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롯데그룹

롯데는 올해 커뮤니케이션, 프로덕트, 패키지, 인테리어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수상 소식을 전했다. 빛나는 성과 이면에는 디자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시킨 롯데의 의지가 있다. 2021년 롯데지주 내 디자인전략센터 설립을 기점으로 그룹 전반에 디자인 중심 사고가 확산되었고, 2023년 이돈태 센터장 영입과 2024년 그룹 디자인전략회의 개최는 그 흐름을 가속화했다. ‘일상에서 일생으로의 공감(Empathy, from Day to Lifetime)’이라는 그룹의 디자인 철학은 변화의 상징이다. 제품, 공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넘나들며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시선이 롯데그룹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 롯데그룹

롯데백화점

Communication Winner – 타임빌라스, 레피세리

1979년에 창립한 롯데백화점은 유통 공간을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고객 경험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시킨다.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을 새롭게 설계하고자 공간 곳곳에 몰입감 있는 체험 요소로 구현했다. 지난해 브랜드 캠페인 ‘디어 시리즈’와 안내 키오스크 디자인으로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lotteshopping.com, timevillas.com @lotteshopping @timevillas.official

타임빌라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타임빌라스는 리테일의 본질적 정체성이 재구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처럼, 타임빌라스는 쇼핑 이상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Visual전략팀은 기존 롯데백화점의 헤리티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이에 블루를 키 컬러로 삼아 시간과 공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 언어로 변환했다. 디자인 시스템은 점에서 선과 면으로 확장되는 기하학적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빅 핸드’와 ‘빅 스페이스’라는 두 가지 주요 디자인 모티브를 개발해 시간성과 공간성을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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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빅 핸드와 2D·3D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 스페이스는 물리적·디지털 영역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만들어낸다.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시곗바늘처럼 회전하는 로고 모션을 개발해 타임빌라스에서 흐르는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공간 곳곳에 배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러한 분위기를 배가하는 또 다른 장치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랙티브 그래픽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다변화하는 리테일 환경에서 쇼핑 경험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디자인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 Visual전략팀, SPIN
프로젝트 디렉터 정의정
디자인 디렉터 백수빈
디자이너 이소라·류희정

레피세리

과거의 유산을 불러오는 일은 디자이너에게 늘 낯설고도 도전적인 과제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레피세리는 그런 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백화점 역사에서 가장 원형적 형태인 식료품 매장을 리뉴얼하며 롯데의 역사성과 전문성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융합했다. 브랜드 네임은 롯데의 ‘L’과 프랑스어 ‘épicerie(식료품점)’를 결합해 만들었다. 롯데 헤리티지의 핵심 요소인 아르 누보풍 곡선과 장식적 모티프를 재해석해 브랜드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오렌지, 스카이 블루, 라일락, 피스타치오 등 생동감 있는 컬러를 더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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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은 시각 언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매장 입구의 제철 농수산물 영상은 계절성과 신선도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상품 정보 시스템은 방문객에게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특히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돋보이는 지류 패키지 설계는 폐기 단계까지 고려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디자인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 Visual전략팀, CFC
프로젝트 디렉터 정의정
디자인 디렉터 백수빈
디자이너 이예지, 이지수, 최지윤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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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장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백화점이라는 특성상 제작물의 정도와 규모가 크다 보니 작은 선택 하나에도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타임빌라스는 디지털 기기를 적극 도입해 인쇄물의 교체 주기를 줄이고, 레피세리는 전량 지류 패키지를 목표로 폐기 편의성과 재활용 비율을 높였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ESG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롯데케미칼

Product Winner – 내추럴 웨이

1976년에 설립한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 기술 중심의 제품을 넘어 사용자 경험과 환경 대응을 고려한 소재 디자인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iF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총 26회 수상을 기록했다. lottech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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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CMF는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감각과 철학을 말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모빌리티의 인테리어 디자인 영역에서 친환경 소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 역시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내추럴 웨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발한 친환경 CMF 솔루션이다. 소비자들이 사용한 제품을 수거해 파쇄한 무도장 PC/ASA 소재에 재생 입자를 더해 도장 없이도 자연스러운 질감을 구현한다. 내구성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질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재생 입자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텍스처 변주는 외관 불량률을 감소시킨다. 기능과 감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복합적인 니즈를 소재 하나로 구현한 것이다.

디자인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디자인테크부문 선행디자인팀
디자인 디렉터 김재경, 서명옥
디자이너 민상우, 송은주, 경준혁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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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디자인테크부문장
프로젝트 진행 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친환경 소재는 개발 과정이 어렵지만, 그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다. 그래서 CMF 디자인을 통해 그 가치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완성된 차량에서 사용자가 그 차이를 알아보고 반응하는 순간,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롯데칠성음료

Packaging Winner – 새로 살구, 여울, 크러시

롯데칠성음료의 디자인은 롯데중앙연구소 디자인센터가 맡고 있다. 용기 설계부터 라벨, BI, 시뮬레이션 이미지까지 제품을 이루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총괄하며 브랜드를 구체화한다. 개발, 마케팅 등 여러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품별 특성과 시장의 요구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구현하고, 고유한 콘셉트와 스토리를 반영해 디자인의 전략적 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다. company.lottechilsung.co.kr @lottechilsung @saero9mi @krush_beer

새로 살구

과거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제로 음료 열풍으로 한층 치열해진 식음료 시장에서 무설탕 소주 브랜드 ‘새로’가 주목한 것은 한국 설화 속 구미호였다. 오래된 서사에서도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요즘 세대의 취향을 겨냥해 오늘날의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를 위해 음료 자체의 색감을 적극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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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탕이라는 제품 특성에 걸맞게 투명 유리병의 깨끗한 질감을 강조하고, 병 상단에 수직 물방울 패턴을 더해 손에 닿는 촉감과 빛에 반사되는 입체감을 더했다. 새로 살구 병의 재료로 유리를 선택한 것은 시각적으로 청량한 느낌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재사용과 재활용의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이다. 라벨에는 구미호와 살구 일러스트를 더했다. 먹선을 연상시키는 드로잉, 여백을 살린 구성, 산뜻한 살구색 포인트가 브랜드 특유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한편 라벨은 수용성 접착제로 부착해 세척 후 쉽게 제거되도록 했다.

디자인 롯데중앙연구소 디자인센터
디자인 디렉터 진은선, 인혜영
디자이너 신호진, 강예지, 김민슬

여울

미니멀리즘을 흔히 ‘비우는 미학’이라 여기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고민 아닐까? 전통 증류주 여울이 흥미로운 이유는 ‘남긴 것’을 통해 브랜드 특유의 감각적 경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입안에 흐르는 향긋한 여운’이라는 콘셉트는 제품명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일관되게 이어진다. 브랜드 네임에 반복되는 ‘ㅇ’과 부드러운 발음 구조가 만드는 리듬은 브랜드의 가치인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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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시각화한 BI는 ‘ㅇ’ 2개를 수직으로 나란히 배치해 물 위에 비친 달을 표현했다. 실버 프린팅은 빛과 물의 반짝임을 표현해 음료의 순수성과 투명함을 환기한다. 병 역시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하단부의 흐르는 듯한 물결 패턴은 여울의 움직임을 은유하며, 손에 쥐었을 때 미세한 촉각적 경험을 더한다. 여울은 브랜드가 최소한의 요소를 활용해 얼마나 풍부한 감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자인 롯데중앙연구소 디자인센터
디자인 디렉터 진은선, 인혜영
디자이너 강예지

크러시

‘신세대를 겨냥한다’는 말 뒤에는 늘 새로운 패키지 전략이 따라온다. ‘4세대 맥주’, ‘젊은 층 타깃’을 선언한 브랜드 크러시가 선택한 방식은 아예 병 자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는 것이었다. 일단 크러시는 이름부터 직관적이다.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 충돌하는 감각 등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이미지가 고스란히 패키지 디자인에 새겨졌다. 기존 맥주병에서는 보기 힘든 크리스털 커팅 룩과 숄더리스 디자인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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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표면을 섬세하게 깎아낸 조형은 빛을 쪼개고 손에 남다른 촉각적인 경험을 남긴다. 라벨 디자인은 빙산을 모티브로 한 그래픽, 시원한 블루 그러데이션, 대담한 로고타이프 등으로 맥주의 청량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렇듯 크러시는 맥주병 디자인이 곧 정체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에 쥐었을 때, 빛에 비췄을 때, 심지어 소셜 미디어 피드에 이미지로 기록될 때조차 병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클라이언트 롯데칠성음료
디자인 더워터멜론(차승우, 우승우)
디자인 디렉터 김범석, 권다영
디자이너 오지민, 박소영, 이현진


롯데마트

Interior Architecture Winner – 그랑그로서리

1998년에 설립한 식품 중심 유통 기업. 공간과 상품 전반에 걸쳐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체험형 매장 ‘제타플렉스’와 식품 특화 매장 ‘그랑그로서리’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PB 브랜드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 중이다. company.lottemart.com @lottemart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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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와 장보기 습관이 변화하고 미식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진 요즘, 마트 공간은 취향을 발견하는 플랫폼으로 변화 중이다. 이에 롯데마트가 그랑그로서리를 구현하면서 살핀 것은 옛 시장에서 사라진 경험이었다. 디자이너는 시장에서 사람과 음식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장면에 주목했고, 이를 되살리기 위해 매장 구조를 변화시켰다. 식품과 생활용품 비율을 9:1로 조정해 ‘음식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입구에는 낮은 매대에 신선한 식재료를 배치해 계절감을 표현했고, 11개의 밀 솔루션을 매장 곳곳에 배치해 고객을 유도했다. 시장의 활기는 시각적 장치로 북돋았다. 작은 로드 숍이 일렬로 늘어선 듯 원형의 돌출 사인과 플래그를 설치하고, 식재료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와 패턴으로 시장의 정서를 표현했다.

디자인 롯데마트 브랜드디자인부문, 라니앤컴퍼니
디자인 디렉터 서현선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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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선 롯데마트 브랜드디자인부문장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는?

장보기는 예전부터 복합적인 경험이었다. 음식을 사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일이 얽혀 있다. 그랑그로서리는 이 본질적 요소들을 재해석하는 시도이다.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것은 사람 사이의 정과 새로운 맛을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공간은 일상의 감각과 취향이 오가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디자인했다.


롯데GRS

Packaging Winner – 엔제리너스 베이커리, 쇼콜라팔레트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며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공간과 서비스, 경험 등을 설계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일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하고자 한다. lottegrs.com @lottegrs.designcenter

엔제리너스 베이커리

이번 프로젝트는 커피 브랜드 엔제리너스가 기존의 베이커리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롯데GRS는 ‘Always Around Us’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연속성을 확보하면서도 베이커리 제품군에 적합한 디자인 시스템으로 패키지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덴마크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아 밀렌코Maria Milenko와 협업했는데,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인물 표현과 따스한 느낌의 컬러 팔레트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매력적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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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베이커리 매장의 외관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긴 패키지는 고객에게 시각적 위트를 선사한다. 한편 일상을 바라보는 구체적이고 명료한 관점은 디테일에서 이어진다. 손쉬운 휴대를 위한 손잡이, 직관적인 개봉 구조, 시즌별 한정 패키지 등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고 즐기는 전 과정에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클라이언트 롯데GRS
디자인 롯데GRS 디자인센터 디자인팀
디자인 디렉터 양정종, 한송희
디자이너 정재윤, 최혜민, 이슬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아 밀렌코

쇼콜라팔레트

초콜릿 디저트 브랜드 쇼콜라팔레트가 패키지 디자인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경험의 지속성이었다. 이에 롯데GRS는 ‘어떻게 마법 같은 순간을 물리적 형태로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서가에서 책을 꺼내는 순간의 설렘, 팔레트에서 색을 고를 때의 기대감 등 작지만 강렬한 선택의 순간들을 디자인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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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봉봉 초콜릿 패키지를 책을 펴는 듯한 구조로 설계해 소비자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했고, 티그레 구움과자는 카카오 형태로 타공된 슬리브를 통해 패키지 내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살짝 드러내는 재미를 준다. 컬러 시스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초콜릿을 상징하는 깊은 다크 브라운을 바탕으로 오렌지, 옐로, 민트 그린, 블루 등 선명한 컬러를 대비시켰다. 이는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 언어로 작용한다.

클라이언트 롯데GRS
디자인 롯데GRS 디자인센터 디자인팀, 하와이안샐러드
디자인 디렉터 양정종, 한송희
디자이너 정재윤, 이주희, 이슬

Designer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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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종 롯데GRS 디자인센터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우리가 의도한 디자인 개념이 패키지로 완벽히 구현되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디자이너로서 가장 값진 보상이다. 엔제리너스 베이커리에서는 마리아 밀렌코의 핸드 드로잉, 쇼콜라팔레트에서는 양장본 같은 패키지 디자인이 그런 순간을 만들어줬다. 각 제품이 지향하는 감성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구축할 수 있어 뿌듯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3호(2025.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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