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순간, 예술가의 작업실을 조명하는 8편의 영화

2025년 첫 번째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이 첫 번째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창작의 순간 - 예술가의 작업실>에서는 예술가들의 작품 창조 과정과 영감의 순간을 다룬 8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창작의 순간, 예술가의 작업실을 조명하는 8편의 영화

국립현대미술관이 2025년 첫 번째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난 2월 14일부터 오는 5월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영상관에서 진행 중인 <창작의 순간 – 예술가의 작업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순간을 다룬 주제 기획 영화들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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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순간-예술가의 작업실> 포스터

이번 상영에서는 앙리-조르주 클루조, 빔 벤더스, 샹탈 아커만, 어맨다 킴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작품 8편이 소개된다. 특히 파블로 피카소, 안젤름 키퍼, 백남준, 알바 알토, 아니 에르노, 피나 바우쉬 등 미술, 건축, 무용, 문학 등의 거장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순간을 담은 작품을 포함해 눈길을 끈다. 창작자의 작업실을 깊게 들여다 보며 예술 창작의 과정과 그 이면을 깊이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거장들의 창작의 순간을 담은 8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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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비밀>(1956)

첫 번째 상영작의 주인공은 바로 파블로 피카소다. 앙리-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1956년 작 <피카소의 비밀>은 끊임없는 생각들을 자신의 화폭에 담아 가는 예술가 피카소의 작업 과정을 조명한다. 영화는 1956년 <칸영화제>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파블로 피카소가 작업 중인 모습을 처음으로 카메라 장면에 담은 다큐멘터리로, 그의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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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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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2020)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건축가인 그의 아내 아이노 알토의 삶과 창작 과정을 탐구한 <알토>(2020)도 주목할 작품이다. 작품은 알토 부부가 남긴 건축물을 탐방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창조하려 했던 그들의 철학을 조명한다. 핀란드의 건축물부터 러시아의 도서관, MIT 학생 기숙사, 파리 근교의 미술품 수집가의 저택, 베네치아의 전시관까지, 알토 부부가 설계한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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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이미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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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이미지>(2016)

폴란드 아방가르드 회화의 선구자 블라디슬라프 스트르제민스키를 다룬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애프터이미지>(2016)은 예술과 정치적 억압이 충돌하는 순간을 그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에서 저명한 화가이자 교수였던 그는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결국 대학과 예술인 협회에서 제명당한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그는 점점 사회에서 고립되며, 예술과 자유를 향한 투쟁 속에서 극심한 빈곤과 건강 악화에 시달린다. 예술가의 저항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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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의 작품 세계를 다룬 <안젤름>(2023)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상영된다. 빔 벤더스 감독은 3D와 6K 해상도로 키퍼의 창작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문화, 신화, 철학에서 영감을 얻는 안젤름 키퍼는 인간 존재와 역사의 순환성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어지는 그의 작업 공간을 조명하며, 반세기에 걸친 예술적 여정을 추적한다.

한편, <어느 날 피나가 말하길…>(1983)은 무용과 연극이 결합된 탄츠테아터Tanztheater 양식을 발전시킨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창작 과정을 담았다. 샹탈 아커만 감독의 작품으로 무대 리허설과 인터뷰 장면을 교차하며, 무용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를 담아낼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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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니카 퀸즈: 전자 음악의 여성 선구자들>(2020)

전자 음악의 발전 과정에서 여성들이 이룬 혁신을 조명하는 작품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렉트로니카 퀸즈: 전자 음악의 여성 선구자들>(2020)에서는 클라라 록모어, 다프네 오람, 베베 배런, 폴린 올리베로스 등 전자 음악의 경계를 확장한 여성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기계와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이 어떻게 전자 음악의 역사를 바꿨는지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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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다. 어맨다 킴 감독의 작품으로 “모두가 자신의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백남준의 미래 예측이 소셜 미디어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되었는지를 탐색한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와 그녀의 아들이 제작한 <수퍼 에이트 시절>(2023)은 1970~80년대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한 개인적인 영상 기록이다. 단순한 가족 기록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일상과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한편, 이번 프로그램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스크리닝&토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영화 속 예술가들의 창작 방식과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동시대 영화 거장들이 담아낸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과 예술적 고뇌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총 66회 상영이 진행되니 거장들의 창작 영감과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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