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주목할 파빌리온은?
시선을 사로잡는 열 가지 건축물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열리는 인공섬 유메시마에 전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한 이번 엑스포에는 150개가 넘는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해 각자의 공간 언어로 미래상을 제안한다. 전통 건축 기법과 첨단 기술, 지속 가능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파빌리온은 시대의 흐름과 각국의 정체성을 건축으로 응축해 보여준다.

일본 오사카 서쪽,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2025′(이하 오사카 엑스포 2025)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25년 4월 13일부터 오는 10월 13일까지 진행 중인 오사카 엑스포 2025의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으로 158개 국가와 7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한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세계 질서 속에서 기술과 문화,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사회의 미래를 모색하는 장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에서, 각국의 파빌리온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하나의 건축적 상징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건축의 맥락 위에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된 국가관들은, 세계가 제안하는 다양한 미래상을 공간으로 구현하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로 구현된 10개의 파빌리온을 소개한다.
다양성의 통합을 꿈꾸다, 그랜드 링(Grand Ring)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건축물은 오사카 엑스포 2025 행사장을 감싸고 있는 ‘그랜드 링(Grand Ring)’이다. 일본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Sou Fujimoto가 설계한 그랜드 링은 둘레 2km, 지름 615m, 폭 30m, 높이 20m로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랜드 링은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이라는 오사카 엑스포 2025의 핵심 메시지를 형상화한 상징적 구조물로, 일본 신사와 사찰 건축에 사용되는 전통 누키(Nuki) 방식과 현대 건설 기술이 융합되어 완성되었다. 누키 방식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목재 부재들을 수평 방향으로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수축과 팽창을 견딜 수 있고 해체 및 재조립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정교한 결합 기술은 건축물의 유연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장대한 스케일의 목조 건축에 적합한 해법으로 주목 받는다.
그랜드 링은 전체 엑스포 행사장의 주요 순환 동선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이 비바람과 햇빛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쾌적한 이동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중심으로 동측(East Gate Zone)에는 외교 행사부터 공연, 전시, 문화 교류까지 수용하는 주요 공간도 이 마련되어 있다. 일본 전통 복도와 정원을 갖춘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태양의 탑’을 연상시키는 ‘엑스포 홀(EXPO Hall)’, 국제 교류를 위한 ‘국가의 날 홀(EXPO National Day Hall)’이 대표적이다.
반대편 서측(West Gate Zone)에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시게루 반(Shigeru Ban)이 설계한 ‘블루 오션 돔(BLUE OCEAN DOME)’도 만나볼 수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한 이 공간은 지속 가능한 구조 시스템과 건축 재료를 활용해 바다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 오션 돔은 해양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해양 생태계 보호를 주제로, 환경 보호의 개념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파빌리온이다. 이 공간은 2019년 G20 오사카 정상 회의에서 발표된 오사카 블루 오션 비전(Osaka Blue Ocean Vision)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5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추가 오염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해양 이용’에 대한 인식 제고를 실천하며, 블루 오션 선언(Blue Ocean Declaration)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한다.
순환의 건축, 일본 파빌리온
건축 오키 사토(Oki Sato) & 닛켄세케이(Nikken Sekkei)
2025 오사카 엑스포 일본 파빌리온은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nendo)의 오키 사토(Oki Sato)와 종합건축사무소 닛켄세케이(Nikken Sekkei)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생과 생 사이(Between Lives)’를 주제로, 파빌리온 전체는 교차 적층 목재(CLT)로 구성된 원형 모듈형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엑스포 이후 해체·재조립이 가능한 순환형 건축으로 기획되었다.

건축은 리드미컬하게 배열된 목재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에는 세 구역이 연결된 순환형 동선이 펼쳐진다. 관람객은 이 경로를 따라 걸으며, 폐기물, 물, 조류, 에너지 등 다양한 순환 요소들이 전시 콘텐츠와 구조물의 물리적 구성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오키 사토는 이 공간에 불교의 만다라(Mandala) 개념을 도입해, 각각의 전시가 고립되지 않고 하나의 전체 흐름 속에서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파빌리온은 동시에 작동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로도 기능한다. 엑스포 현장에서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로 분해해 바이오가스로 전환하고, 이를 구조물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관람객 참여형 설치물로 구현했다. 반복되는 디자인 모티프와 재료의 재활용을 통해, 이곳은 순환을 시각화하고 체험하는 살아 있는 건축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장으로 완성되었다.
하이디에서 하이테크까지, 스위스 파빌리온
건축 마누엘 헤르츠 아키텍튼(Manuel Herz Architekten)
스위스는 2025 오사카 엑스포에서 자국 역사상 가장 가벼운 국가관을 선보인다. 이번 파빌리온은 스위스 바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누엘 헤르츠 아키텍텐(Manuel Herz Architekten)이 설계를 맡았으며, 모듈형 전시 구조물 시공에 특화된 글로벌 기업 뉘슬리(Nüssli), 조경 건축가 로빈 비노그론트(Robin Winogrond), 전시 연출 및 시노그래피를 담당한 벨프라트 파트너(Bellprat Partner)와 협업해 완성했다.

건축은 서로 연결된 다섯 개의 반구형 구조물로 구성된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유기적인 형상은 비눗방울을 연상시키며, 가벼움과 경쾌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각 구조물은 재활용 가능한 경량 소재로 제작되었고, 전시 종료 후 해체 및 재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 구성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방감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관람객은 반구 사이를 이동하며 점진적으로 시야와 감각이 열리는 독특한 동선을 따라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구조체 자체는 단순한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빛의 반사와 그림자의 흐름을 고려한 면 분할로 감각적인 깊이를 더했다.

한편, 파빌리온의 주제는 ‘하이디에서 하이테크까지(From Heidi to High Tech’)이다. 이는 스위스의 전통적 정체성과 첨단 기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알프스 자연 속에서 성장한 소녀 ‘하이디’를 상징으로 삼아 자연과 문화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며, 그로부터 출발한 스위스가 AI, 생명공학, 우주 기술 등 미래 산업을 이끄는 국가로 진화해온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다섯 개의 몰입형 존을 거치며, 전통에서 기술로 이어지는 서사를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시간을 쌓은 공간, 사우디아라비아 파빌리온
건축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사우디아라비아관은 전통과 혁신, 장소성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건축적 여정으로 구성된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 건축 설계 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를 맡았으며, 사우디 전통 도시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비정형 구조물들이 모여 형성된 군집형 공간으로 구현했다.


이 파빌리온의 형태는 마치 사막 위에 시간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마을의 모습처럼,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전환이 공존하는 시공간적 레이어를 형상화한다. 중앙에는 녹지로 둘러싸인 전정(forecourt)이 마련돼 개방성과 쉼, 자연과의 조화를 동시에 담아낸다. 이러한 형태는 기후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설계 전략으로도 기능한다. 여름철에는 서쪽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내부로 유입시키고, 겨울철에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전정이 막아주는 방식으로, 기후와의 조화 속에서 쾌적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전시 콘텐츠는 59 프로덕션스(59 Productions)와 스퀸트/오페라(Squint/Opera)가 협업한 오디오-비주얼 설치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설치물들은 관람객이 사우디의 역사, 도시, 사회 변화의 서사를 감각적으로 마주하게 하며,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몰입형 체험을 통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작동하도록 연출되었다.
아울러 파빌리온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로도 주목받는다. 석재 등 저탄소 자재를 사용하고,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엑스포 이후의 재사용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또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빗물 재활용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자립형 건축물로 기능하도록 계획되었다.
뿌리에서 숲으로, 우즈베키스탄 파빌리온
건축 아틀리에 브뤽너(Atelier Brückner)
독일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브뤽너(Atelier Brückner)가 설계한 우즈베키스탄관은 소규모 고밀도 구조물로, 제한된 면적 안에서 건축의 언어로 메시지를 압축해 표현한 공간이다.

건축은 상·하부로 분리된 이중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물성은 상징성과 기능을 동시에 담고 있다. 하부는 재활용 벽돌과 점토로 마감되었고, 이는 ‘대지(earth)’를 상징한다. 이 벽돌은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건축 재료 자체가 문화적 정체성과 환경 인식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상부는 약 8미터 높이의 나무 기둥들이 숲처럼 밀집해 형성한 루프 구조로, ‘나무와 숲(forest)’을 연상시키는 수직적 구성이 특징이다. 사용된 목재는 일본 오사카 인근에서 조달한 스기(삼나무)로, 재생 가능성과 지역 연계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 상부 구조는 단순한 지붕이 아니라, 채광, 통풍, 그림자 형성, 자연스러운 냉각 등 다기능적 설계 요소로 작동하며, 폐쇄적이지 않은 경계 속에서 개방성과 명상적 분위기를 유도한다.

전체 구조는 모듈형 유닛으로 설계되어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며, 관람객은 자재의 출처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추적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건축적 수법을 넘어서, 건축을 통한 정보 전달과 학습 유도라는 교육적 기능까지 고려한 구조적 장치다. 이처럼 전통적인 건축 모티프와 자연 기반의 지속 가능한 재료, 그리고 자연 요소의 건축적 재현은 파빌리온의 주제인 ‘지식의 정원: 미래 사회를 위한 실험실’과 긴밀히 연결된다. 외형은 작고 단정하지만, 그 안에는 건축의 원형적 상징성과 미래 지향적 구성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셈. 우즈베키스탄관은 건축의 형식과 물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인 동시에 건축 그 자체가 전시이자 교육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로도 주목할 곳이다.
목재와 바람으로 지은 건축, 카타르 파빌리온
건축 쿠마 켄고(Kuma Kengo & Associates)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설계한 카타르 파빌리온은 카타르의 해양 유산과 일본 전통 건축기법이 맞닿은 독창적인 공간이다. 특히 카타르 전통 선박인 ‘도우(dhow)’ 건조 기술과 일본의 정교한 목재 이음 방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설계했는데, 두 지역의 장인 정신과 기술 유산을 건축 언어로 통합해 선보인다.



전체 구조는 선박의 돛을 연상시키는 하얀 직물로 감싼 경량 목조 건축으로, 형태적으로는 항해 중 바람을 품은 돛처럼 펼쳐져 있다. 외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도우의 동작성과 경쾌함을 담아내며, 목조 프레임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친환경 구조로서 시각적·구조적 가벼움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는 카타르의 인도양 무역항 역사와 항해 문화, 그리고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 공예가 만나는 상징적 접점이자, 문화 간 연결의 물리적 은유이기도 하다.
한편, 파빌리온 내부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경제 다각화, 인프라 개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등을 전시 콘텐츠로 제시한다. 관람객은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성이 교차하는 내러티브 안에서 카타르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해양 유산을 품은 건축, 포르투갈 파빌리온
건축 쿠마 켄고(Kuma Kengo & Associates)
카타르 파빌리온에 이어 포르투갈 파빌리온도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설계했다. 그는 자연과의 조화, 전통 재료의 현대적 해석, 건축의 경량화라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포르투갈의 해양 유산을 건축 언어로 풀어냈다.


‘바다: 푸른 대화(Ocean: The Blue Dialogue)’라는 주제를 담은 포르투갈 파빌리온은 움직임을 머금은 파도처럼 흐르는 외관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감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로프와 재활용 어망으로 구성된 파사드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한 유연한 곡선미를 구현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가볍고 유연한 구조를 통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축을 실현했다.

단순한 조형을 넘어, 포르투갈의 항해 정신과 기후 변화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공간적 해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한편, 건축은 ‘친환경 순환 경제’ 개념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사용된 모든 재료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했다고.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같은 글로벌 과제 속에서 포르투갈이 지닌 역할과 의지를 건축적으로 드러냈다.
사랑의 구조, 프랑스 파빌리온
건축 콜드피 & 아쏘시에(Coldefy & Associés), 카를로 라티 아쏘시에(Carlo Ratti Associati)
프랑스 파빌리온은 프랑스의 콜드피 & 아쏘시에(Coldefy & Associés)와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라티 아쏘시에티(Carlo Ratti Associati)가 공동 설계했다. 이들은 ‘사랑’을 주제로 인간의 감정, 관계, 생태적 연대를 건축 언어로 풀어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구릿빛 나선형 계단이다. 일본의 전설 ‘아카이 이토(赤い糸, 붉은 실)’에 대한 오마주다. 끊어지지 않는 연결, 인연의 지속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상징적인 계단을 따라 상승하면, 관람객은 파빌리온 내부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따라가는 건축적 여정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기술과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동선은 세 개의 장면처럼 펼쳐지는데, 각각의 공간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연극적 구조로 작동한다.


계단을 따라 상승하는 ‘첫 번째 장면(Ascent)’에서는 도심의 바닥에서 벗어나 점차 자연과 감정의 흐름으로 진입하는 전환의 순간이 주어진다. 이어지는 ‘자연의 발견(Discovery of Nature)’ 구역에서는 인공 생태계와 실제 자연이 교차하는 몰입형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방식으로 자연과 조우한다.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지면으로의 귀환(Return to the Ground)’은 건물 상부를 덮고 있는 푸르른 테라스로 이어지며, 이는 자연을 보호하고 품은 공간이자, 프랑스 파빌리온이 제안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상징적 장면이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자연이라는 근원적인 가치, 그리고 기술과 감성을 통합한 미래적 건축 언어를 통해, 연결과 공감이 중심이 되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공간적 제안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자.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안, 노르딕 파빌리온
건축 리몬드 아키텍츠(Rimond Architects)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다섯 개국이 함께 만든 노르딕 파빌리온(Nordic Pavilion)은 북유럽이 공유하는 삶의 철학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담았다. 건축 설계는 이탈리아의 리몬드 아키텍츠(Rimond Architects)가 담당했으며, 총 1,200㎡ 규모, 17m 높이의 목조 구조물로 완성했다.

이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산림 관리 인증을 받은 목재(forest-managed wood)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구조는 해체와 재조립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외관에 사용된 짙은 색감의 목재 패널은 천연 오일과 안료로 마감했다. 이는 북유럽 전통 목재 보존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기능성과 더불어 자원 순환과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을 갖는다.


한편, 파빌리온 내부는 공동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상점, 옥상 카페, 회의실, 미팅룸 등 복합 기능 공간으로 구성된다. 개방형 평면과 유연한 동선 설계를 통해 자연광과 공기 흐름, 시각적 투명성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기술과 감성, 효율성과 휴식의 균형을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 언어로 구현했다. 전시 콘텐츠는 몰입형 방식으로 각국의 지속 가능성 관련 기술과 사례를 소개한다.
입구 공간에서 시작해 옥상 테라스로 이어지는 구성을 통해 관람객은 건축과 자연, 사람과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노르딕 파빌리온은 북유럽이 추구하는 느림, 균형,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삶의 방식이 건축 전반에 녹아 있다. 숲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다.
미래를 작곡하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건축 BWM Designers & Architects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은 “Composing the Future(미래를 작곡하다)”를 주제로, 음악을 건축 언어로 번역해 미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안했다. 설계는 오스트리아 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BWM 디자이너스 & 아키텍츠(BWM Designers & Architects)가 맡았다. 이들은 엑스포 주제인 “우리 삶을 위한 미래 사회 디자인”을 음악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해,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으로 풀어냈다.

파빌리온의 중심에는 높이 16m에 이르는 나선형 조형물이 우뚝 솟아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스트리아산 가문비나무(spruce)로 제작된 이 구조물은 총 길이 91m, 너비 4.3m에 달하며, 외형은 거대한 악보처럼 펼쳐진 음악적 조형물을 연상시킨다. 이 조형물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Ode to Joy)’의 도입부가 새겨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풍부한 음악 유산과 유럽적 이상, 그리고 조화로운 미래 지향성을 상징한다. 더불어 나선형 구조는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삶의 순환과 성장, 변화를 표현하는 시각적 메타포로 기능하며, 동시에 관람객을 시간과 감각을 따라 전시 공간으로 이끄는 서곡의 역할을 수행한다.

건물 내부는 과거와 미래, 익숙한 것과 아직 도달하지 않은 세계를 잇는 감각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 음향, 시청각 콘텐츠를 중심으로, 관람객은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상상력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오스트리아 전통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휴식 공간에 도달하게 되며, 이곳에서 청각, 시각, 미각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감각적인 경험이 완성되는 셈이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은 음악과 건축, 감과 기술이 교차하는 하나의 교향곡 같은 공간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미래는, 혁신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삶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는 흐름을 담고 있다.
미래를 상상하는 건축, 미국 파빌리온
건축 트라한 아키텍츠(Trahan Architect)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기반으로 한 트라한 아키텍츠(Trahan Architect)가 설계한 미국 파빌리온은 두 개의 삼각형 구조와 중앙에 매달린 반투명 큐브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일본의 아치형 다리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형 동선과 목재 파사드, 그리고 LED 스크린에 투사되는 미국의 대자연과 문화를 통해 개방성, 연결, 미래지향성이라는 파빌리온의 메시지를 건축적으로 표현한다.

건물 중심에는 빛을 머금은 반투명 큐브가 공중에 떠 있으며, 이는 방문객의 움직임과 자연을 반사하며 함께 만드는 미래를 상징한다. 지면은 유려한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리를 건너듯 파빌리온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선사하며, 이 구조적 흐름은 미국이 걸어온 여정과 미래로의 도약을 은유한다. 한편, 건물 내부는 5개 파트로 구성된 몰입형 전시 공간으로 이어진다. 우주 탐사와 AI, 기후 대응, 문화 다양성, 교육 혁신이 주요 테마인데,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미국관을 기념해 ‘달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원, 오픈 코트야드, 라이브 무대, 레스토랑, VIP 리셉션 공간이 복합적으로 배치되어, 미국의 다양성, 환대, 창의적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파빌리온 내에 자리한 우주 콘셉트 레스토랑 ‘A Taste of America’도 흥미롭다. 미국 각 지역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메인 디시로는 스텔라 메인 랍스터롤(Stellar Maine Lobster Roll), 퀘이사 퀴노아 샐러드(Quasar Quinoa Salad), 오로라 알래스카 연어 버거 등이 제공되며, 갤럭시 선데이, 메테오 브라우니 같은 디저트와 슈퍼노바 초콜릿칩 쿠키 푸드카트까지 더해져, 청각·시각·미각까지 자극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