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무비랜드는 이야기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람과 브랜드를 탐구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큐레이터 선정부터 독창적인 아트워크, 노동절 행사, 브랜드 협업까지, 무비랜드를 채우고 있는 이야기를 키워드로 따라가 봤다.

서울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성수동. 트렌디한 숍과 구옥이 공존하고, 다양한 팝업이 끊임없이 열리는 이곳에 2024년 2월, 무비랜드가 문을 열었다. 구옥을 개조한 아담한 3층 건물로, 30석 규모의 단관 극장을 품고 있다. 1층 티켓부스에서 직접 티켓을 받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날로그적 감성을 건드리는데, 공간 디자인과 큐레이터가 직접 선정한 영화, 브랜드와의 협업 등 모든 요소가 ‘이야기’로 연결된다.
프로젝트 A to Z
Curat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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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 20250220 02020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0_020202-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2 20250220 02015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0_020159-832x832.jpg)
무비랜드의 상영작 선정은 사람을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무비랜드는 신작 영화가 아닌 오래된 영화를 선정해 상영한다. 특별한 점은 직접 고른 영화가 아니라, 궁금한 사람에게 ‘인생 영화’를 추천 받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 추종자”인 모빌스그룹은 무비랜드를 기획하며 이야기의 주체로 ‘사람’을 떠올렸다. 5주 간격으로 큐레이터의 취향이 담긴 영화 4~5편이 상영되며, 그 기간 동안 무비랜드는 하나의 종합 큐레이션 공간이 된다. 극장주 모춘이 첫 번째 큐레이터로 등장, 7월에는 배우 박정민이 최초의 배우 큐레이터가 되었으며, 올해 1월에는 첫 글로벌 큐레이터로 일본 〈브루터스〉 매거진의 타지마 로 편집장이 함께했다. 무비랜드가 없었다면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의 어린 시절, 그의 감정을 뒤흔든 영화를 알 수 있었을까? 한편,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철학 아래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도 큐레이터가 된다.
“큐레이터 중에는 일하며 알게 된 인연도 있지만, 무작정 콜드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브루터스〉 타지마 로 편집장님의 경우, 다른 토크 이벤트로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무작정 기다렸다가 30분만 티타임을 부탁드렸어요. 그때는 무비랜드가 완공되기도 전이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지만, 저희를 흥미롭게 생각하시며 개관하면 불러달라고 하셨죠. 30분이 2시간으로 늘어나고, 오히려 저희가 취재를 당한 기분이었어요. (웃음) 그 카드를 아껴두었다가 이제 때가 됐다 싶어 지난 연말에 정식으로 큐레이터 요청을 드렸습니다.”
Free Work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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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3 20250219 21302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3028.jpeg)
소호는 올가을 출간을 목표로 모빌스그룹의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2021년 출간한 첫 번째 책 〈프리워커스〉가 기존 업무 방식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일을 구상하기 시작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지속 가능한 일의 실체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될 예정. 에세이 형식이었던 전작과 달리, 무비랜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 자료와 작업물이 풍부하게 담긴 보고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프리워커스〉는 모빌스그룹의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가 담긴 책으로, 2025년에도 유효하게 읽히는 질문과 고민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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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4 20250219 21305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3059-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5 20250219 21281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2815-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6 20250219 21280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2807-832x1040.jpg)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답게 무비랜드는 큐레이터와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차별성을 지닌다. 변주가 허가된 영화는 새로운 아트워크를 제작해 활용하며, 큐레이터 또한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가장 먼저 공개한다. 일관된 스타일이 아니라, 영화와 인물이 가진 고유함을 반영한 그래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새로운 아트워크는 다양한 색지에 인쇄되어 하나의 기념품인 리플렛으로 공간에 비치된다. 키오스크가 아닌 티켓부스에서 발권하는 톡톡하고 반들반들한 재지의 티켓 역시 특별한 추억이 된다. 티켓에는 상영 시각과 좌석이 스태프가 펜으로 직접 그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더욱 마음이 간다.
International Workers’ Day |
I |
더 나은 일의 방식을 고민하는 모빌스그룹에게 노동절은 명절보다 중요한 날이다. 이들은 2019년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런칭한 이후 매년 5월 1일, 노동절 잔치를 열었고 그 정신은 무비랜드에도 이어졌다. 극장 개관 후 처음 맞이한 노동절에는 ‘START WITH YES!’라는 슬로건과 함께 무비랜드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MOVIE LAND MAKING FILM: 무비랜드 686일의 기록〉을 상영했다. 올해는 무비랜드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더욱 고민하며 다가오는 노동절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MoTV |
M |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 모춘이 퇴사 후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며 브랜드 제작 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 바로 모티비(MoTV)이다. 초기 채널명은 ‘MoTV 모춘 브랜드 제작기’였으나 이후 모빌스그룹 멤버들이 기획한 새로운 영상 시리즈가 공개되면서 ‘MoTV’로 변경되었다. 현재는 ‘무비랜드 라디오’와 주간 업무 기록 ‘무비랜드 비디오’가 업로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279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2025년 2월 19일 기준) 무비랜드를 통해 모빌스그룹을 처음 알게 되었다면, 지금 모티비에서 모든 영상을 정주행해도 좋을 것이다.
Ra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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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가 인생 영화로 꼽은 작품의 선택 이유를 듣는 것까지 무비랜드의 기획에 포함된다. 모빌스그룹은 큐레이터와 나누는 긴 호흡의 대화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2024년 1월 1일, 무비랜드 라디오가 개국했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가’에서 시작한 대화는 큐레이터의 작업 방식, 태도, 그리고 일상으로 확장된다. 대화를 통해 큐레이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도. 무비랜드 라디오는 팟캐스트, 팟빵, 그리고 모티비에서 만날 수 있다.
toss bank@MOVIE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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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7 472346699 1585065242128136 1900672538667702799 n](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472346699_1585065242128136_1900672538667702799_n-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8 472916541 1103209054611176 4213660119230831204 n](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472916541_1103209054611176_4213660119230831204_n-832x832.jpg)
모빌스그룹은 브랜드 협업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깊은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영화적 순간’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토스뱅크 또한 이러한 철학에 공감하며 무비랜드를 찾았다. 2025년 1월, 무비랜드는 토스뱅크와 함께 웹툰 보조작가들의 노동 실태를 다룬 기획전 ‘웹툰노동’을 열었다. 토스뱅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웹툰노동: 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와 함께 오랜 시간 노동 환경을 다뤄온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를 상영했다. ‘웹툰노동’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보다 보편적인 노동 현실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는데,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들과 연결하여 보다 폭넓은 공감과 이해를 유도했다. 이 협업은 〈웹툰노동: 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가 토스뱅크 유튜브에 공개되기 전 다큐멘터리를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VENUS@MOVIE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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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9 20250219 21413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4138-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0 20250219 21413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4136-832x832.jpg)
2024년 10월, 무비랜드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무비랜드는 70주년을 맞은 란제리 브랜드 비너스와 함께 사랑을 주제로 한 특별한 영화제를 기획했다. 비너스가 70년 동안 연구해온 가슴의 형태를, 일곱 편의 다양한 사랑 영화(무비랜드의 표현에 따르면 “어린 날의 불도저 같은 사랑부터 죽음에 이르는 지독한 사랑까지”)로 은유한 것이다. 영화 선정부터 기획, 디자인, 마케팅, 공간 운영까지, 무비랜드가 주도하며 브랜드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협업을 기념하며 100피스 한정으로 제작한 파자마에는 한 끗을 더하는 무비랜드의 세심함이 돋보였다. 포켓 뒷면, 바지 밑단 등 7개 포인트에 상영작의 대사를 숨겨두었는데, 사랑하는 이와 함께 대사를 찾아가며 사랑을 속삭이길 바랐다고. 잘 설계된 무비랜드의 공간에서 ‘영화’라는 매개체로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감성을 전달했고, 관객은 이러한 영화적 순간들에서 브랜드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비너스의 뮤즈인 배우 이하늬와 그의 인생 사랑 영화 〈아무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무비랜드 라디오 배우 이하늬 편까지, 온오프라인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무비랜드만의 방식이 돋보인 케이스다.
WATCHA Party@MOVIE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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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1 20250219 22114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21144-832x1110.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2 20250219 21281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2811-832x832.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3 20250219 21281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212813-832x833.jpg)
OTT의 방대한 콘텐츠와 개인화 추천 시스템, 그리고 극장의 몰입감과 현장 경험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다. 왓챠와 무비랜드는 경쟁이 아닌 ‘보완’의 관점에서 파트너로서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다. 그 결과, 1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진행된 장기 캠페인 ‘왓챠파티@무비랜드’가 기획되었다. 왓챠가 큐레이터가 되어 매달 새로운 테마에 맞춰 영화를 선정한 것. 그렇게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무비랜드에서 왓챠파티가 열렸다. 지난 1년간 ‘발견의 기쁨’을 나누는 영화 17편이 상영되었으며, 780명의 관객이 그 순간을 함께했다. 왓챠파티@무비랜드는 단순한 상영 이벤트가 아니다. 영화가 가진 힘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며, OTT와 극장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모두가 ‘발견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4 20250219 06180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61805.jpg)
![[Creator+] 무비랜드의 A to Z: 큐레이터 선정부터 왓챠파티까지 15 20250219 05503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5503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