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를 삶으로 브랜딩하기,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

하태희 대표 인터뷰

공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가 제안하는 일상적 공예란 어떤 모습이며, 그 안에 담긴 비전은 무엇일까? ‘공예는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하태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예를 삶으로 브랜딩하기,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

압구정에 위치한 5층 규모의 아고빌딩은 건물 전체가 공예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지난 9월 문을 연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Table of Craft, 이하 TOC) 역시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TOC는 ‘EVERYDAY CRAFT’, 즉 ‘일상적 공예’라는 슬로건과 함께 공예를 단순한 예술이나 전통이 아닌 삶의 일부로 제안하는 공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로서 다년간 활동해온 하태희 대표는 공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TOC라는 브랜드와 공간을 통해 모두의 일상에 공예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꿈꾼다.

Interview

하태희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 대표
2024년 9월에 문을 연 공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를 이끌고 있다. TOC를 창립하기 전에는 브랜딩과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특히 온라인 커머스 29CM의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감도 높은 마케팅 전략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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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희 대표 © Table of Craft

마케터와 공예 사이에서

공예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요. 공예에 빠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부암동에 살던 시절이었어요. 집 근처에 도자기 공방이 있었는데, 계속 호기심이 생겨서 취미로 도자기를 하게 됐어요. 손으로 만드는 일에 즉각적인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마케터의 일이 손에 잡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또 고강도의 난이도 높은 PM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흙을 만질 때면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더군요. 도자기에 빠지면서 우드 카빙 같은 다른 취미도 갖게 되고, 공예품도 하나둘 모으게 됐어요. 해외를 가거나 전시를 찾을 때도 그쪽으로 관심이 가고요. ‘너무 좋다. 사람들도 많이 쓰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 관심이 어떻게 공예 숍으로 이어졌나요?

​40대를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하는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걸 쫓아서 내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당시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영감이 되었습니다. 도쿄R부동산이 공유하는 네 가지 가치가 있는데요, 첫째 하고 싶은 일 하기, 둘째 제대로 돈 벌기, 셋째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기, 넷째 함께하면 즐거운 동료와 일하기예요. 그 네 가지 기준을 라이프 비전으로 삼으면 좋겠다, 하며 생각하다 보니 그게 딱 공예였어요. 비즈니스 아이템으로도 공예가 좋다고 생각한 이유는, 저는 물건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여기 벽에도 “BUYING LESS, BUT BETTER”라고 적혀 있는데, 내가 소비하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들었는지 의식하며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것을 소비하기를 바라거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예가 지속 가능한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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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테이블 위의 조명을 장식한 직물은 정은실 작가의 ‘오 오브제’이다. TOC 브랜드 컬러를 활용해 맞춤 제작했다. © Table of Craft
온라인 스토어를 먼저 오픈하고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는데, TOC는 공간을 먼저 만들고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TOC가 입주한 건물은 1989년에 지어진 빌딩이에요. 처음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도자기 스튜디오를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준비하던 시기에 지인의 소개로 이 건물 전체를 브랜딩 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압구정은 럭셔리와 패션, 미용과 성형외과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동네인데, 생각해보면 문화적인 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이 건물 자체가 공예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 되길 바랐습니다. 저는 먹거리나 즐길 거리, 가령 차나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것도 공예적인 삶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프로젝트를 끌고 가다가 제가 자연스럽게 한 층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Table of Craft’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테이블을 일상에서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친구와 만든 출판 레이블은 ‘Table of Knowledge’거든요. (웃음) 지금 저희도 테이블 위에서 이야기하잖아요. 여기서 밥도 먹고, 미팅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요. 가장 일상적이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테이블 위에 모든 사람들이 공예품이 하나 정도는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었습니다.

공예 편집숍 대표의 브랜딩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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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스튜디오의 여백 플레이트들과 TOC 플레이트, 그리고 스튜디오 포의 커틀러리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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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모두 도자기처럼 보이지만 옻칠, 유리, 도자기 등의 공예품이 섞여 있다. © Table of Craft
바로 직전 회사인 온라인 커머스 29CM에서 브랜드 디렉터로 어떤 일을 했나요?

‘당신2 9하던 삶’, ‘29맨션’ 같은 브랜드 캠페인이나 온드 미디어를 담당했고, 이구성수 같은 오프라인 공간도 열었죠. 29CM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브랜딩과 인터널브랜딩을 재정립하는 일들을 했어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공예 숍을 차린 사연’ 같은 타이틀이 붙을 것 같은 이력이에요. (웃음) 공예품을 접할 수 있는 숍이 적지 않은데, 후발 주자로서 차별점을 어떻게 만들고자 했는지 궁금해요.

공예품을 산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인지되는 숍이 어디일까요? 저는 그게 비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공예품을 산다면 어디로 갈 것 같아, 물어봐도 딱 떠오르는 곳이 없다고 하고요. 공예 갤러리 아니면 리빙이나 가구를 메인으로 하며 공예를 다루는 이 시장의 포지션이 독특하다고 느꼈어요. 공예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숍으로 TOC가 인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본질적으로 TOC도 공예 라이프스타일 제안이에요. 공예를 어렵지 않게 삶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슬로건도 ‘EVERYDAY CRAFT’로 쉽고 직관적으로 잡았고, 모든 것을 ‘일상적 공예’라는 맥락 안에서 풀어내고 싶었어요. 보통은 세라믹의 비중이 높기 마련인데 TOC는 목공예, 옻칠공예, 섬유공예 등 다양한 공예 분야를 다루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공예품을 많이 선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공간 역시 다른 숍보다 캐주얼한 무드를 의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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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희 대표가 발품 팔아 찾은 빈티지 가구들이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다.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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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하우스 아도로 이어지는 TOC 내부 계단 © Table of Craft
공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위층의 티 하우스가 복층처럼 이어져 있는데 이 또한 전략이었을까요?

아마 국내에서 공예 숍에 티 하우스를 둔 곳은 없을 거예요. 5층의 ‘아도’는 별도의 공간 같지만, 연결되어 있잖아요. 두 층을 다 쓸 수도 있었지만, 숍인숍 개념처럼 꼭 티 하우스와 함께하고 싶었죠. 국내에서 잘한다는 티 하우스는 다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지금 저희도 공예품인 찻잔으로 차를 마시고 있잖아요. TOC가 제안하는 일상적 공예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이라는 것이 큰 전략이죠.

제가 독특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오픈한 지 3~4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전시와 워크숍도 몇 번씩 하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었잖아요. 온라인 사이트의 ‘Stories’ 콘텐츠도 인터뷰와 레시피 등 다양하고요. 절대 짧은 시간에 급하게 준비한 게 아니다, 뭔가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웃음) 그게 앞서 말씀주신 일상적 공예였군요.

공예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 쓰임이 있는 물건을 손으로 천천히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게 잘 자리 잡혔으면 좋겠어요. 제 회사 미션이 일상과 가까운 공예 문화 만들기거든요. 트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문화가 되었으면 해요. 사업계획서를 만들 때 시장 조사했던 브랜드 중 하나가 일본의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中川政七商店)이에요. 얼마 전 윤현상재에서 팝업을 열기도 했죠. 300년 된 기업인데, 매출이 600억 정도이고 직원도 수백 명에 이르러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비전은 ‘일본 공예를 건강하게 한다’예요. 제조업과 저 같은 소매업뿐만 아니라 만듦새가 뛰어나나 디자인과 브랜딩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공예품을 컨설팅해 새롭게 상품화하기도 하고,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며 넓은 뷰로 공예를 다루고 있어요. 현재 형태의 TOC 1.0 버전은 공예품과 작가와 생활인을 잇는 전환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나중에는 공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스테이, 작가님들의 브랜딩이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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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워크룸서울의 화분들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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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그려진 TOC 로고와 브랜드 컬러로 완성된 테이블 매트 © Table of Craft
테이블 위에 물건이 놓인 것 같기도 하고 테이블 앞의 사람 같기도 한 로고와 하늘색과 연두색 등의 브랜드 컬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디자인은 저와 오랜 인연이 있는 전 29CM BX 팀장과 함께했습니다. “나 이거 하려고 하는데 도와줘!” 이렇게 둘이 온라인 콜로 만나며 디벨롭했어요. (웃음) 저를 20대 때부터 본 친구라 제 취향을 잘 알고,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며 제안을 많이 해줬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 자연을 너무 좋아하는데, 하늘, 숲 같은 자연의 색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컬러들도 대부분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하게 됐어요. TOC라는 숍이 제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로고도 담백한 스타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TOC가 소개하는 공예품

TOC가 작가와 공예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손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 조건으로 실용성(Functional)과 예술성(Artistic), 크게 두 개의 축을 생각했어요. 어려운 예술이나 고루한 전통이 아닌 동시대적 감각으로 공예품을 이야기해야 일상에 스며들 거라고 생각했고요. 쓰임새가 명확하거나 실용적인 것이 70%, 작가의 개성이 크게 반영돼 숍에 새로움과 재미를 주는 것을 30%로 균형을 맞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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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헤이 스튜디오의 ‘Sad Hatters Cup’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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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C의 브랜드 컬러를 담아 제작된 오유글라스워크의 매트 파우더리 플레이트 © Table of Craft
실용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의 예시를 든다면

주로 눈과 그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주제로 도자 작업을 하고 있는 지헤이 스튜디오의 김지현 작가님은 호주 멜버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님이에요. 디깅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천 명도 되지 않았을 때 알게 되었는데요, 그런 위트? 작가님만의 색깔이 묻어난 것들이 제가 생각하는 TOC의 조금 재미있고 아티스틱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베이지와 블루 계열의 오유글라스워크의 플레이트는 저희 브랜드 컬러로 개발돼 TOC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컬러인데요, 너무 쉽게 손이 가고 쓰이는 그릇들이잖아요. 그럼에도 색감이나 디자인이 현대적이고요.

방금 말씀하신 지헤이 스튜디오도 그렇지만, 봉우리 스튜디오의 돌버섯 보울이나 하수진 작가님의 유리 식물도 TOC에서만 볼 수 있는데요, 새로운 공예가들을 발견하는 비법도 궁금해요.

저는 거의 17년 동안 마케팅을 했잖아요. 항상 레이더망이 켜져 있어요. 온·오프 관계없이 흥미롭거나 좋아하는 걸 사진 찍어 저장하고 디깅하는 게 습관인 사람이죠. 그걸 좋아하고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노션 문서에 쫙 펼쳐서 정리를 하고 한 곳씩 알아보며 진행했어요. 그런데 사실 이건 숙명 같아요. 숍이 신선 하려면 계속 발굴해야 하죠. 다행히 저는 그동안 쌓은 디깅하는 힘 덕분에 어렵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공예가들과 나눈 기억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벌교, 순천, 남원… 지난여름 작가님들을 만나러 많이 돌아다녔는데요, 뭔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 제가 TOC를 준비할 때만 해도 실체가 없는 숍이었잖아요. 20페이지짜리 브랜드 소개서만 덜렁 가지고 콜드 메일을 보냈는데, 운 좋게도 대부분 잘 만나 주셨어요. 만났을 때는 이런 숍이 생긴다는 것에 너무 반가워하고 응원해 주셨고요. 그러니까 이런 것도 넣고 싶어요, 저렇게 개발해 볼까요, 같은 이야기도 먼저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우리는 실체도 없고 정확한 오픈 날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오케이’는 받았고… 기쁘고 감사한 한편 정말 잘 해야 되겠다, 계속 그런 묵직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아 공예품 3개를 추천해달라고 미리 부탁을 드렸는데, 어떤 걸 고르셨을까 궁금해요.

우선 무화크래프트의 복(福) 시리즈입니다. 무화크래프트는 강원도 강릉에서 작업하는 자매 작가님들이에요. 언니가 도자기를, 동생이 비누를 만듭니다. 무화크래프트의 ‘복 잔’, 액막이 명태 ‘복순이’, ‘복 비누’ 등 새해 복의 의미를 담아 선물용으로 너무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용형준 작가님의 ‘도깨비 촛대’예요. 용형준 작가님은 스웨덴에서 전통 목공예를 공부하고 현재는 강원도 원주에서 아내 임현주 작가님과 함께 나무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디자인이나 색감이 굉장히 유쾌하죠. 이 촛대는 소원 촛대로도 알려져 있어요. 바닥면의 황동관에 소원을 적어 돌돌 말아 넣은 다음 초를 태우며 소원을 비는 것이죠. 시기적으로 집에 들이기 좋은 새해 아이템이에요. 마지막으로 밝은공방의 빗자루를 추천합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밝은공방을 운영하는 박지혜 작가님이 한산 모시풀을 사용해 정성껏 만든 빗자루예요. 지난해 안 좋은 일은 훌훌 쓸어버리고 다시 깨끗하게 시작하시라는 의미에서 골랐습니다.

공예는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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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스토어의 콘텐츠들
온라인 스토어 ‘Stories’ 카테고리의 푸드 에세이를 재밌게 보았어요.

사람들의 매일의 일상에 함께하는 에브리데이 크래프트를 실체 없이 제안할 수는 없어요.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더 상세하게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우리는 밥을 먹을 때 공예품을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돼요. 그 기회는 하루에 세 번이나 있고요. 그래서 먹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서칭하고 있던 두 팀인 스몰 바치 스튜디오(Small Batch Studio)와 굿모닝레시피에 제안서를 보냈죠. 일상적인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예품이 소개되는 방식이면 좋겠다고요. 사실 이 콘텐츠는 음식이 메인이에요. 이 상품은 이러니까 사세요, 보다는 누군가의 삶 안에서 쓰이는 공예를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시간과 기회가 되면 실제 공예품을 많이 쓰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사람들의 테이블 위를 아카이빙 하고 싶기도 해요. 올해는 요리책도 내보고 싶고요. 계속 그런 콘텐츠로 공예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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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리세라믹의 김은지 작가의 도구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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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형준 작가의 작업실 © Table of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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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헤이 스튜디오의 멜버른 작업실. TOC의 공예가 인터뷰에서 그들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다. © Table of Craft
공예가들의 인터뷰도, 푸드 에세이도 단순히 사이트에 오래 머물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말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으셨던 거군요.

저는 공예품을 접할 때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의도로 만들었을까, 늘 궁금했어요. 나중에 내 숍을 하면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싶었죠. 사람들도 그 스토리텔링 안에서 가치를 발견한다고 생각해요. 워크숍도 같은 맥락이에요.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 보니 사람들을 오게끔 하는 전략으로 유효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을 들여서 손으로 천천히 만든 것을 입고 먹고 생활하는 삶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면 했어요. 직접 경험하게 되면 깊이가 달라지잖아요.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워크숍을 해보고 싶어요.

워크숍이나 전시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무화크래프트와 함께한 TOC의 두 번째 전시 〈겨울을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 아무래도 얼마 전에 끝나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희와 함께한 전시가 무화크래프트의 첫 전시이기도 했고, 자매 작가인 두 분도 저처럼 회사 생활을 하다가 아무 연고 없는 강릉에 작업실을 차리셨다고 해요. 함께하는 에너지가 좋았고, 시골집을 모티프로 전시 공간을 꾸민 것도 즐거웠습니다. ‘감 비누’를 천장에 달면서 전기가 나가기도 하고, 짚단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던, 그런 시행착오가 조금 있었지만요. (웃음)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하시고 매일 손을 씻고 세수하는 비누도 에브리데이 크래프트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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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희 대표 © Table of Craft
가까운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깝게는 일본의 노조미 후카야 작가님의 작품을 선보이는 신나는 일이 남아 있어요. 작가님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문화에서 영감받아 동물, 식물, 악기 등을 모티브로 도자기 작업을 하시는데요, 도쿄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해 작업이 너무 독특해서 구매해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퀄리티도 좋고 디자인도 유니크해서 용감하게 연락을 드렸죠. 한국 숍에는 처음 입점하는 거고, 너무 예쁘고 좋은데 이제 저만 아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소개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기뻐요. 2월 1일과 8일에는 클로즈닡클럽과 뜨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전시와 협업한 무언가를 선보일 것 같아요. 2월 혹은 3월 정도에 기획해 실행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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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함께 일했던 팀원의 취미가 서예였어요. 제가 항상 품고 있던 문구였는데, 한번 써달라고 했더니 열심히 써서 준 거예요. 탁자에 하나 놓고 엘리베이터 옆에도 하나 붙였는데, 포토존이 되어 버렸어요. 다들 좋아하세요. (웃음)” © Table of Craft
대표님께서 공예를 처음 시작하던 때와 공예적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현재의 시각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얼마 전에 ‘나라는 사람의 취향도 참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이 종착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오래전부터 채식을 해왔고, 건강한 생활(몸과 정신)과 건강한 창작에 꾸준히 관심이 많았어요. 이러한 관심이 시기에 따라 여러 활동이나 취미로 나타난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 제가 공부하고 다루고 있는 공예를 돌아보니, 공예가 라이프스타일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TOC를 통해 공예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싶어요. 일상적 공예라는 개념도, 공예를 삶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제철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것도 공예적인 삶의 일환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이런 맥락에서 제가 오랫동안 쫓아왔던 관심사들이 결국 공예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귀결된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공예가 인터뷰에서 그들에게 하는 공통 질문 2개를 그대로 되돌려서 여쭤보고 싶어요. 당신에게 공예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TOC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시나요?

공예는 무엇인가… 짧게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공예는 좋은 것. (웃음) 함축적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말 같아요. 그리고 TOC라는 네이밍에 담긴 의미처럼, 매일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일상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테이블 위에 모든 사람들이 공예품 하나 정도는 둘 수 있도록 TOC를 통해 일상과 가까운 공예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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