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아샴이 만든 포커 세트, 그리고 컬렉터블 디자인

순수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다

다니엘 아샴이 월드 포커 투어(World Poker Tour)를 위한 포커 세트를 선보였다. 그의 작업은 일상적 오브제에 독창적 감성을 입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컬렉터블 디자인(Collectible Design), 즉 수집가능한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정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컬렉터블 디자인은 현대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점차 환경적 책임까지 품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다니엘 아샴이 만든 포커 세트, 그리고 컬렉터블 디자인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은 현재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상상의 고고학(The 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조각, 회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유명 스타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와 더불어 티파니 앤코, 디올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예술을 일상에 접목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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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월드 포커 투어 아샴 홈페이지

손을 대는 무엇이든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미다스의 손을 가진 그가 이번에는 포커 게임을 위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는 세계적인 포커 대회인 월드 포커 투어 World Poker Tour (WPT)를 위한 작업이었다. WPT는 2002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포커 게임 플랫폼으로, 국제적인 포커 토너먼트와 더불어 관련된 여러 시리즈가 텔레비전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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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월드 포커 투어 아샴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100개 한정 생산되어 판매되는 WPT 아샴 포커 세트에는 350개의 세라믹 포커 칩과 리넨으로 덮인 카드 덱 2개,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딜러 버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커스텀으로 디자인된 아노다이징 케이스에 담겨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포커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샴의 한정판 포커 게임 세트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포커 세트에 그만의 예술적 감성이 흘러 넘치기 때문이다. 도자기로 만든 포커 칩과 리넨으로 만든 카드 전체에는 작가가 선호하는 컬러가 입혀졌으며, 특히 카드에는 아샴의 작품이 프린트되어 있어 특별함을 더했다. 케이스와 딜러 버튼 등에서 볼 수 있는 곡선에서 작가가 그동안 선보여왔던 조각 및 가구 디자인의 선을 연상할 수 있다.

아샴은 누구나 친숙한 게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현대적인 해석을 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며 한정판 포커 세트를 제작한 소감을 밝혔다. WPT의 CEO 아삼 플리스카 (Asam Pliska)는 포커 세트를 통해 게임의 영원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진화를 모두 구현하기를 원했기에 아샴을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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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월드 포커 투어 아샴 홈페이지

WPT 아샴 포커 세트가 특별한 이유는 WPT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첫 번째 ‘컬렉터블 디자인 Collectible design’이라는 것이다. 또한 동일 이름의 세계 챔피언십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포커 게임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컬렉터블 디자인이 가진 특별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들의 협업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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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페이스북

그렇다면,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직역하면 ‘수집 가능한 디자인’이다. 여기서 ‘수집 가능하다’는 말은 결국 디자인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그것을 수집하고 싶어하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 맥락에서 다시 해석하면, ‘수집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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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홈페이지

이처럼, 컬렉터블 디자인은 한정판으로 제작되거나 순수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조형미가 뛰어난 제품을 의미한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일반적인 제품과는 달리, 예술적인 가치와 희소성이 강조되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가치를 더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재료가 사용되거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가구·조명·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보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제작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출시되는 동시에, 아니, 제작 과정부터 컬렉터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컬렉터블 디자인으로는 현대 산업 디자인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마크 뉴슨(Marc Newson)의 한정판 체어와 ‘빛의 시인’으로 불리는 린지 아델만(Lindsey Adelman)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샹들리에 등이 있다. 모두 디자이너의 제품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독창성 덕분에 소유 욕구를 자극하며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다채로운 협업으로 유명한 슈프림의 제품도 컬렉터블 디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붉은색 블록 안에 든 흰색 글씨체가 제품의 가치를 한층 올려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출시와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루이비통과 협업은 명성 높은 브랜드의 만남으로 더욱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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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페이스북

컬렉터블 디자인은 예술 작품과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아트 갤러리나 디자인 마이애미,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페어에서 전시된다.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NFT와 결합한 디지털 형태의 디자인도 등장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컬렉터블 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알린 것은 ‘가장 젊은 디자인 박람회’로 일컬어지는 ‘컬렉터블(Collectible)’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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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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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홈페이지

2018년 브뤼셀에서 시작한 이 페어는 ’21세기 디자인을 위한 박람회’를 표방하고 있으며, 시작과 동시에 ‘작지만 놓쳐서는 안 될’ 박람회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어 뉴욕으로 자리를 넓히며 컬렉터블 디자인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매년 창의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넓히려는 이 박람회에서는 기성 및 신진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 독립 제작자 및 브랜드, 컬렉터들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선도적인 큐레이터, 디자인 기관, 재단들이 협력하여 획기적인 커미션과 엄선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박람회에서 선보이는 디자인들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컬렉터블 디자인이 어떤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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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아카이브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컬렉터블 디자인을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하며 대세 트렌드임을 드러냈다. ‘2025 생활 백서: 삶의 낭만’을 주제로 삼은 이번 페어에서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서 각자의 가치관과 이상을 담은 주거를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컬렉터블 디자인은 세 가지 키워드 중 가장 마지막에 선정되었으며, 그 기반에는 인테리어 제품이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으로 인식되는 흐름이 깔려 있다. 공간에 소장 가치가 높은 디자인 제품을 배치하여 갤러리처럼 연출하며, 이를 통해 일상에 예술적인 감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이 트렌드 선정의 이유였다. 페어에서는 가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소개되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 회사 WGSN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집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거주 공간을 넘어서, 일·휴식·여가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옷과 음식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많은 부분이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에서 라이프 스타일이 시작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어 WGSN은 사람들이 집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 공간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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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페이스북

이러한 흐름에 따라, 가정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선호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컬렉터블 디자인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고급 가구들은 오랫동안 버려지지 않고 사용될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매우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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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컬렉터블 페이스북

이러한 흐름에 따라, 가정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선호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컬렉터블 디자인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고급 가구들은 오랫동안 버려지지 않고 사용될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매우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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