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일상의실천의 A to Z: <디자인플러스>부터 <2024 올해의 프로젝트>까지
권준호·김경철·김어진 일상의실천 공동 대표
일상의실천은 대기업부터 비영리 단체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때로는 목적과 본질에 충실하게, 혹은 주어진 역할 그 이상으로 사회와 일상에서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풍경을 직조했다. 일상의실천이 올 한 해 선보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그 안에 녹여둔 디자인 철학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일상의실천은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세 명의 디자이너가 가진 각기 다른 생각과 철학의 교집합과도 같습니다. 지난 11년간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없는 문제도 발견해서 제안하는 디자인 파트너,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디자이너의 목소리를 발산하는 작품 활동까지, 그간 일상의실천이 걸어온 여정에서 발견한 디자인 키워드 그리고 이들이 꼽은 2024년 올해의 프로젝트를 A to Z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프로젝트 A to Z
ACT Festival 2024 |
A |
김어진 대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개최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ACT 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2024년 올해의 프로젝트로 선택했다.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하는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개발하는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상적으로 페스티벌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를 배제했다. 대신 타이포그래피로만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그는 다양한 감각을 문자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픽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가 하나의 방법론으로 가진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구축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일상의실천의 구성원인 양현호 디자이너와 서로 호응하며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Design+ |
D |
디자인플러스(Design+)는 월간 <디자인>과 디자인프레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이다. 일상의실천은 디자인 파트너로 월간<디자인> 제호 리뉴얼과 함께 ‘디자인플러스’ 웹사이트 개발을 진행했다. 지난 3월 플랫폼 론칭 이후 최근에는 웹사이트 리뉴얼과 더불어 신규 서비스 ‘D.find’와 ‘Young’도 오픈했다.
D.find는 디자인 전문 회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검색 서비스다. 2010년부터 2년마다 월간 <디자인>에서 발행하는 프로젝트 단행본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서 소개하는 디자인 전문 회사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울러 기업, 브랜드, 공공사업 등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디자인 전문 업체와 그들의 프로젝트를 선별해 매달 소개하는 ‘Focus 9’도 눈길을 끈다.
D.find가 디자인 업계에서 공력이 쌓인 이들을 찾는 서비스라면 ‘Young’은 서비스명 그대로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군과 디자인 학과 및 대학원생들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School Show‘는 전국 대학교의 디자인 학과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졸업 전시회를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Meet‘에서는 현재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한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통해 신예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일상의실천은 디자인 파트너로 디자인플러스의 신규 서비스 구동을 위한 개발과 디자인을 함께 했다.
Everyday Pract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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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실천’의 이름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혹시 발견했을까? 바로 띄어쓰기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상의실천이 ‘일상’과 ‘실천’을 붙여 쓴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다.
“일상의실천이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되기를 바랐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기에 고유한 명사인 상태일 때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일상의실천’을 구성하는 두 단어에는 디자이너로서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태도와 의미가 중의적으로 작동하는데요. 직업인으로서 기술을 숙련하는 사람처럼 디자이너로 매일매일 훈련하듯이 작업하며,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늘 깨어 있고 고민해 가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Good Desig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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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실천의 공동 창업자 세 명은 좋은 디자인, 그리고 좋은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도 각자가 다르다. 김어진 대표는 스스로 작업을 하면서도 ‘익숙한 것은 차갑게, 낯선 것은 반갑게’라는 문장을 되뇌며 작업한다. 익숙한 것은 섬세하게 고쳐 나가고 냉정하게 바라보며,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보다 수용하는 자세로 항상 반갑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좋은 디자이너의 태도라고 말한다.
김경철 대표는 여러 가지 툴을 현시점의 언어에 맞게, 그리고 자신의 디자인 스타일에 적용해 디자인의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디자인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권준호 대표는 7~80%는 목적에 충실하게, 나머지 2~30%는 창작자로서 메시지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Naver Campaig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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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은 김경철 대표가 꼽은 2024년 올해의 프로젝트다. 일상의실천은 2024년 한글날을 기념한 네이버의 ‘한글 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의 웹사이트를 기획, 제작했다.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은 신조어나 외래어의 증가로 사라져 가는 ‘우리말 모음’을 소개한다. 우리말의 의미를 전해주는 ‘숨은 우리말’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다듬은 우리말’을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페이지 간 별도 이동 없이 한눈에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 구조를 디자인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개발팀 구성원 전원이 참여했어요. 근래 이렇게 체력적으로 오래 일한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밤을 새우면서 작업했네요. 그만큼 올 한 해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아요.”
Ownersh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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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실천은 3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11명에 이르는 조직 규모로 성장했다. 공동 창업자 3인이 디렉터로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구성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은 구성원의 의지다. 하지만 디렉터로서 구성원의 프로젝트 오너십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한다. 김어진 대표는 단순히 프로젝트 리더 혹은 회사 대표가 아니라 디자인 업계의 선배로서 구성원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해 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아울러 또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자신도 참여하며 서로가 가진 장점을 보완해 가며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함께 하는 것 또한 프로젝트 오너십(ownership), 즉 주인 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Tool |
T |
일상의실천의 김경철 대표는 개발하는 디자이너다. 현재 일상의실천에서 개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경철 대표가 개발을 전담하면서부터 일상의실천은 아이덴티티 등 그래픽 디자인 작업과 웹사이트 개발을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나아가 올해 일상의실천은 개발도 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개발만 하는 개발자를 뽑기도 했다. 개발 조직을 이끄는 만큼 김경철 대표는 다양한 툴에 관심이 많다. 코딩도 프로그래밍 언어인 만큼 LLM 언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그래서일까? 그는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라면 나날이 발전하는 다양한 툴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Vibrant WiFi Design Proj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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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호 대표는 KT에서 출시한 유무선 공유기 ‘Vibrant’의 스킨 디자인을 2024년 올해의 프로젝트로 꼽았다. 그래픽 디자이너, 도예가, 제품 디자이너 등 창작자들과 함께 사용자의 취향과 인테리어 스타일에 따라 스킨을 교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일상의실천은 프로젝트 아이덴티티 그래픽 디자인과 작가 섭외, 웹사이트 구축, 오프라인 전시까지 통합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공유기의 다양한 스킨을 360도로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는 개별 아티스트의 디자인 콘셉트와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웹사이트가 온라인 전시의 성격에 가까웠다면 지난 2024년 5월 24일부터 6월 9일까지는 XXPRESS에서는 오프라인 팝업 전시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일상의실천은 동시다발적인 기획과 디자인을 통해 관람객과 사용자에게 통합적 경험을 선사하며 프로젝트 디렉터이자 기획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White Cube |
W |
일상의실천은 2013년 활동을 시작하며 사회적 이슈와 메시지를 던지는 자체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작품 활동은 업계에서 조금씩 알려지면서 어느새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작가로 섭외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화이트 큐브라는 공간에서 작품이 실현된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작업이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화이트 큐브라는 배경에서 소개되는 만큼 작업에 대해서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또 다른 방법론을 찾고, 성장시키며 이를 또 다른 작업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 그렇게 하나씩 발전시켜 온 작업을 모아 지난해 10주년 기념 전시를 선보였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