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조우

리네 로제x모로소, 〈Connect: Art and Design〉

프랑스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Ligne Roset)와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가 현대 미술을 만났다. 앤갤러리에서 오는 4월 19일까지 선보이는 전시 〈Connect: Art and Design〉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의 풍경을 소개하고 있다.

가구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조우

앤갤러리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Ligne Roset)와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와 협업 전시를 선보인다. 유럽의 컨템포러리 디자인 가구와 현대 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 〈Connect: Art and Design〉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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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 Art and Design〉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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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 Art and Design〉 전시 전경

지난 3월 6일부터 오는 4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순수 미술과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와 미학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빚어진 일상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예술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리네 로제, 모로소의 디자인 가구와 함께 전광영, 구자승,신한철, 윤종석, 홍정우, 서희수, 백요섭, 오유경, 김홍식,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바하티 시모엔스(Bahati Simoens) 작가의 작품 약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리네 로제와 모로소의 가구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Ligne Roset) 그리고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 두 개의 유럽 가구 브랜드가 소개된다. 1860년에 설립된 리네 로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명품 가구 브랜드다. 리네 로제의 공동 CEO 미셀 로제(Michel Roset)에 따르면 리네 로제의 가구는 나무와 폼,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한다. 즉, 가구가 단순한 물질적 제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미성, 기능성, 감성적 경험이 결합된 예술 작품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데 이는 리네 로제의 디자인 철학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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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ne RosetᅵDesigner: Ronan & Erwan BouroullecᅵPloum LargeᅵFabric, Appa RougeᅵW250 x D124 x H84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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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ne RosetᅵDesigner: Michel DucaroyᅵTogo FiresideᅵFabric, Alcantara EggshellᅵW87 x D102 x H70 cm

전시장에서는 형제 디자이너 에르완 부훌렉과 로난 부훌렉(Erwan and Ronan Bouroullec)이 디자인한 리네 로제의 ‘쁠룸 소파(Ploum Sofa)’를 만날 수 있다. 쁠룸 소파는 디자이너가 편안함에 대한 연구에 얼마나 몰두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축성 있는 커버링, 부드러운 폼을 활용해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자이너 미셸 듀카로이(Michel Ducaroy)가 디자인한 리네 로제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소파 토고(Togo)’도 살펴볼 수 있다.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클래식함이 특징이며,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으로 편안함을 제공하는 뛰어난 기능성도 눈길을 끈다.

한편, 리네 로제와 함께 소개되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는 ‘오띄 꾸뛰르 가구’로 알려져 있다. 1952년에 설립된 모로소는 혁신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개성 있는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특히 모로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트리치아 모로소(Patrizia Moroso)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관계와 상호 작용을 통해 디자인과 제품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이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가구를 디자인하는 것은 삶을 포용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서는 파트리시올라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고간 소파(Gogan Sofa)’와 ‘안티보디 체어(Antibodi Chair)’를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고간 소파(Gogan Sofa)’ 부드러운 곡선과 유기적인 구조로 눈길을 끈다. 마치 바람과 물에 연마된 돌멩이를 닮았다. 독창적인 패턴으로 꽃잎을 연상시키는 ‘안티보디 체어(Antibodi Chair)’도 흥미롭다. 편안한 착석감과 예술적 감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디자인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금속과 패브릭이라는 상반된 성질의 재료로 만들어진 체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인식되는 점이 특징이다.

가구 디자인과 현대 미술의 조우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큰 특징은 현대 미술 작품과 가구 디자인의 만남이다. 전시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함께 놓였을 때 이들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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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우, 뿌연풍경 2018-10d

예술과 디자인은 각각 고유한 목적과 특성을 지닌 채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재한다. 예술은 감정과 철학적 세계를 탐구하며 창의적 표현을 통해 사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디자인은 심미성과 기능성을 결합해 사용자를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실 두 분야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화적, 사회적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각각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을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과 디자인은 인간의 삶과 세상의 변화를 위한 영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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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고시안, Volcano #20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과 홍정우 작가를 필두로 한 11인의 예술가들과 리네 로제와 모로소에서 선보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고유한 시각과 철학이 교차되는 지점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요 목적이다. 나아가 전시는 이를 통해 예술과 디자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에서 예술적 감각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의 긴밀한 대화가 궁금하다면 전시장을 서둘러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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