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속에 담은 따뜻한 응원과 위로, 킨제네라

섬세한 감각으로 예민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좋은 브랜드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것이 중요하겠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브랜드가 아닐까.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사용자에게 제품으로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브랜드 킨제네라(KEENGENERA)의 이야기.

수건 속에 담은 따뜻한 응원과 위로, 킨제네라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방문자들의 눈길을 유난히 사로잡은 곳이 있다. 수건 속에 마치 한 폭의 유화를 그려 놓은 듯한 디자인, 그리고 대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컬러 배색으로 미감을 챙긴 브랜드 킨제네라(KEENGENERA)가 바로 그 주인공. 영, 유아를 위한 패브릭 브랜드 밤부베베에서 새로 기획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수건, 코스터 같은 다양한 제품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단순히 감도 높은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 메시지와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며 지친 현대인들에게 제품 속에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담아 보내는 브랜드 킨제네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Interview with

킨제네라(KEENGEN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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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테마의 룩북 ©KEENGENERA

— 킨제네라라는 브랜드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킨제네라는 영단어 ‘예민한, 열망하는’을 뜻하는 ‘KEEN’과 ‘종족’을 뜻하는 단어 ‘GENUS’의 복수형 ‘GENERA’를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예민한 종족들’이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예민함은 섬세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섬세한 감각으로 예민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또 그런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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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테마의 룩북 ©KEENGENERA

— 모기업인 밤부베베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유아 제품을 만들다가, 새로운 타깃과 콘셉트를 잡고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밤부베베와 킨제네라는 서로를 소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킨제네라가 태어난 계기를 이야기하려면 밤부베베 빼놓을 수는 없어요.

현재 한국 유아 시장의 볼륨은 커지고 있지만,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내에서는 시장의 확장과 새로운 타깃, 신규 브랜드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습니다. 제품을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전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실 밤부베베는 신생아들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이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날염과 디자인 등에 대한 제약이 많았어요. 그래서 외부 요청이 있어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었죠.

또, 좋은 제품을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사실 밤부베베의 제품은 성인이 사용해도 좋은 제품입니다. 소재라든지 마감 처리 같은 것들이 최대한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밤부베베의 제품을 주변 지인들 선물하면 영유아 제품 브랜드라는 인식 때문에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아기에게 준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죠. 이런 부분이 안타까웠어요. 아이들도 너무 소중하지만, 우리 모두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소중한 사람이 좋은 제품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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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테마의 룩북 ©KEENGENERA

— 킨제네라를 만드는 초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킨제네라를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키워드는 ‘향유’였어요. 좋은 제품은 사용자를 위해 제대로 사용될 때 제품의 효용 가치가 있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저희 욕심대로 좋은 소재, 염료, 디자인 등을 모두 넣어 제품을 만든다면 가격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은 낮아지겠지만, 그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해 주실 것이라 믿고 향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향유’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은 디자인이 아닌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킨제네라를 기획할 당시 밤부베베의 기술력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프리미엄 디자인 수건 시장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질 것으로 판단했고 디자인만으로는 차별성이 없을 것으로 보았어요. 그래서 ‘제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물음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것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담긴 ‘테마’라는 컬렉션 개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 킨제네라의 그래픽 모티프나 키 이미지(KEY IMAGE)가 궁금합니다.

킨제네라의 그래픽 모티프는 각 테마별 스토리에 맞춰서 진행됩니다. 주로 모던하고 유니크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곳에서 모티프를 얻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컬러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공감, 위로, 희망, 용기 등 여러 감정도 함께 추가해 제품 속에서 유기적인 형태와 극적인 균형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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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테마의 제품 디테일 사진 ©KEENGENERA

— 유아용품을 만들던 브랜드인 만큼 소재에 있어서 예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나 제품에 있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어떤 것인가요?

말씀하신 대로 유아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원단이 사용자의 피부에 끼치는 영향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신경을 씁니다. 밤부베베가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 퀄리티와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베이스가 되어 킨제네라를 운영할 때도 퀄리티는 기본적인 요소가 됩니다. 수건으로 예를 들면 제품의 사이즈, 컬러, 소재, 세탁 후의 이슈나 터치감 등 전반 사항과 디테일 모두를 신경 쓰는 편입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을 만드는 저희는 아니까요.

​이번에 소재로 사용된 대나무 섬유는 테마가 ‘새벽’이기 때문에 텍스처까지 그 느낌을 전하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추후 나올 테마에서는 대나무 섬유가 아닌 다른 소재로 테마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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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테마의 룩북 ©KEENGENERA

— 프리미엄 수건 브랜드는 이미 많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수건 브랜드여야만 했나요?

킨제네라를 준비한 건 꽤 오래전부터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리미엄 디자인 수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 진입한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수건이라는 물건은 아기부터 어른까지 매일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이기도 하잖아요. 그동안 저희가 꾸준히 만들어왔고, 제일 잘하는 제품군이 패브릭이기 때문에 수건을 메인 상품으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킨제네라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수건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테마가 나올 때마다 어울리는 제품들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소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몇 차례의 테마를 출시하고 스토리를 이어가면 킨제네라만의 색깔은 지금보다 더 분명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 첫 테마인 ‘새벽’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그리고 주제를 ‘새벽’이라고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규 브랜드를 위해 팀을 꾸리고 있을 때 나왔던 주제 중 하나는 ‘자연’이었습니다. 너무 좋은 영감의 소재지만, 문제는 ‘자연’을 모티프로 하는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죠.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고 더 뾰족한 주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 속 자연’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로 표현하면 더 특별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였습니다.

신규 브랜드를 위해 TF 팀이 구성된 이후에는 해당 팀원들과 함께 아이데이션해 나온 여러 키워드 중 첫 번째 테마를 ‘새벽’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늦은 저녁의 새벽이 아닌 동이 떠오르기 직전의 새벽. 아직은 깜깜하지만, 곧 이내 밝아져 설레고 희망찬 하루의 시작을 하게 되는 새벽이 킨제네라의 시작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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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중심으로 진행한 ‘새벽’ 테마의 룩북 ©KEENGEN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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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새벽’ 테마 룩북. ©KEENGENERA

— 룩북을 여느 수건 브랜드처럼 진행하지 않고 인물을 활용해 찍었더라고요. 이 점도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스토리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제품 촬영 시 제일 먼저 요구했던 사항은 모델이었습니다. 물론 제품도 중요하지만, 향유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도 중요했습니다. 화보에서도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도가 표현되길 바랐기 때문에 모델은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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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새벽과 떠오르는 해를 은유적으로 제품에 풀어냈다. ©KEENGENERA

— 수건 안에 하나의 추상적인 그림을 담는 것 같습니다.

새벽의 자연,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사람들, 새벽녘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 짙은 어둠을 밀어내고 떠오르는 태양의 사진들을 보며 새벽을 마주하는 저희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이입시켰습니다. 유기적인 형태와 균형감 있는 모티프, 그리고 컬러감으로 테마를 표현하려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 홈페이지의 ‘에피소드’라는 섹션이 있어 읽어보니, 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가는 것인지, 그리고 ‘에피소드’ 섹션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에피소드는 브랜드 기획자의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향유’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제품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럼 제품을 더 잘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드러나는 개인적인 시각으로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NEXT RELEASE’라고 쓰인 이미지를 봤습니다. 앞으로 나올 테마에 대한 소개 혹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가능할까요?

25년 1분기 이내에 오픈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살짝 소개하자면 새벽 이후에 맞이하는 빛을 표현하려 합니다. 새벽과는 또 다른 테마로 조금은 더 따뜻하고 포근한 인상을 줄 거로 생각합니다. 그 느낌을 위해 새로운 소재로 진행하고 있고, 디자인과 컬러감 역시 다르게 표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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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진행했던 첫 팝업스토어 현장 ©KEENGEN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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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에 파주 뮤지엄 헤이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 현장. 수건의 디자인을 액자에 전시하고, 나만의 새벽 그려보기, 촉감 전시 등 다양한 체험공간도 마련했다. ©KEENGENERA


— 팝업 스토어나 페어 공간을 보니 킨제네라의 공간도 기대가 됩니다. 혹, 앞으로의 팝업 혹은 오프라인 스토어 계획이 있나요?

감사하게도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은 분들과 만나기 위해 계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오프라인 팝업과 리빙 및 디자인 페어로 만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2025년에는 1월에 파리 메종 & 오브제(Masion & Object Paris)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킨제네라를 소개할 기회가 생겨 기쁘네요. 또한 개인적으로는 브랜드가 더욱 커져서 브랜드 이름을 건 오프라인 매장으로 만나 뵙는 것 또한 설레는 일이라 생각하며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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