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구오듀오
국내 가구 디자인 신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구오듀오'. 산업디자인을 기반으로 가구, 오브제, 제품 등을 비롯해 비주얼 디렉팅까지 포괄하며 이른바 '3차원 디자인'을 폭넓게 수행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995년생 동갑내기 맹유민과 이화찬이 운영하는 산업디자인 스튜디오 ‘구오듀오’는 햇수로 올해 5년 차이지만 단기간에 구오듀오라는 이름을 디자인계에 각인하며 놀라운 성취를 보이고 있다. 스튜디오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디자인붐〉에 일명 ‘버섯 균사체 탈’이 소개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에는 독일 비트라 하우스에서 열린 〈New Folk〉전에 참여했고 같은 해 성수동 서플라이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국내 리빙 브랜드 ‘위키노’, 스웨덴 가구 브랜드 ‘헴Hem’을 비롯해 나이키, 래코드 등과 잇달아 협업했고, 오는 1월 열리는 메종 & 오브제의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에 선정되며 국내 가구 디자인 신의 새로운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대체 이들은 여타 스튜디오와 어떤 차별점이 있기에 이런 성취가 가능한 것일까? 인터뷰에서 건넨 질문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비교하기보다 우리에게 집중한다. 우리가 재밌다고 여기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한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디자인 스튜디오의 개성을 규정하는 것은 디자이너라는 뜻이 된다. 그렇기에 맹유민과 이화찬의 커리어를 잠시 되짚을 필요가 있다.
이화찬은 스웨덴의 폼 어스 위드 러브Form Us with Love, 일본의 시게키 후지시로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맹유민은 덴마크의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Cecilie Manz Studio, 한국의 SWNA에서 디자인 실무를 익혔다. 오랜 기간 몸담은 것은 아니었지만,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배운 것이 많았다. 이화찬은 폼 어스 위드 러브에서는 체계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시게키 후지시로 스튜디오에서는 디자이너의 개성을 상품화하는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맹유민은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들이 레퍼런스 없이 온전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영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며 감명받기도 했다. 대학교 동기인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와중에도 전화 통화로 각자의 경험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온전히 공유하게 되었다.
이렇듯 구오듀오의 중요한 특징은 디자인 과정에서 두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대화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직업은 무형의 생각을 유형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똑같은 키워드를 들어도 두 사람이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며 각자에게 떠오른 느낌, 문장, 이미지를 일치시키려고 한다.”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방향성을 정한 뒤에는 스토리텔링과 조형 모두 간결하게 정리한다. 디자인에 담긴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형태는 불필요한 부분이 없도록 최대한 다듬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가 위키노의 ‘비노Vino’ 컬렉션이다. ‘비노’는 이탈리아어로 와인을 뜻하는데, 와인을 곁들인 따뜻한 소통의 시간을 가구 컬렉션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간결하고 담백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한편 디테일도 신경 썼다. 미세하게 컬러의 톤을 조정하며 비노 컬렉션에 어울리는 정확한 컬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처럼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에디션’이라 부르는 자체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조형을 실험하면서 구오듀오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산업 디자인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며, 심미성과 기능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중요시한다.
한편 구오듀오는 최근 들어 전시 공간의 시노그래피 디자인과 비주얼 디렉팅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을 대중에게 잘 소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직접 찾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구오듀오가 앞으로 디자인하고 싶은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직접 디자인하는 상상을 해본다고.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보자면 이 상상이 마냥 허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