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목해야 할 국내 전시 11
에디터가 추천하는 2025년의 주요 전시는?
올해도 흥미로운 미술 전시가 가득하다. 최근까지 공개된 주요 미술관, 사립 기관, 갤러리의 전시 라인업을 살펴본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올해도 눈여겨봐야 할 전시가 가득하다. 국내 주요 미술관부터 갤러리까지 최근 공개한 전시 라인업 중에서 주목해야 할 전시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민화와 현대미술의 만남
장소 경기도미술관(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기간 2024년 11월 15일 – 2025년 2월 23일
경기도 안산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과 민화의 조우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세계>라는 제목의 전시는 한국의 전통 민화로부터 K-팝아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자 미상의 전통 민화 27점과 현대미술가 19인의 작품 102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민화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팝아트는 어떤 양상을 이루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K-아트란 무엇일까?’, ‘민화와 팝아트 사이에서 K-팝아트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가 바로 그 질문들이다.
이외에도 전시는 ‘꿈의 땅’, ‘세상살이’, ‘뒷경치’라는 세 가지 세계관을 통해 민화와 현대미술의 관계,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빚어진 K-팝아트의 가능성을 소개한다. 우리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표현한 민화, 이를 바라보고 재해석한 현대미술, 그리고 그 접점에서 탄생하는 K-팝아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경기도미술관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전시는 오는 2월 23일까지.
피에르 위그, 국내 최초 미술관 개인전
장소 리움미술관(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기간 2025년 2월 27일 – 7월 6일
피노 컬렉션, 작가 및 샹탈크루셀 갤러리, 마리안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타로 나수, 에스더 쉬퍼, 안나 레나 필름, 파리 제공.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2025년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흥미롭고 다채로운 전시 라인업을 소개했다. 그중 첫 번째로 리움미술관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인다. 피에르 위그는 영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를 결합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생명과 같은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특히 자연과 인공,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주목할 건 바로 이번 전시에서 공개될 신작이다. 피노 컬렉션의 베니스 소재 미술관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리움미술관이 공동으로 제작 지원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대형 영상 작품부터 사운드, 조각, 설치 작품까지 지난 10년간의 주요 작품 14점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배움과 변화가 일어나는 하나의 장으로 제시한다. 전시장 안에 배치된 기존 요소들이 새로운 사건과 맞물려 전례 없던 개념과 형태로 진화하는 셈이다. 그가 제시하는 인간이 아닌 낯선 존재,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가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자.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다, 강명희 개인전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
기간 2025년 3월 4일 – 6월 8일
서울시립미술관은 강명희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새해의 포문을 연다. 1970년대 초 프랑스 이주 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작가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다. 오랜 시간 ‘존재와 자연과의 관계’라는 주제를 회화 연작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유목민처럼 자연 속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에서 탄생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유목민적 태도와 미학적 실천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단색화 거장 하종현을 향한 두 개의 전시
장소 국제갤러리(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4) / 아트선재센터(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기간 2025년 3월 20일 – 5월 초 (국제갤러리) / 2025년 2월 14일 – 4월 20일 (아트선재센터)
2025년 2월과 3월에는 아트선재센터와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단색화 거장 하종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하종현 5975〉라는 제목 아래 하종현 작가의 1959년부터 1975년까지의 초기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반면, 국제갤러리에서 3월 20일부터 열릴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다. 캔버스 뒷면에 물감을 밀어 넣어 앞면으로 물감이 스며나오는 작가의 고유한 작업 문법인 ‘배압법’의 탄생부터 최근 작품까지 그의 작업 세계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삼청동에 자리한 아트선재센터와 국제갤러리는 도보로 5분 거리인 만큼 두 전시를 한날한시에 모두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기간 2025년 4월 – 7월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의 첫 전시로 호주 태생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의 전시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전시로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였던 작품 (2017)를 중심으로 작가의 대표 조각 작품 10점,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론 뮤익은 피부 주름, 솜털, 근육, 모세 혈관 등 인간의 신체를 세밀하고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 작품을 제작한다. 작품의 크기 또한 놀라울 정도로 크게 혹은 작게 왜곡해 만든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다면 시각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스펙터클한 시각 효과 가운데 작가는 인간의 존재,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살펴본다. 독특한 작품의 외형이 전부가 아닌 셈이다. 예술과 철학의 의미를 사유하기를 제안하는 작가의 작품은 오는 4월 중으로 만날 수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을 만나다
장소 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기간 2025년 4월 2일 – 6월 29일
(오른쪽) 정선, 〈독서여가〉, 《경교명승첩》 中, 조선 1740-1741년, , 24.1 x 16.9cm, 간송미술관, 보물
호암미술관에서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작품 세계를 새해 첫 전시로 조명한다. 오는 4월 2일 개막하는 <겸재 정선>전은 그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 뿐만 아니라 산수, 인물, 화조영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정선의 회화 세계를 톺아본다. 총 1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겸재 정선의 작품 세계 전모를 소개한다는 점이 이전 전시들과 다른 점이다. 특히 고미술계의 양대 사립기관인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아울러 2026년 하반기에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새로운 작품을 더한 해당 전시의 순회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부활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간 2025년 5월-6월(과천) / 2025년 5월(서울)
2025년 5월과 6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소개하는 <한국미술 1900-1960>(과천), <한국미술 1960-1990>(과천), <한국현대미술>(서울) 세 개의 상설전이 열린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과천관에 각각 470평과 1,000평 규모의 상설 전시관을 대대적으로 마련했다. 과천관에서는 190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작품을, 서울관에서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의 대표 소장품을 선보인다.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을 언제든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이는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한국의 미술사를 보고 싶어 하는 국내·외 관객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소장품 0점으로 시작해 현재 11,800여 점의 수장품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으로 소장품의 질이 현격히 높아진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년간 지역 순회전을 마친 이건희 컬렉션도 이번에 마련한 상설전에서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238)
기간 2025년 8월 14일 – 11월 2일
8월에는 다시 한번 서울시립미술관을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 기획전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이 열리기 때문이다. ‘타이틀 매치’는 두 명의 작가(팀)을 초청해 작품 세계를 비교하고 대조하며 다양성과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전시다. ‘타이틀 매치’라는 제목은 권투 경기에서 챔피언과 도전자가 겨루는 경기의 이름과 형식을 차용했다.
올해는 2025년 미술관의 의제인 ‘행동’이라는 주제 아래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작가를 초청했다. 장영혜중공업은 사회 및 정치 이슈를 예술적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 왔고, 홍진훤 작가 또한 사진과 설치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 속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행동’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표현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전시는 8월 14일부터.
루이즈 부르주아를 만나다
장소 호암미술관 / 국제갤러리
기간 2025년 8월 21일 – 2026년 1월 4일(호암미술관) / 2025년 9-10월(국제갤러리)
(오른쪽) 뉴욕 자택에서 루이즈 부르주아, 2003. 사진: 낸다 랜프랭코, © The Easton Foundation
2025년 8월과 9월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오는 8월 21일부터 리움미술관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미술관 개인전이다.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인 거대 거미 조각 〈엄마〉, 〈밀실 XI(초상)〉을 비롯해 루이즈 부르주아의 초기 회화 등 주요 작품이 최초로 한국에서 소개된다.
특히 일기와 정신분석일지 등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글도 만날 수 있는데 어린 시절 기억과 트라우마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어서 9월경에는 국제갤러리에서도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지난 70년간의 조각, 드로잉, 판화, 설치, 회화,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구축한 예술 언어를 조명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규모와 성격의 전시를 통해 그녀의 예술 철학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간 2025년 8월 26일 – 11월 23일
오는 8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열린다. 부산과 광주 비엔날레, 그리고 창원 조각 비엔날레가 연달아 열린 지난해와 달리 홀수 해인 올해는 비엔날레가 쉬어가는 해로 그 가운데 열리는 행사인 만큼 기대감이 높다. 이번 행사의 예술 감독으로는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 할리 에어스(Hallie Ayres), 루카스 브라시스키스(Lukas Brasiskis) 세 명이 공동 선정됐다. 신비주의, 오컬트, 애니미즘, 인공지능, 가상현실을 키워드 아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상상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불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
장소 리움미술관
기간 2025년 9월 4일 – 2026년 1월 4일
홍콩 M+ 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불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도 오는 9월 4일부터 만날 수 있다. 리움미술관 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40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를 탐구해 온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선보인다. 초기 노래방 작업과 사이보그 연작을 필두로 〈Mon Grand Récit〉 (2005~)과 〈Willing To Be Vulnerable〉, 〈Perdu〉 연작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26년 3월 홍콩 M+ 미술관으로 이어지며, 이후 해외 주요 기관으로 순회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