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포용하는 교회 건축, 비례교회

공동체를 포용하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재단장을 마친 비례교회는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동체를 포용하는 교회 건축, 비례교회

비례교회는 1954년 문을 연 역사 깊은 개신교 장로교회로, 수십 년간 제자리를 지킨 소나무와 측백나무들이 둘러싼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았다. 예배를 위한 신앙적 공간이면서 비례리 마을회관과 마당을 공유하며 동네 주민이 편하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쉬어가는 마을 공동체를 포용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기존 예배당과 교육관의 노후로 사택과 주차장이 있던 현 부지에 예배당, 교육당, 사택을 통합한 새로운 비례교회를 계획했다. 신축 이후에도 기존 교회 건물은 유지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6.DJI 3409

교회 인근에는 논과 밭을 일구며 생활하는 마을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다. 단층 주택이 대부분이고, 박공지붕의 전형적인 농가가 밀집한다. 서쪽에서부터 이어지는 지붕산 줄기는 대상지를 둘러싸고 있다. 지봉산 골짜기에 마을이 형성되었고, 교회는 마을의 중심에 자리한다. 교회의 동쪽과 남쪽으로는 비교적 평탄한 농지가 펼쳐져 있다.

39.LNS 2618
16.LNS 2243

마을 길로 100m 정도 들어오면 길 양옆으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적벽돌 교회와 새롭게 지은 콘크리트 교회가 나란히 있다. 좌측으로 돌아서면 대지 끝에 위치한 교회의 콘크리트 벽과 마주하게 된다. 골패턴의 그림자를 드리운 수직 벽면과 상대적으로 미끈한 노출콘크리트 벽은 틈을 만들고 사람들을 인도한다.

교회로 걸어가다 보면 육중한 벽 사이에 가려져 있던 출입구가 드러난다. 출입구 상부 캐노피에서부터 시작되는 안정감 있는 콘크리트 처마는 마당까지 이어지고, 그 아래에는 주변 자연을 투영하며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열린 입면이 있다. 수직으로 솟아 있는 육중한 볼륨과 내부 공간을 드러내는 수직 창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3개 층을 하나로 엮어낸다.

25.LNS 2576

교회는 단정한 3개의 콘크리트판을 적층해 이를 받치는 부피감 있는 벽과 기둥으로 구성했다. 1층 교육관, 2층 예배당, 3층 사택 등 성격이 다른 세 가지 프로그램은 묵직한 콘크리트판 아래에서 주변으로의 시선과 막힘, 열림의 정도를 조정하며 외부 공간과의 관계를 설정한다. 수평적으로 분절하여 쌓아 올린 콘크리트 볼륨은 병풍과 같은 흐르는 산세와 잔잔하게 펼쳐진 논밭과 조화를 이룬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빛의 변화에 따라 서로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볼륨감을 시시각각 달리한다.

30.LNS 2765
32.LNS 2804

교회 1층은 종교활동을 보조하면서 교육, 강연 등 다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공간이다. 목양실, 청년부실과 식당, 소예배당을 배치해 모임과 친교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청년부실과 식당 사이 복도는 유리월로 계획해 식당에서 마당까지 시각적으로 열려 소통하는 공간을 꾀했다. 2층에는 예배당이 있다. 기존 교회의 박공지붕을 예배당 내부에 노출콘크리트 박공 천장으로 담고, 벽은 따뜻한 색감의 우드톤 흡음 보드로 마감했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광을 향해 열린 베란다를 예배당 동측면에 계획해 실내로 자연광을 은은하게 유입하고 자연의 변화를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3층에는 목사님 부부를 위한 사택이 자리한다. 남측으로 배치한 개방감 있는 전면창 밖으로 콘크리트 지붕과 근경, 원경에 나지막하게 펼쳐진 자연이 겹쳐지며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4.DJI 3307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