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패션위크가 기대되는 이유

패션계를 뒤흔들 디렉터 교체의 물결

샤넬부터 셀린느, 보테가 베네타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들이 자리를 이동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24년에 일어났던 디렉터 지각변동을 함께 살펴보며 25년, 그들이 선보일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기다려보자.

2025 패션위크가 기대되는 이유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패션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예정이다. 샤넬부터 셀린느, 보테가 베네타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들이 자리를 이동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24년에 일어났던 디렉터 지각변동을 함께 살펴보며 25년, 그들이 선보일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기다려보자.

맥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사라 버튼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창립자 리 맥퀸(Lee McQueen)이 생전 가장 신뢰했던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던 사라 버튼(Sarah Burton)이 26년 동안 맥퀸과 함께했던 긴 여정을 내려놓고 23년 10월 이별을 고했었다. 그녀는 맥퀸의 사후 14년 동안 정교한 테일러링 기술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페미닌함을 더하며 맥퀸의 정신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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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의 새로운 CD, 사라 버튼(Sarah Burton) ©GIVENCY

24년 1월, 매튜 윌리엄스(Matthew M. Williams)가 지방시(Givency)의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공석이 된 CD 자리에 그녀의 이름이 차츰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9월 지방시 측에서는 정식으로 그녀를 CD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리 맥퀸 역시 지방시의 CD를 역임했다는 점인데, 그녀 또한 리 맥퀸의 행보를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사라 버튼은 첫 지방시 컬렉션을 선보인다. 매튜 윌리엄스의 지휘 아래 역동적이고 모던함을 자랑하던 지방시가 그녀의 손을 거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기대를 해보자.

에디 슬리먼이 떠난 셀린느, 마이클 라이더를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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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의 새로운 수장, 마이클 라이더 (Michael Rider) ©CELINE

2018년,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뒤를 이어 셀린느(CEL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한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로고 변경, 디자인 무드 전환, 남성복 라인 설립 등을 통해 셀린느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그의 과감한 변화는 셀린느의 정체성을 완전히 재정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팬들 사이에서는 ‘올드 셀린느(Old Céline)’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반발이 있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팬들을 대거 유입시키며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리브랜딩했다. 그 결과, 초기 약 5억 유로였던 매출은 25억 유로로 급성장하며 셀린느는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2024년 10월, 재계약 불발로 그는 셀린느를 떠나게 되었다.

그 뒤를 이어 새롭게 CD로 임명된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는 피비 파일로가 이끌던 시절, 10년 동안 기성복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에디 이전의 셀린느 무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그는, 에디 이전의 브랜드 감성을 되살릴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2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그의 첫 셀린느 컬렉션이 발표된다. 과연 마이클 라이더가 떠나갔던 ‘올드 셀린느’ 팬들의 마음까지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에디 슬리먼은 어디서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샤넬에 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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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새로운 수장이 된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 ©BOTTEGA VENETA
사진 Alessandro Lucioni 사진 출처 VOGUE RUNWAY

칼 라거펠트의 오른팔이라 불렸던 바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가 24년 6월 샤넬을 떠난 후, 6개월간 공석이었던 CD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수많은 루머가 있었다. 에디 슬리먼부터 피터 뮬리에(Pieter Mulier) 등 많은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그중 보테가 베네타의 CD였던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12월 샤넬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샤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라거펠트와 오랜 시간 함께하며 샤넬의 컬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던 바지니 비아르의 임명 때와는 다르게 외부 디자이너를 디렉터로 선정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마티유 블라지는 메종 마르지엘라, 라프 시몬스, 셀린느를 거쳐 보테가 베네타의 수장이 된 인물로, 다니엘 리(Daniel Lee)를 이어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는 디렉터이다. 그는 25년 4월 샤넬에 합류하고, 첫 컬렉션은 같은 해 10월 파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참신한 상상력과 대담함을 가진 그가 써 내려갈 샤넬의 새로운 페이지를 기대해 보자.

공석이 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는 누가?

Photo Louise Trotter credit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얼굴,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 ©BOTTEGA VENETA

마티유 블라지의 이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석이 된 보테가 베네타의 수장 자리에는 까르뱅(Carven)의 CD인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가 임명되었다. 루이스 트로터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셉(JOSEPH)의 CD를 맡아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던 영국 브랜드 조셉을 자신만의 위트를 더해 트랜디한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2018년부터는 라코스테의 CD를 맡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새로운 트렌드로 재해석해 정체기에 빠져 있던 라코스테에 활기를 불어다 준 인물이다. 그 이후 23년 까르뱅의 수장으로 임명되며 약 2년 동안 특유의 섬세함과 차분함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전개하며 브랜드를 이끌어 나갔다.

그녀는 25년 1월 24일 보테가 베네타에 합류할 예정이다. 다니엘 리와 마티유 블라지의 대담함과 참신함으로 주목받던 보테가 베네타는 루이스 트로터의 차분함을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주목해 보자.

톰 포드의 발 빠른 대처, 하이더 아커만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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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의 극찬을 받으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사진 출처 VOGUE BUSINESS

톰 포드(Tom Ford)가 떠나간 톰 포드에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피터 호킹스(Peter Hawking)가 뒤를 잇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4년 7월, CD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 이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수장으로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톰 포드는 하이더 아커만을 ‘그의 테일러링은 날카롭고, 뛰어난 컬러리스트이며. 무엇보다 모던하다. 3월에 있을 쇼가 끝나면 내가 제일 먼저 박수를 보낼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의 패션 스승으로도 불리고,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사랑하는 디자이너인 하이더 아커만은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 디올, 메종 마르지엘라, 샤넬 등 다양한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뛰어난 실력의 디자이너다. ‘새로운 이브 생 로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정교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물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 F/W를 기점으로 마지막 런웨이 쇼를 진행했던 그는 최근에 23 S/S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꾸띄르 컬렉션의 게스트 디자이너, 캐나다 구스 최초의 CD로 활동하며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새로운 톰 포드의 첫 컬렉션은 25년 3월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신 시대를 열어가는 드리스 반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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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스 반 노튼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이끌어 갈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ossner) ©Dries Van Noten

38년 동안 브랜드를 이끌어가던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이 24년 6월 맨즈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브랜드에서 물러났다. 드리스 본인 역시 은퇴를 결심한 것에 대해 행복하다고 발언 한 적이 있는 만큼, 마지막 컬렉션은 우울함보다는 지난 시절의 회고와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6개월의 디렉터 공석 이후, 지난 12월 새로운 CD로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ossner)를 임명했다.

줄리안 클라우스너는 브뤼셀 시각 예술 학교 라 깡브르(La Cambre)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톰 브라운에서 인턴을 거친 뒤,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2018년 드리스 반 노튼에 합류해 드리스와 함께 6년 동안 여성복 라인을 이끌어가던 인물이다.

그의 첫 컬렉션은 2025년 1월, 남성복 록 북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3월에는 여성복 컬렉션으로 런웨이에 데뷔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드리스 반 노튼의 다음을 기대해 보자.

알렉산드로 미켈레, 발렌티노의 지휘봉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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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의 혁신을 불러올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사진 출처 INSTAGRAM @alessandro_michele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24년 3월 25년간 함께한 발렌티노를 떠난 며칠 후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다는 발표가 났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2015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 당시 단 5일 만에 컬렉션을 재구성하며 화려한 데뷔를 한 디자이너다. 신선함을 잃어가던 구찌를 특유의 독창성과 신선함으로 7년 동안 다시금 ‘핫’한 브랜드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24년 4월에 정식으로 발렌티노에 합류하며 9월에 첫 컬렉션을 앞둔 6월, SNS에 컬렉션 착장을 깜짝 선공개했다. 미켈레 특유의 젠더 플루이드 한 디자인과 맥시멀리즘을 잃지 않은 채 발렌티노의 정체성인 우아함까지 모두 담은 컬렉션을 업로드해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9월에 진행된 쇼 역시 예고했던 모습대로 진행되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구찌의 CD로 지낼 당시 파격적인 컬렉션을 많이 선보인 만큼, 그가 앞으로 발렌티노에서 선보일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임과 루머들

이 외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10년간 함께한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는 와이프로젝트(Y/Project)에서 사임을 했다. 킴 존스(Kim Niklas Jones)는 펜디(FENDI)를 떠났고, 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인 피터 도(PETER DO)는 헬무트랭(HELMUT LANG)에서 지휘봉을 잡은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떠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프로엔자스쿨러(Proenza Schouler)를 설립한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헤르난데즈(Lazaro Hernandez)가 브랜드에서 사임을 표했다.

이처럼 패션계에서 수많은 공석이 생기며 다양한 루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루머들 중 일부가 결국 사실로 밝혀져 공식 발표로 이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기에, 이러한 불확실성이 패션계의 가십의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다양한 루머들 속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2025년에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며, 그 어느 때보다 브랜드의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가장 좋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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