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김미연의 A to Z : 아르헨티나 벤시츠 궁 전시부터 파리 메종&오브제까지

김미연 아엘시즌⋅메타포 서울 대표

어느 시인은 말했다.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순수 미술과 공예, 브랜드와 전시, 기획자와 아티스트 등 김미연 대표가 스스로 경계를 오가며 꽃처럼 피워낸 프로젝트를 키워드로 살펴본다.

[Creator+] 김미연의 A to Z : 아르헨티나 벤시츠 궁 전시부터 파리 메종&오브제까지

김미연 대표의 프로젝트에서는 충만하고 충실한 서사가 펼쳐지고 깊은 사유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늘 이유가 궁금했는데 인터뷰를 하며 깨달았습니다. 김미연 대표가 기획자로 해석해온 전시는 물성에 대한 탐구와 사람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죠. 대상에 대해 차근차근 시간을 들이고 깊은 대화를 나누며 본질부터 파악하니 여백이 있으되 공허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정한 설명은 있지만 설득과 강요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죠. 김미연 대표가 지난 10여 년간 가꾼 아름다운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프로젝트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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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엘시즌의 대표 제품인 스톤솝

한국의 사계절의 변화를 디자인 제품으로 담은 브랜드로 김미연 대표가 2018년 론칭했다. 일상생활에 깊이 있는 아름다움과 격조 있는 테라피 컬렉션을 제안하기 위해 공간 테라피 오일과 도자기 향합을 선보였고, 계절의 색감을 표현한 이지 웨어와 암석을 닮은 비누 ‘스톤솝’이 대표 제품이다. 2018년과 2019년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에 참가는 한국 미감에 대해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없었더라면 유럽에서 아엘시즌을 판매하는 사업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Daily Lives of Hanoks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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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복원가의 방 ‘온전당’(위)과 한국 정원을 재해석해 공예품 전시 공간으로 꾸민 ‘주성원’(아래)을 연출한 〈서울한옥일상〉 전시

전시명 서울한옥일상
기간 2022. 11. 18 – 11. 27
장소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3층 비움홀
주최 서울특별시 한옥정책과
주관 디자인프레스
후원 디자인하우스
디자인 파트너 덴스크, 아엘시즌, 참우리

2022년 11월 18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특별시 한옥정책과 주최, 디자인프레스 주관으로 열린 〈서울한옥일상〉 전시에서 ‘온전당’과 ‘주성원’이라는 공간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온전당은 문화유산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파손된 옛 기물을 복원하는 이의 공간으로 설정해 한옥을 꾸몄다. 주성원은 자연을 관조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인 배산임수 사상을 모티프로 한국적인 정원을 구성하고 공예가들의 작품을 배치해 쉼이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한옥과 공예가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일상과 가깝게 제안했던 전시로 공간과 기물의 유기적 관계를 심도 깊게 고찰할 수 있었다.

ESCALADER LE PRINTE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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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오브제 2024에 참가한 〈봄을 오르다〉 전시 부스 전경

한지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2024년 메종&오브제 전시 〈봄을 오르다(ESCALADER LE PRINTEMPS)〉. 세계적 조각가 박선기 작가는 숯을 활용해 한지와 어우러지도록 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이갑철 작가는 한국 곳곳을 누비며 담은 필름 사진을 한지로 인화한 사진집으로 소개했다. 김선희,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 포는 박선기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각자의 해석으로 빛, 조형, 물성의 세계를 표현한 한지 작품과 상품을 선보이도록 이끌었다. 단순히 진열대에 놓이지 않도록 공간 디자인에 힘을 쏟았는데 특히 한옥을 재해석해 중정을 두고 면면의 공간이 중첩되어 각도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Journey Beyond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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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한국철도가 클라이언트로 개통 20주년을 맞은 KTX의 의미를 살펴본 〈여정 그 너머〉 전이다. 2024년 3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에서 개최했으며 강신재 예술감독과 함께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철도박물관 소장품과 더불어 미디어,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0여 명의 중진·신진 아티스트의 관점으로 KTX의 의미와 지향점을 제시한 점이 큐레이터로서 신나는 작업이었다.

“진주 출신이라 어릴 적에 할아버지댁을 오갈 때 기차를 탔던 개인적인 기억을 소환할 수 있었어요. 우리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고 접하는 것들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기록하고 가치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획을 좋아해서 〈여정 그 너머〉전을 진행하면서 소풍 가는 마음처럼 설렜습니다.”

METAPHOR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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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새해 인사를 빌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메타포 서울’의 비전을 살펴보았다.

“물성에 더욱 깊이 초점을 맞추고, 사람 중심의 전시와 콘텐츠를 발행하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움직임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메타포 서울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청년 예술인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고,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열린 기획을 준비하겠습니다.”

Purple Marble E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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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아티스트 김대희 작가의 ‘푸른 보라’(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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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마블〉 전시 포스터

전시명 퍼플마블 – Episode 1. No-where 어느 곳에도 없는, / Episode 2. Now-here 지금 이곳,
기간 1부 2022. 7. 9 – 9. 18 / 2부 2022. 10. 1 – 12. 31
장소 화성ICT생활문화센터
참여작가 강재원, 김대희, 김준수, 김호성, 민지연, 스튜디오 누에, 이석, 파이브콤마
주최 화성시
주관 화성ICT생활문화센터 ACTGROUND
후원 로얄앤컴퍼니
기획 메타포 32
연출 아엘시즌
큐레이터 조주리
공간디자인 세탁
사진 및 영상 Underatandsworks

〈퍼블마블(Purple Marble)〉은 김미연 대표가 예술감독 참여해 미디어 아트라는 생소한 설치예술을 관람객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했던 전시다.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총 6개월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ROYAL X 로얄엑스 R2’에서 개최한 미디어 아트 전시로 프로젝션, LED영상, 인터렉션 사운드, 플랜테리어, 공예, 키네틱 설치작품 등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들을 구성해 전시 레이어가 평면적이거나 단조롭지 않도록 애썼다.

Resid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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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대표가 10여 년간의 파리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아스트 스튜디오’라는 작은 레지던시 운영이었다. 순수 미술 작가나 공예가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전시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해방촌 골목 깊은 곳에 위치한 2층 양옥 건물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레시던시를 운영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메타포 서울의 든든한 플랫폼이라 여긴다. 그 시절 함께했던 작가들이 성장하고 인정받는 소식을 들을 때면 뿌듯한 행복으로 마음이 부푼다.

Trascendencia: La vida, conectando el espacio más allá del tiem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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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문화유산인 벤시츠 궁에서 열린 〈초월: 삶, 시간과 공간을 잇다〉 전시 전경

전시명 초월: 삶, 시간을 넘어 공간을 잇다
기간 2024. 11. 21 – 11.30
장소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주최 국가유산청
주관 국가유산진흥원
기획 운영국가유산청 전승지원과 장구연, 우선희, 김형준
국가유산진흥원 전승지원실 이치헌, 조성태, 차다율, 태권빈
협력 주아르헨티나한국대사관·문화원
예술감독 김미연
큐레이터 메타포서울 이예지
참여작가 김형학, 유태근, 이석
작품지원 김지선, 조현영, 이미연
그래픽디자인 아엘시즌 김현지
전시디자인 홍민희
사진 및 영상 김제원
전시협력 김선아, 남치헌, 이상훈
홍보 박효성
번역 전지윤
수행 모라비안앤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진행하는 ‘한국무형유산주간’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무형유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기획한 〈초월: 삶, 시간과 공간을 잇다〉전이다. 김미연 대표가 예술감독을 맡아 2024년 4월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사전 현장 답사를 다녀왔고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했다. 전시가 열린 공간은 아르헨티나의 문화유산인 벤시츠 궁으로 두 나라의 전통문화 유산이 시간을 넘어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초월의 미학을 구현했다. 한국의 전통공예 전승자들이 이어온 장인정신과 한국의 현대미술이 이뤄낸 예술적 교감이 아르헨티나라는 독특한 문화와 만나면서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랐고, 한옥이라는 전통적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아르헨티나 현지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초월: 삶, 시간과 공간을 잇다〉 전시 오프닝 영상

“전통공예는 우리 삶에서도 가까이 두어야 할 지혜이자 한국 미감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단어에만 함몰해 과거의 유산으로만 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곁의 장인들이 빚어낸 솜씨이기에 전통공예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까지 이어집니다. 이 흐름을 전달하기 위해 공간을 매개체로 삼았어요. 사랑채, 안채, 누마루 공간에 맞춰 그 공간에서 사용한 공예품을 배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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