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타이완 디자인 위크 리뷰

지난 2023년 성공적으로 첫걸음을 뗀 타이완 디자인 위크가 2회를 맞이했다. ‘더 게이트웨이The Gateway’를 테마로 AI와 디자인의 만남이 가져올 미래를 전시로 표현했다. 이번에는 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들과 교류해 글로벌 디자인 행사로 발돋움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제2회 타이완 디자인 위크 리뷰

융합과 확장을 선택한 타이완 디자인 위크

이번 테마 ‘더 게이트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는 단연 주제전이었다. 지난 주제전이 타이완의 로컬리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2024년 행사는 AI와 디자인의 결합으로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도록 했다. 이는 전시 디자인에도 드러났다. 문을 형상화한 구조물로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했으며, 전시장 초입부터 끝까지 개방된 중심축을 따라 걸으며 타이완의 예술계, 디자인계, 산업계에서 AI를 활용한 다채로운 사례를 만날 수 있게 했다.

Taiwan Design Week 2024 Theme Exhibition The Gateway 10
제2회 타이완 디자인 위크 주제전 전시장. 큐레이터들은 AI의 핵심 키워드로 ‘처리 과정(Processing)’을 도출해, 전시 디자인 과정에서 깔끔한 마감 처리 대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전시장 입구 근처에는 이번 전시의 주제 의식을 함축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중화권 미디어 아트 그룹 ‘디멘션 플러스Dimension Plus’의 ‘VS AI 스트리트 파이팅VS AI Street Fighting’이 대표적이었다. 오락실의 대전 격투 게임을 연상시키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참가자들이 미드저니를 이용해 제시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면 심판 역할을 맡은 AI가 키워드에 더 부합하는 작업을 가려내는 형식이다. AI의 창의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놀이로 치환해, 누구나 쉽게 AI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게 했다.

VSAI Street Fighting 01
타이완과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멘션 플러스의 ‘VS AI 스트리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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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 모델을 제공하는 ‘시맨틱 시커Semantic Seeker + 신테틱 스토리텔러Synthetic Storyteller’.

주제전이 첨단 기술과 만난 디자인을 보여줬다면, 올해 처음 열리는 파트너 국가 전시는 확장을 향한 주최 측의 의지의 표명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파트너 국가인 폴란드는 서체 전시 〈글자와 심벌: 디자이너들의 이야기(Letters and Symbols – Stories of Designers)〉와 〈내일의 유령들(Ghosts of Tomorrow)〉전을 열며 폴란드 그래픽 디자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중 폴란드의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쿠키 이완스키Kuki Iwanski의 개인전 〈내일의 유령들〉전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깃발 25개로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드러냈다.

Letters and Symbols Stories of Designers 01
폴란드 서체 디자인의 역사를 소개하는 〈글자와 심벌: 디자이너들의 이야기〉전.
Ghosts of Tomorrow by Polish Designer Kuki Iwanski 01
쿠키 이완스키의 개인전 〈내일의 유령들〉.

확장과 융합은 전시 기간 중에 열린 디자인 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완, 한국, 폴란드,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중 미래 디자인 트렌드 관련 포럼에 참여한 강필현 부산디자인진흥원장은 ‘AI 디자인’을 주제로 AI가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를 향상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Curator Tsung Yen Hsieh edited
Co curator Weijhe Lin edited
Co curator Eric Yu

“전시 디자인 과정에서는 관람객이 AI라는 진지한 주제를 쉽게 이해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장 곳곳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손 글씨와 귀여운 일러스트를 적용했으며, 각 작품의 주제와 의미를 요약한 짧은 텍스트를 벽면에 기재했다. 비록 관람객이 전시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AI를 흥미롭게 여기며 가벼운 대화 주제로 삼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총 옌 셰 · 에릭 유 · 웨이 제 린 주제전 공동 큐레이터

‘글로벌’ 어워드라는 과제를 남긴 2024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01 The 2024 Golden Pin Design Award Ceremony took place on the evening of December 13 at the Taiwan Traditional Theatre Center in Taipei
2024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

타이완 디자인 위크가 열리는 쑹산 문화창의공원에 자리한 타이완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전시도 함께 열렸다. 지난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21개 국가의 출품작 중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베스트상 후보에 오른 138개 작품을 소개한다. 큐레이팅과 전시 디자인을 맡은 타이완의 건축사 사무소 ‘아틀리에 SUPERB’는 작품을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유사한 성격의 카테고리별로 모아 총 세 곳의 공간에 나누어 전시했다. 또한 각 카테고리에 맞게 전시장을 다르게 연출해 자연스럽게 전시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Golden Pin Design Award Exhibition 01
2024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전시 중 일부.

지난 12월 13일 타이베이의 타이완 전통극 센터에서는 2024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베스트상 32팀, 특별상 2팀, 명예상 1명을 발표했으며, 그중 베스트상은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 10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7팀, 공간 디자인 부문 10팀, 통합 디자인 부문 5팀이 수상했다. 전체적으로는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강조하거나 공공 서비스의 혁신에 주목한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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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부문에서 베스트상을 받은 타이의 카페 ‘하루닷 촌부리Harudot Chonb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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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 출품작 중 유일하게 베스트상을 받은 폴란드 크라코우Kraków 국립 박물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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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베스트상을 받은 타이의 〈크로스오버 ll: 관계의 본질(Crossover ll: The Nature of Relationships)〉전 포스터 디자인.

국가별로는 타이완 15팀, 중국 3팀, 싱가포르 1팀, 홍콩 2팀, 일본 6팀, 폴란드 1팀, 타이 4팀으로, 중화권과 일본에 집중되었다.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는 2014년부터 글로벌 어워드로 확장하며 10년간 해외 출품작을 망라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수상 팀이 극히 일부 지역과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진정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고민과 변화가 요구된다. 그런 와중에도 공간 디자인 부문 3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1팀을 배출한 타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폴란드 등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의 세계화가 더디지만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President Chi Yi Chang

“AI는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가능성이다.”

치이 창 타이완 디자인 리서치 인스티튜트 대표
제2회 타이완 디자인 위크의 주제는 AI와 연관이 깊다. 주제 선정의 배경이 궁금하다.

AI의 대두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생활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타이완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좋든 싫든 앞으로 우리는 AI를 활용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용기 있게 뛰어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AI는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가능성이다.

올해 처음으로 파트너 국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타이완 디자인 위크는 타이완 디자인 신와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그래서 국제 교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큰 신흥국들과 파트너십을 맺고자 한다. 매년 다양한 국가와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타이완 디자인 신만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명확하게 구별되는 정체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타이완 디자이너들이 순환 디자인, 사회적 디자인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디자인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타이완 디자인 신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9호(2025.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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