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이 주목한 신예 작가는 누구?
<2025 금호영아티스트>전
금호미술관의 연례 프로그램 <금호영아티스트>가 올해도 선보인다. 지난 2004년부터 공모를 통해 101명의 젊은 아티스트를 선정해 온 금호미술관이 주목한 신예 작가는 누구일까? 1부와 2부 전시를 통해 개인전을 선보일 6인의 작가를 만나보자.

금호미술관의 연례 행사이자 프로그램인 <2025 금호영아티스트>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금호미술관은 2004년부터 금호영아티스트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총 101명의 젊은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2025년 3월 21일부터 오는 4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제22회 금호영아티스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6인의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1부 전시에는 강철규, 송승준, 이해반 작가 3인이 개인전을 선보이며, 오는 5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될 2부 전시에서는 강나영, 유상우, 주형준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7개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작가 한 명이 하나의 층을 자신의 개인전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지하 1층은 송승준 작가의 전시 <폴리네이터(The Pollinator)>가, 2층은 이해반 작가의 <히든 블루밍(Hidden Blooming)>, 그리고 3층은 강철규 작가의 개인전 <투사일지(Projection Note)>가 진행된다.
<폴리네이터>, 송승준 작가
금호미술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송승준 작가의 개인전 〈폴리네이터〉는 자연을 바라보는 통념적인 시선을 전복하고, 생태적 감각의 새로운 서사를 제안한다. 작가는 자연의 이상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는 낭만적 상상력의 대안으로, 자연의 섬뜩하고 모순적인 이면을 드러내는 시나리오와 이에 대응하는 설치 작업을 통해 공간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가상의 공중 난민촌 ‘프록시마라(Proximara)’를 배경으로, 무인지대 생태계 내부의 생명력에 주목한다. 전시의 핵심 텍스트인 「프록시마인의 에세이」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사로, 공중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겪는 불안정한 일상과 생존의 감각, 그리고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한 바람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작가는 이러한 서사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분리된 타자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면서, 그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생의 방식을 상상한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서로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 속에서, 생태적 통찰은 더 이상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실천적 감각으로 작동한다.


〈폴리네이터〉는 그러한 감각을 시각적이고 공간적으로 구체화한 작업이다. 유기적인 형태와 인공적 구조물이 뒤엉킨 설치는 관람객에게 낯설고도 매혹적인 생태계의 내부를 탐험하게 하며, 우리가 지금껏 외면해왔던 ‘자연의 또 다른 얼굴’을 직면하게 만든다. 송승준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자연을 다시 보는 방법뿐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새롭게 질문한다.
<히든 블루밍>, 이해반 작가
2층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해반 작가의 개인전 〈히든 블루밍(Hidden Blooming)〉은 국가의 경계와 그로 인해 형성된 완충 지대를 조명하며, 그 안에 감춰진 자연의 풍경과 사회적 긴장감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에서 성장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의 접경 지역에서 관찰되는 경계의 구조와 그 사회문화적 영향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특히, 국가 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 지대가 한편으로는 인간의 개입이 제한되어 자연의 질서가 유지되는 공간인 동시에, 감시와 저지를 위한 군사적 장치가 공존하는 이중적 장소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얽힌 공간은 자연과 인간, 질서와 혼돈, 보호와 통제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중심으로, 폭발의 이미지를 담은 풍경 회화 연작과 함께 벽화, 오브제 설치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경계의 긴장감은 회화 속에 정제된 형태로 표현되며, 오렌지빛은 일종의 시각적 경고이자 경계의 징후로 작동한다.
<투사일지>, 강철규 작가
3층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강철규 작가의 개인전 〈투사일지〉는 실재와 허구, 내면과 외부 세계가 교차하는 자전적인 서사로 구성된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그리고 무의식의 층위에서 솟아오른 생각과 소망을 상징적인 시각 언어로 구성하여 회화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자기 고백이 아닌, 내면의 상태를 외부의 이미지로 전치(projection) 시키는 과정을 통해 관객과의 감정적 공명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방인(Stranger)’과 ‘포식자(Predator)’라는 양극화된 상징적 모티프를 활용한다. 이 두 존재는 서로 대립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그 사이의 모호하고도 유동적인 경계에 주목한다. 이방인은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경계 바깥으로 밀려난 자이며, 포식자는 존재를 위해 갈망하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자다. 이 둘은 단순히 대립되는 존재가 아니라, 동일한 존재 안에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 상태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형상은 이러한 분열된 자아의 시각적 표상이다. 이 형상들은 작가 자신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대변하며, 존재론적인 불안과 정체성의 흔들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적 흐름을 시각화한다. 날카로운 시선과 근육질의 몸, 그리고 모호한 표정을 지닌 이 존재들은 인간성과 본능, 이성과 충동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관객에게도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만든다.
〈투사일지〉라는 제목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과 사유를 외부의 대상에 ‘투사’하는 과정을 기록한 일기처럼, 화면 하나하나가 개인적 심리의 단편이자 고백임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한 회화 작업을 넘어, 자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심리적 실험이자 수행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단지 작가 개인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보편적인 감정—소외, 불안, 욕망, 자기 인식—에 대한 시각적 메타포로 확장된다. 강철규 작가는 우리 모두가 때로는 이방인처럼 느끼고, 때로는 포식자처럼 욕망하며 살아간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내면의 균열 속에서도 자신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번 <2025 금호영아티스트> 1부 전시는 각기 다른 시선과 감각으로 동시대의 자연, 경계, 자아를 사유하는 세 작가의 독창적인 서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세계와 그 너머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