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가기 전에 봐야 할 8개의 국내 전시
연말연초를 위한 추천 전시
2024년이 가기 전에 봐야 할 미술 전시를 소개한다. 미술관부터 박물관,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주목할 전시가 궁금하다면 지금 확인해 보자.
2024년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봐야 할 전시를 소개한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8개의 전시를 만나보자.
독일 현대미술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 개인전
장소 헤레디움 (대전광역시 동구 대전로 735)
기간 2024년 9월 1일 – 2025년 2월 28일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 지점의 건물을 탈바꿈한 헤레디움에서는 독일 현대미술계의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üpertz)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작가의 지난 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소개한다. 작가의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터람브(Dithyramb)’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 8점의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디터람브는 고대 그리스의 주신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단순한 종교적 찬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표현 기법으로 이해했다. 즉, 그에게 디터람브는 강렬한 에너지, 즉흥적인 창작, 추상과 구상이 혼합된 독창적 예술 표현 방식이었던 셈.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고전 모티프나 미학적 원칙으로부터 해방시킨 작품을 선보였다. 독일 거장의 손에서 색다르게 재탄생한 신화 속 인물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자.
올해의 작가는 누구? <올해의 작가상 2024>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기간 2024년 10월 25일 – 2025년 3월 23일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현대미술상으로 2012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매년 4인의 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를 지원한다. 2024년에는 권하윤, 양정욱,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 4인이 후원 작가로 선정됐다. 심리적 역동과 일상의 삶, 역사적 기억, 신화와 제의 등 각자의 주된 관심사를 통해 동시대 현상과 사회를 바라본 작품을 소개한다.
윤지영 작가는 신작 <간신히 너, 하나, 얼굴>(2024)에서 소원을 빌며 바치는 밀랍 봉헌물에서 출발해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조각을 구작과 함께 선보인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권하윤 작가의 작품은 새로운 기억 경험을 창출한다. 세 점의 구작과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2024)를 통해 기록과 기억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양정욱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으로부터 움직이는 조각을 만든다.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2024)라는 제목의 신작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텃밭을 마주한 아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매개로 움직이는 형상이 된 작품이다. 제인 진 카이젠은 세 점의 신작을 포함한 총 일곱 점의 영상 작품 <이어도(바다 너머 섬)>(2024)을 선보였다.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오늘날의 쟁점에 대한 작가의 연구를 집약해 보여준다. 한편, <올해의 작가상 2024>의 최종 수상 작가는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심사위원들과 작품에 관한 공개 대화 및 2차 심사를 거쳐 2025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기간 2024년 11월 22일 – 2025년 2월 2일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이하 김&마스)의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가 열리고 있다.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이어온 두 작가는 회화와 조각부터 공공 설치 작업, 프로젝트형 갤러리 운영, 전시 기획, 출판, 커뮤니티 워크숍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60여 점의 신작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오른쪽)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특히 공원에 버려진 헬로 키티 조형물을 재해석해 부활시킨 작품 <반야 키티(Kitty Enlightement)>(2024)는 동서양의 문화와 현대적 메시지를 융합하는 김&마스 아티스트 듀오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인체의 내부를 기계적으로 형상화한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A rough day at the workshop)>(2024), 성적 상징과 언어유희를 결합한 <거품은 남근을 따른다(Foam follows Phallus 2.0)>(2024),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융합한 <꽃 낮잠(Flower Nap)>(2024) 등 일상 속 사물과 문화적 아이콘을 재조합해 예상치 못한 형태와 의미를 창출한다. 아울러 과잉 정보와 부조화의 미학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점도 흥미롭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비엔나 1900년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1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기간 2024년 11월 30일 – 2025년 3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이 함께 선보이는 특별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전시는 레오폴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191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회화,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드로잉, 사진, 가구, 공예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핵심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비엔나 디자인 공방을 심도 있게 다룬 공예품 약 60여 점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예술과 문화가 황금기를 맞이한 1900년대 전후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함께 총 5부의 구성을 지닌다. 프롤로그부터 3부까지는 비엔나 예술계에 등장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비엔나 분리파를 조명한다. 4부와 5부는 에곤 실레를 대표로 ‘앞 세대’와 달리 표현주의적 경향이 짙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본다. 비엔나 분리파 운동과 근대주의 예술을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토 바그너, 콜로만 모저 등 비엔나 예술의 황금기에 활동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
장소 국제갤러리 K2, 한옥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4)
기간 2024년 12월 3일 – 2025년 1월 26일
삼청동에 자리한 국제갤러리 서울점과 한옥에서는 박진아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부산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서울점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 등을 방문한 작가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한 장면을 화폭에 재구성한 신작 36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작가가 직접 방문하고 촬영해 작품 배경이 된 세 가지 장소를 일컫는다. 여기서 말하는 돌은 지난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참여한 그룹전에서 포착한 장면을 상징한다. 전시 설치 기간 중 아트 핸들러 업체 직원들이 박현기 작가의 설치 작업 일부인 돌을 다루는 장면을 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기’는 레스토랑 키친 내부의 분주한 장면을 응축한 단어다. 아울러 독일 바이로이트에 있는 슈타인그래퍼(Steingraeber) 피아노 공장에 방문한 작가는 공장 내부의 면면을 그림으로 담았고 이를 ‘피아노’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미술관,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방처럼 일상 공간을 포착하지만, 단순히 순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인물, 사물, 배경이 하나의 회화적 사건으로 펼쳐지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캔버스 위에 작가가 재구성한 일련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삼청동으로 향해 보는 건 어떨까?
공존의 길을 모색하다, <언두 플래닛>
장소 아트선재센터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기간 2024년 12월 3일 – 2025년 1월 26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지난 12월 3일부터 진행 중인 전시 <언두 플래닛>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문제를 재고찰하는 전시에는 양혜규 작가를 비롯해 홍영인, 임동식, 로버트 스미스슨, 낸시 홀트 등 국내외 17명(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 제목에서 눈길을 끄는 ‘언두(Undo)’는 ‘원상태로 하다’로 정의되나 동시에 ‘열다’ 혹은 ‘풀다’라는 의미도 지닌다. 따라서 전시는 예술을 매개로 지구라는 행성의 기억과 앞으로 우리의 실천으로 미래 공동체가 기억하게 될 것을 고민한다.
2023년 강원도 철원구에서 진행한 장소특정적 연구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는 ‘비인간’, ‘대지 미술’, ‘커뮤니티’ 세 개의 주제 아래 작가와 작품을 분류해 소개한다. ‘비인간’ 섹션에서는 양혜규 작가가 꿀벌 ‘봉희’를 주인공은로 한 영상 작업 <황색 춤(2024)과 신작 조각 두 점을 통해 분단과 냉전으로 점철된 인간 세계를 돌아본다.
‘대지 미술’ 섹션에서는 1960~70년대 자연으로 나간 대지 미술(Land Art) 작업을 되짚어 보며 현대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마지막 섹션 ‘커뮤니티’에서는 타렉 아투이가 철원의 어린이들과 소리 인식 방법을 탐구한 워크숍 영상, 댄 리의 현장 연구 기반 드로잉, 팡록 술랍의이 태국 어촌 공동체와 함께 생태문화를 탐구한 판화 작업을 볼 수 있다.
돌아온 환기미술관, 김환기 특별전
장소 환기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
기간 2024년 12월 6일 – 2025년 3월 5일
환기미술관이 약 10개월의 재정비 기간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12월 6일 재개관한 환기미술관은 이를 기념해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전시 <영원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은 김환기 작가의 생애를 따라 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유화, 드로잉, 오브제 등 130여 점의 작품과 함께 그가 평생을 소장해 온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유별난 도자기 사랑을 알 수 있는 조선 후기 백자와 얼굴 일부가 없어진 작은 불상 파편인 불두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참고로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상시 입장 가능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이 일궈 온 예술 세계가 궁금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참고로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계를 재해석하다, 갑빠오 개인전
장소 화이트스톤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 70)
기간 2024년 12월 12일 – 2025년 2월 9일
2023년 9월 서울에 진출한 일본의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2024년의 마지막 전시 중 하나로 갑빠오 작가의 개인전 <NO BOUNDARY>를 소개한다. 도자기,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상의 순간을 재치 있게 풀어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경계’라는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갑빠오 작가는 그간 흙을 자유롭게 다루어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을 지닌 도자기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다. 강렬한 색감과 즉흥적인 드로잉이 돋보이는 회화와 설치 작품도 대표적인 작품군에 속한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은 모호한 표정을 지닌 채 호기심, 무관심,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을 내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인간, 동식물, 자연과의 관계를 고찰하고 보이지 않는 경계에 주목한다. 주제 뿐만 아니라 도자기, 회화, 설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업을 통해 매체와 장르 간의 경계도 허무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계의 의미를 유연하게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시각적 표현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