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SPC삼립

지난 2월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이 발표됐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만 1000여 개의 작품이 접수되는데 이 중 약 100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기업이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은 골드 수상작 6점을 비롯해 370개 작품이 수상했다. 지난 4월 28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을 통해 수상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국내 디자인 프로젝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SPC삼립

Communication Winner – 삼립약과 리브랜딩, 삼립 크리미화이트체, 프로젝트:H

1945년에 창립한 SPC삼립은 다양한 식문화를 제안하며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고자 하는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이다. 새로운 맛과 이를 통해 일상의 활력을 만드는 일은 지난 80년 동안 SPC삼립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품질만큼이나 경험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삼아온 SPC삼립은 트렌디한 제품 개발 외에도 서비스, 콘텐츠, 디자인 전반에 걸쳐 고객과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spcsamlip.co.kr @samlip.official

삼립약과 리브랜딩

세계 디저트 시장에 약과를 선보이기 위해 SPC삼립은 단순한 패키지 리뉴얼 이상의 전략을 내놓았다. 기존 삼립약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조형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에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을 설계하고, 그 안에 소비자가 즐기고 싶은 경험과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약과를 단순한 간식이나 과자의 범주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약과와 함께하는 티타임’이라는 콘셉트로 약과를 매개로 한 여유롭고 감각적인 시간을 제안했다. 이는 해외 소비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티타임 문화에 약과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도였다. 이러한 접근에 따라 브랜드 자산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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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한 삼립약과의 미니약과 트윈팩 패키지.

그중 꿀 방울이 맺힌 듯 둥그런 곡선형 아우트라인이 돋보이는 로고타이프는 부드럽고 달콤한 감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기존보다 현대적이고 친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패키지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을 적극 도입했다. 또한 리브랜딩 과정에서 ‘아로마’, ‘원료’, ‘달콤한 기분’ 등 감각 관련 키워드를 모티프로 설정한 덕분에 브랜드의 비주얼 라이브러리가 한층 풍부해졌다. 여기에 밝고 경쾌한 컬러 팔레트를 개발해 삼립약과 고유의 톤과 무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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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 미니꿀약과 패키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디자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SPC삼립 디자인실은 내수용과 수출용 패키지를 각각 매뉴얼화하고,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일관되게 활용할 수 있는 비주얼 에셋을 개발해 한국과 세계, 전통과 현대가 제품 안에 공존하게 만들었다.
디자인 SPC삼립 디자인실
디자인 디렉터 전희경, 양서윤
디자이너 오연수, 김현아, 장소연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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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디자인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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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윤 디자인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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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훈 디자인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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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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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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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연 디자이너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만큼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데서 출발했다. 패키지 디자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셜 미디어 콘텐츠, 매대 VMD, 팝업 스토어, 굿즈 등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하도록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디자인 언어와 시각 요소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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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하는 디자인 트렌드는?

단연 생성형 AI이다. 특히 아이디어 탐색과 콘셉트 개발 단계에서 생각을 확장하는 유용한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현상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같은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디자인의 본질과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 자체보다 ‘무엇을 좋은 디자인이라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 설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디자인을 판단하는 안목을 키우고, 그 기준을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 디자이너에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삼립 크리미화이트체

브랜드와 사용자가 만나는 접점이 급격히 늘어난 시대. 서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SPC삼립이 개발한 삼립 크리미화이트체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획한 결과물이다. 출발점은 자사의 대표 제품인 크림빵 출시 6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였다. 오랜 시간 소비자 곁을 지켜온 제품의 헤리티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로, 익숙함과 새로움, 감성과 정보 전달 사이의 균형을 시각 언어로 적절하게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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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서체는 1964년에 첫 출시한 크림빵 로고타이프의 조형적 특징을 계승하되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휘핑크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가로획, 받침자를 한 줄로 풀어쓰는 독창적 방식, 꽃을 닮은 ‘ㅇ’ 형태 등은 제품이 지닌 따스한 정서까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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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디자인실이 지향한 것은 서체 이상의 경험이다. 브랜드 철학과 감성이 담긴 글자가 일상 속 문장으로 살아 숨 쉴 때 브랜드 역시 문화 자산의 일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총 2350자의 한글과 94자의 영문으로 구성된 서체를 누구나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렇듯 삼립 크리미화이트체는 SPC삼립이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일상적인 표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디자인 SPC삼립 디자인실, 디자인210
디자인 디렉터 전희경, 양서윤
디자이너 김성범·이유미(SPC삼립 디자인실), 곽두열(디자인210)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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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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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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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두열 디자인210 대표
프로젝트 진행 시 가장 뿌듯했던 점은?

삼립 크리미화이트체를 처음 선보인 ‘크림아뜰리에’ 팝업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서체로 문장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모습을 봤을 때다. 서체 덕분에 브랜드의 감성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이를 통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이란 일의 실질적 가치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일상에 스며들어 감정적으로 브랜드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디자인을 하고자 한다. 삼립 크리미화이트체 역시 그러한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프로젝트:H

기능성 식품 디자인은 대체로 접근 방식이 명확하다. 고단백, 저당, 고식이섬유…. 효능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확함이 때로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거리감을 만들기도 한다. SPC삼립 디자인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프로젝트:H’의 디자인 전략을 설정했다. ‘맛있고 건강해서 기분 좋은 빵’이라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에서 기능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치를 함께 담아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로고타이프는 손으로 그린 듯한 핸드 드로잉 스타일로 개발했다.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곡선에 브랜드의 태도를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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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H’ 제품 패키지. 핸드 드로잉 스타일의 로고타이프,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브랜드 특유의 감성을 표현했다.

정보 전달을 위한 컬러 시스템 역시 고객이 제품의 효능을 빠르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자연스러운 브라운 계열과 산뜻한 파스텔 톤을 조합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되는 여유롭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기능성 식품으로는 드물게 일러스트레이션을 적극 도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건강한 빵을 고민하는 셰프, 기획자, 빵 애호가 등의 캐릭터를 개발해 제품의 분위기는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문화까지 담아냈다. 대나무 종이 사용, 무코팅 처리, 잉크 사용 최소화 등 패키지 소재와 인쇄 방식에서도 ‘건강함’이라는 ‘프로젝트:H’의 가치와 메시지가 드러난다.
디자인 SPC삼립 디자인실
디자인 디렉터 전희경, 지경훈
디자이너 김유정, 임수희, 장아림
일러스트레이션 마리아 밀렌코Maria Mil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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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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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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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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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림 디자이너
프로젝트 진행 시 가장 뿌듯했던 점은?

기능성 빵이라는 제품 특성상 명확한 정보 전달은 필수였지만, 소비자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톤앤매너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역시 중요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키워드는 ‘작은 손길’이었다. 로고 속 알파벳 ‘o’와 ‘e’를 연결해 스마일 모티프를 만들고, 제품의 기능을 컬러로 구분함으로써 두 가지 과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고유한 브랜드 경험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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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이 디자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확신. 브랜드의 철학, 사용자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유와 설득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3호(2025.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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