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예술가에게는 온 세상이 영감의 원천이라지만 때로는 특별한 장소의 도움도 필요한 법이다.

2024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이 2002년부터 매년 여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서로 교류하게 함으로써 작품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별로 1명을 선발하며, 선정된 작가는 약 3개월간 스코틀랜드 더프타운에 위치한 글렌피딕 증류소 레지던스에 머물게 된다. 글렌피딕은 이 기간 동안의 여행 경비, 체류비, 작품 활동비를 제공해 작가가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작가들은 2010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엄유정 작가, 지난해에는 강주리 작가가 각각 선정되었다. 이 중 강주리 작가는 평소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재해석해온 시각예술가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Colours of You: 35 Days in Scotland’를 완성했다. 목장, 디스틸러리, 성 등 스코틀랜드에서 접한 평범한 순간을 포착해 형형색색의 펜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예술가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작품 활동에 터닝 포인트가 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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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urs of You: 35 Days in Scotland’ 부분도, 종이에 펜, 84×240cm, 2023. 지난해 스코틀랜드 체류 중 마주친 풍경을 기반으로 작업한 펜 드로잉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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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적인 삶을 밀어내고 평범한 것들을 이상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이런 점에서 술이 주는 효과와 유사했다. 캐나다, 대만, 핀란드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작가 5명과 함께했는데, 주로 각국의 미술계 현황이나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위스키 애호가로서 유명 위스키 장인들을 만난 것도 인상 깊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면 현지에서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설령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더라도 시각예술가이기에 작업으로 소통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소통하고자 하는 용기다.

강주리 시각예술가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49호(2024.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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