 건축, 사회, 기술, 교육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사고방식이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x 하이스노바이어티 캡슐 컬렉션의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협업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디자인은?

이 협업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역시나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르셀 브로이어가 설계한 D4 체어가 아닌가 싶다. 이는 브로이어가 자전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강철관Steel tube 가구 시리즈 중 하나로 브로이어의 다른 대표작인 바실리 체어 Wassily Chair와 같은 시기에 탄생했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니켈 도금 강철관에 직물 및 가죽 소재를 결합해 경량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실현했으며, 규격화된 강철관 덕분에 제조, 이동, 관리의 편의성까지 크게 향상되었다. 간결한 선과 균형 잡힌 비례를 통해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가정, 상업 공간, 공공 장소 등 어디에나 조화를 이루는 의자로 기능성과 미학, 기술 혁신의 시너지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D4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모토 아래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목표로 하던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클래식한 의자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며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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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nstagram.com/highsnobiety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D4 체어는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보존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활동으로 ‘바우하우스의 후예’로 불리는 독일의 제조회사, 텍타Tecta가 제작했다.

새 버전에서는 기존의 의자 디자인과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받이 부분에 ‘Neue Baukunst (새로운 건축 예술)’이라는 문구를 엠보싱 처리해 독특함을 선사했다. 이는 이는 바우하우스 학교가 개척한 1920년대 운동의 이름이며, 첫 협업 때에도 사용되어 바우하우스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과 현재의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의자와 더불어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스툴이다. 의자와 동일하게 식물성 태닝 가죽으로 만들어진 이 스툴에는 1922년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가 디자인한 바우하우스 로고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가죽과 강철관으로 제작되어 우직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구에 어울리는 로고가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동일한 프레임 소재를 적용한 라운드형 테이블이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다.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을 입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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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nstagram.com/highsnobiety

의자, 스툴에 이어 이번 협업 컬렉션에 추가된 가전용품은 뛰어난 품질과 간결한 디자인으로 현재 커피 애호가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펠로우Fellow가 제작했다. 의자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으로 칠해진 제품들은 기하학적인 선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바우하우스 로고와 더불어 협업의 주체가 되는 두 조직의 로고가 함께 해 묵직한 중후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확하고 일관된 분쇄 성능 및 사용자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기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오드 브루 그라인더 Gen 2,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사용감이 매력적인 스태그 EKG 프로 전기 드립포트와 더불어 카터 캐리 텀블러가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다. 탁월한 기능과 간결한 디자인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이 제품들은 커피 제조의 모든 과정을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과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한정판 의류 및 액세서리 라인도 두 제품군만큼이나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티셔츠만 선보였던 첫 번째 협업과 달리, 이번 협업에서는 니트 스웨터, 스웨트 셔츠, 바시티 재킷, 모자, 양말, 가죽 토트백 등이 추가되어 훨씬 풍성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스툴 및 가전용품에서 볼 수 있었던 바우하우스 로고가 함께 해 일관성이 느껴진다. 협업의 중심이 되는 D4 체어 이미지를 프린트한 니트 스웨터와 티셔츠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10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이 스트리트웨어에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낸 간결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현재의 분위기에 거부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좋은 디자인은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협업 컬렉션의 화보 촬영은 독일의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가, 그리고 저명한 표현주의 건축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는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가 설계한 소형 주택 ‘타우테스 하임Tautes Heim’에서 촬영되었다. 이는 건축가가 1920년대에 설계한 대규모 사회주택 프로젝트의 일부로,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당시에 혁신적이었던 다채로운 색감과 간결한 디자인이 두드러지는 공간에서 촬영된 화보에서 1920년대 미학의 진정성을 구현하려는 컬렉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제품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사조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기능성과 실용성을 추구했던 바우하우스의 혁신적 디자인 철학이 현재에도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와 하이스노바이어티의 협업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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