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기억과 공간을 걷다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한 세대 만에 열리는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서도호(Do Ho Suh)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2025년 5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리는 〈The Genesis Exhibition: Do Ho Suh: Walk the House〉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30여 년 동안 전개해온 독창적인 작업들을 집대성해 보여준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서도호(Do Ho Suh)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2025년 5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리는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Walk the House’(The Genesis Exhibition: Do Ho Suh: Walk the House)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30여 년 동안 전개해온 독창적인 작업들을 집대성해 보여준다. 런던에서 한 세대 만에 열리는 서도호 작가의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서울, 뉴욕, 런던 등 작가가 살던 주요 도시들을 무대로 한 작품들도 대거 소개된다.

410.1 x 375.4 x 2148.7 cm
Courtesy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Photography by Jeon Taeg Su © Do Ho Suh
이번 개인전은 관객들이 직접 서도호의 설치물, 조각, 영상, 드로잉을 체험하며 ‘집(Home)’, ‘정체성(Identity)’ 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대형 신작을 비롯해 작가가 살아온 다양한 도시를 바탕으로 제작된 몰입형 설치작품과 드로잉, 실험적 영상 작업 등을 전시하며 작품세계에 대한 깊이와 확장성을 드러낸다.

455 x 575 x 1237 cm
Courtesy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Photography by Jeon Taeg Su © Do Ho Suh

455 x 575 x 1237 cm
Courtesy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Photography by Jeon Taeg Su © Do Ho Suh
전시 제목인 ‘Walk the House’는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hanok)에서 착안한 표현이다. 한옥은 구조상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해 다른 장소로 집이라는 공간을 옮길 수 있다. 서도호는 이러한 한옥의 ‘이동가능성’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건축과 신체, 기억과 공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내가 관심 있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은유적이며 심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 공간(space)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410.1 x 375.4 x 2148.7 cm
Courtesy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Photography by Jeon Taeg Su © Do Ho Suh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서도호가 살거나 일했던 공간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반투명 천 구조물 사이를 지나며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색색의 복도와 입구를 엮어낸 대형 신작 <Nest/s 2024>가 있다. 색색의 복도와 입구가 얽혀 있는 이 설치작품은 우리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경계들이 얼마나 얼마나 쉽게 열리고 흐트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Photography by Sebastian Mrugalski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 Do Ho Suh

Photography by Sebastian Mrugalski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 Do Ho Suh.
처음으로 공개되는 <Perfect Home: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 2024> 역시 놓치지 말자. 이 작품은 서도호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런던의 집을 기반으로 작업한 작품으로, 도어노브, 스위치, 콘센트와 같은 친숙한 요소들을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표현했다. 과거에 머물렀던 집들의 기억을 밝고 경쾌한 방식으로 상기시키며 관람객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Photography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 Victoria Miro. © Do Ho Suh
이외에도 서도호의 대표적인 초기 작업 수만 장의 작은 인물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배열한 <Who Am We?, (2000)>,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의 공간을 다룬 <Rubbing/Loving Project: Company Housing of Gwangju Theater, (2012)>도 전시된다. 작가의 어린 시절 집 전체를 종이로 감싸고, 그 위를 흑연으로 문질러 집의 내부 구조를 2차원으로 옮긴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도 함께 공개된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이 작업은 시간이 지나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공간과 기억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집요한 탐구 정신을 보여준다.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Victoria Miro and STPI – Creative Workshop & Gallery © Do Ho Suh
설치작품 외에도 서도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드로잉 작업 또한 볼 수 있다. <Staircase (2016)>는 종이 조각을 젖은 종이 위에 녹여 삼차원 구조를 이차원 평면으로 옮긴 실험적 작품이다. 또한, 다채로운 실을 손수 종이에 꿰매 만든 실(thread) 드로잉들도 선보인다. 이 드로잉은 천 설치작품처럼 공간의 윤곽을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한다.

Commissioned by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and Seoul and Victoria Miro. © Do Ho Suh

Commissioned by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and Seoul and Victoria Miro. © Do Ho Suh
이번 개인전에서는 서도호의 영상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Robin Hood Gardens, (2018)>과 <Dong In Apartments (2022)>는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 기법을 활용해 실제 건축물을 디지털 모델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이 기술을 통해 건축 환경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바라보고 거주자들의 흔적을 시각화했다. 기억, 장소, 시간, 순간 그 무엇도 완벽하게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는 <Bridge Project>라는 작품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완벽한 집’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현실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생태적 이슈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다루는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를 담고 있는 작업물이다.
이번 전시는 시대와 삶을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집, 이주, 기억이라는 주제는 국경을 넘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맞닿아 있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서도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 각자가 품고 있는 공간에 대한 기억을 이끌어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