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지난 2월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이 발표됐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만 1000여 개의 작품이 접수되는데 이 중 약 100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기업이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은 골드 수상작 6점을 비롯해 370개 작품이 수상했다. 지난 4월 28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을 통해 수상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국내 디자인 프로젝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Interior Architecture Winner – 커넥트현대 푸드 센터(부산)
라보토리는 브랜드의 고유한 이야기를 공간이라는 언어로 번역한다. ‘실험실(laboratory)’과 ‘이야기(story)’를 결합해 지은 사명에 걸맞게 자신들을 ‘스페이스 컨텍스터Space Contexter’로 정의한다. 이들에게 공간은 내러티브가 흐르고 감각이 머무는 장치이다.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기능, 장소의 역사와 맥락을 읽어 브랜드의 본질이 공간에 스며들게 한다. labotory.com @labotory_official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1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5/1-832x555.jpg)
1995년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지난해 9월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하며 핵심 공간인 푸드 센터 역시 근본적인 재고와 혁신이 요구되었다.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하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공간의 지향점에 부합하기 위해 브랜드와 고객, 공간과 일상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을 디자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라보토리는 현대백화점 디자인랩과 함께 이 프로젝트에서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전략적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시장이 지닌 공간 특유의 본질적인 리듬과 감각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접근이었다. 형식적이고 구조화된 백화점이라는 공간 안에 유기적이고 일상적인 풍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2 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5/3-832x555.jpg)
핵심 콘셉트는 ‘낮과 밤의 시장’으로 구체화했다. 영역을 기능적으로 구분해 낮의 시장은 식사 존으로, 밤의 시장은 델리 존으로 설정했다. 전자는 소통과 만남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도록 사람의 움직임과 생기가 드러나는 방향성을 중심에 두었다. 후자는 가판대를 정교하게 비추는 조명 연출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우선으로 고려했다. 정진호 라보토리 총괄 디렉터는 “도시 속 다양한 식문화가 엮여 있는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시장에서 맛있는 먹거리와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발견할 때의 설렘처럼, 푸드 센터에서 각 브랜드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3 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5/5-832x1108.jpg)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4 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5/4-832x1109.jpg)
한편 커넥트현대 푸드 센터의 동선은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 독특하다. 사인을 따라 직관적으로 움직이고, 골목을 걷고, 예상치 못한 곳을 마주하게 된다. 눈앞의 장면이 계속 바뀌는 동안 방문객은 그 흐름에 몰입하게 된다. ‘가고 싶은 공간’이라는 문제에 ‘걷고 머물고 발견하는 리듬’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시간과 기억, 사람과 경험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소로서 백화점 푸드 센터의 대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Designer Interview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라보토리 5 20250501 163241 edited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01_163241-edited-1.jpeg)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F&B 공간처럼 감각적인 접근이 중심이 되는 공간에서는 조도, 향, 음향, 동선 등 비가시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이에 라보토리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본질적인 존재 방식을 공간 언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집중한다.
최근 주목하는 디자인 트렌드는?
기술이 모든 것을 빠르게 연결하는 시대인 요즘, 디자인은 속도보다 밀도, 정보보다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과잉된 시각적 자극으로 포화된 환경에서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은 더욱 분명하게 구별될 것이라 확신한다. 사용자와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는 공간일수록 더 오래 기억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는다는 것이 라보토리의 디자인 철학이자 관찰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