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예술은 어디로 가는가?
임민욱 작가가 던지는 화두, <하이퍼 옐로우>전
임민욱 작가가 10년 만에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4월 20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하이퍼 옐로우>는 기술이 창작을 압도하는 시대의 모습과 현실의 갈등을 수용하는 예술의 쓰임을 이야기한다.

독창적인 시각과 서사를 펼쳐온 임민욱 작가의 개인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28일부터 오는 4월 2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하이퍼 옐로우>는 작가가 국내 미술관에서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다. 가상의 지리적 상상을 토대로 한 영상부터 설치, 조각, 회화 작품까지 총 28점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현실의 외연을 넓혀 온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 등 기술이 창작을 압도하는 시대의 모습과 기술철학의 흐름과 현실의 갈등을 수용하는 예술의 쓰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옐로우를 초과한 상태
이번 전시 <하이퍼 옐로우>는 2015년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선보인 전시 <만일(萬一)의 약속>(2015) 이후 국내 미술관에서 10년 만에 개최됐다. 그간 작가가 작업을 지속하며 맞이한 전환점을 선보인다. 특히 일본 오바야시 재단의 리서치 그랜트(‘도시의 비전’, 2023)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행한 연구를 소개한다. 전시 제목인 ‘하이퍼 옐로우’는 ‘옐로우를 초과한 상태’를 의미한다. 인종적 함의를 내포한 ‘옐로우’라는 단어와 동북아시아 삼국인 한국, 일본, 중국을 잇는 ‘황해(黃海)’의 의미를 연결시키며 논의를 확장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황해를 통로로 형성된 문화의 복잡한 면면을 유적, 사료, 의례와 종교의 흔적으로 정교히 짚어본다. 즉, ‘하이퍼 옐로우’는 그 결과가 과거-미래를 순환하는 이미지에 이른 형상, 이를 토대로 현실의 임계점을 넘으려는 작가만의 독특한 미학인 셈이다.


임민욱은 그간 근대화, 도시화와 같은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장소를 퍼포먼스의 무대로 활용했다. 전시 <하이퍼 옐로우>에서 작가는 장소에 관한 상상을 강과 도시를 방랑하는 관광객으로 시선으로 미지의 대륙, 대양, 행성으로 확대한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에는 전시 공간을 거대한 지형으로 변형시킨 설치작품 〈솔라리스(Solaris)〉(2025)를 선보이며, 일본 나라에 있는 도다이지(東大寺) 사찰과 미래 가상의 행성이 중첩된 공간을 표현한다.


2전시실에서는 작가의 ‘하이퍼 옐로우’ 연구 과정을 함축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채널 영상 작업 〈동해사(East Sea Story)〉(2024)이 상영되고 있는데 이는 ‘불의 축제’(도다이지 오타이마츠)와 ‘물의 축제’(후카가와 하치만 마츠리)에서 펼쳐지는 제례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부여받는 임시적 공동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영상에서는 머리 위에 작은 머리 열 구를 더 가진 십일면관음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름 없이 무한히 펼쳐진 ‘생각의 바다’를 질주한다.

한편 이어지는 〈달라진 얼굴(The Changed Face)〉(2024)과 〈삼체문제(The Three Body Problem)〉(2024-2025)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의 십일면관음 형상을 중첩시키며 강렬한 폭발 이미지와 결합한 회화 작품도 선보인다.
자연과 인공의 결합으로 빚는 새로운 질서

3전시실에서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결합하고 해체하여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조형적 탐구가 전개된다. 〈습합(Confluence)〉(2023)과 〈산수문전(Mountain & Water Patterned Tiles)〉(2024-2025)은 갑오징어 뼈와 부표를 물감과 파스텔로 자유롭게 구상하거나 이를 적층해 굳힌 작업이다. 또한, 〈정원과 작업장(Garden & Field)〉(2025)도 눈길을 끈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다양한 사물들을 전시장에 배치했다. 진열한 사물에 담긴 내러티브를 차례로 배열했는데 구성과 구축을 넘나드는 작가의 접근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이는 미술관 수장고의 보존 방식과 이동과 보관을 위한 컨테이너의 적재 방식과도 닮아 있는데 이를 전시와 작품 형식으로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이다.


임민욱 작가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디어적 접근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이 지닌 조형성과 장식성을 더욱 면밀히 조명하며, 동시대적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창작의 의미가 재조정되는 시대에, 그의 작품은 여전히 예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상기시킨다.
일민미술관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 문화와 기술철학적 논의 속에서 미술의 역할을 재해석하고, 미적 탐구가 어떻게 삶의 복잡성과 사회적 갈등을 포용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더불어, 3월 마지막 주에는 일본 철학자 우카이 사토시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며,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을 통해 과거와 미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임민욱의 예술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