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국내 진출] 해킹 이케아 문화

브랜드의 잃어버린 개성, 대중이 찾아주다

2006년 줄스 얍(Jules Yap)이라는 한 여성이 만든 이 웹사이트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길 바라는 수많은 이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른 가구에 비해 저렴하다는 특징 역시 이케아 해킹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케아 국내 진출] 해킹 이케아 문화

교육 수준과 스펙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 시대로 인해 미래를 계획하기 힘든 20~30대를 소위 ‘이케아 세대’라고 부른다. 데이비드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대표작 <파이트 클럽>에서 열연한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은 극 중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케아가 만든 보금자리 본능의 노예가 되었다”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이처럼 대중문화나 일상에서 이케아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를 달리 보면이케아가 대중의 인식 속에 뿌리 깊게 각인되었다는 뜻이며 브랜드를 넘어 일종의 현상으로까지 번졌음을 의미한다. 구설수이든 칭송이든 상관없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브랜드가 되었을 때 진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기 때문. 이케아의 이런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해킹 이케아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서브컬처는 이케아 가구를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분해하고 재생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IKEAhackers.net은 이케아 해킹의 근원지다.

2006년 줄스 얍(Jules Yap)이라는 한 여성이 만든 이 웹사이트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길 바라는 수많은 이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른 가구에 비해 저렴하다는 특징 역시 이케아 해킹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들은 이케아의 정형화된 조립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맞는 가구를 개발하거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의미의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해킹 방법 안내서를 올려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현재 이런 해킹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 호주, 러시아, 이스라엘, 두바이 등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한국에서는 2013년 5월 네이버에 ‘이케아해커스’ 카페가 개설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 수는 5000여명. 적극적인 ‘해커’보다는 이케아라는 브랜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케아 공식 진출에 따라 앞으로 활동이 더 왕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해커스 카페의 심재윤 부운영자는 “이케아 해킹은 조립식가구의 특성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다.

처음 해킹 문화를 접했을 때 이런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이케아는 거대한 레고 블록과 같다.” 특히 최근 번지고 있는 3D 프린터로 해킹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했다. “이케아 가구를 해킹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연결 부위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해 경첩 등 연결 부위를 자유롭게 만들수 있게 되면 이케아 해킹 문화가 훨씬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위해 개성을 다소간 포기한 브랜드다. 대중에 의해 기업이 포기했던 개성이 복원된다는 점에서 이케아 해킹 문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0호(2015.0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