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어진 규칙의 미학을 담은 디자인 5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신선함
‘의자는 이래야 한다.’, ‘볼펜은 이래야 한다.’ 등의 정형화된 규칙과 규격에 맞춰 디자인된 제품들만 가득하다면 그야말로 지루하고 따분한 세상이 아닐까? 그런 기존의 틀을 깨고 신선한 상상력으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보여주는 디자인 5가지를 소개한다.

‘의자는 이래야 한다.’, ‘볼펜은 이래야 한다.’ 등의 정형화된 규칙과 규격에 맞춰 디자인된 제품들만 가득하다면 그야말로 지루하고 따분한 세상이 아닐까? 그런 기존의 틀을 깨고 신선한 상상력으로 사물의 형태를 뒤틀고 기능을 재구성하여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보여주는 디자인이 있다.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이고 혁신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디자인 5가지를 소개한다.
어댑테이션 소파(Adaptation Sofa)
by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

분명 소파로는 보이지만 그 위에 앉을 수 있는 의문이 든다. 균형이 맞지 않아 앉으면 넘어질 것 같은 묘한 착시를 주는 이 소파는 2016년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Cappellini)를 위해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가 디자인한 어댑테이션 소파(Adaptation Sofa)이다.


착시효과 때문에 부셔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좌석 부분의 다리 프레임이 다양한 높이로 설계되어 앉는 면이 바닥과 평행을 유지해 실제로는 꽤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양한 색상과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어 취향과 공간에 맞게 조화롭게 연출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가구이다.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적응의 중요성을 소파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안정성과 균형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황에 맞춰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르노 25(Renault 25)
by 에르윈 웜(Erwin Wurm)

공간이 뒤틀린 것처럼 보이게 합성한 사진 같아 보이지만, 자동차 주변의 집을 보면 합성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 자동차는 오스트리아 예술가 에르윈 웜(Erwin Wurm)이 만든 조각 작품이다. 실제 르노 25 차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차체가 과장된 곡선을 이루며 왜곡된 형태를 띠고 있다. 마치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도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만화적인 연출기법을 사용한 이 작품은 시각적 착시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안정감과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에르윈 웜은 이를 의도적으로 뒤틀어 자동차의 속성과 물리적 형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로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조각이 단순한 정적 오브제가 아니라 움직임과 시간성을 담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BR-03 Astro
by 밸앤로스(Bell & Ross)

이 시계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알기 전까지는 장난감 혹은 디자인 소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시계는 프랑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 밸엔로스(Bell & Ross)의 BR-03 Astro라는 모델이다. 이 시계는 우주라는 주제를 시계 디자인에 담아낸 독특한 아이템이다.



시침, 분침, 초침이 없는 이 시계에서 어떻게 시간을 알 수 있을까? 시계의 플레이트 가운데 위치한 지구를 중심으로 옆의 달이 분을, 화성이 시간을 표시한다. 지구에 부착된 작은 위성은 초 단위로 공전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 디자인적으로는 파란색 석영(Blue Aventurine) 만들어진 플레이트는 광활한 우주를 연상시키며 화성은 수공으로 정교하게 그려져 마치 진짜 화성 표면을 보는 듯하게 표현되어 있다. 달과 위성 또한 레이저 커팅을 이용해 세밀하고 자세하게 외형을 묘사했다. 시계의 보디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둥근 모서리를 적용시켜 조형적인 균형을 맞췄다. 또한,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수심 100미터까지 방수가 가능하고, 고무와 패브릭 두 가지의 스트랩을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999피스 한정으로 생산되는 이 시계는 우주를 손목에 담아낼 수 있다는 예술성, 그리고 실용적인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하이드 앤 시크(Hide and Seek)
by 야나기사와 세라(Yanagisawa Sera)

평범한 우산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바로 이것은 우산이 아닌 의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음 사진을 살펴보자.


일본의 디자이너 야나기사와 세라(Yanagisawa Sera)가 디자인한 하이드앤 시크(Hide and Seek)라는 이름을 가진 이 우산은, 사진과 같이 우산처럼 보이다가 펼치면 의자로 변형이 가능한 제품이다. 평소에는 우산처럼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는 간편하게 펼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우산의 형태 속에 들어있는 프레임이라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구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어 최대 160파운드까지 지탱할 수 있으며, 신축성이 좋은 원단을 사용해 앉았을 때 편안함을 준다. 또한, 우산처럼 접어서 휴대할 수 있어 배낭이나 핸드백에 넣고 다닐 수 있다. 이 의자는 접이식 가구를 현대 사용자에게 맞춰 재창조한 작품으로, 실용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캐비지 체어(Cabbage Chair)
by 넨도(Nendo)

처음 이 의자를 보면, 그것이 조형품인지 가구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 의자는 디자이너 오키 사토가 이끄는 넨도(Nendo)의 캐비지 체어(Cabbage Chair)로, 도쿄 롯폰기에서 열린 21-21 디자인 사이트 1주년을 기념하는 <XXIst Century Man> 전시에서 소개되었다. 이 의자는 일본 패션계의 거장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가 디자인을 요청한 새로운 개념의 의자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시그니처인 플리츠 원단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주름 종이를 재활용하여 가구로 변형한 작품으로, 넨도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의자로 태어났다.



의자는 롤 형태로 배송되어, 사용자가 종이를 한 겹씩 벗겨내며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종이에는 수지가 첨가되어 형태를 기억하는 특성이 있으며, 주름 종이가 겹겹이 쌓여 있어 탄력 있게 몸을 받쳐준다. 또한, 의자는 내부 구조나 프레임 없이도 튼튼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고민도 담고 있다. 못이나 나사 없이 조립할 수 있어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간단한 생산 방식 덕분에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가구의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다. 외형과 구조가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 강렬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는 ‘옷만 입지 말고 껍질을 벗으라’라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