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로 여는 웃음의 마당, <뮤지엄테라피: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온양민속박물관 x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

온양민속박물관과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가 함께하는 <뮤지엄테라피: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2025년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공예 축제다. ‘마켓온양’, 체험형 워크숍, 기획 전시 ‘호위무산’을 중심 축으로, 공예를 매개로 한 전시·마켓·조형물 설치 등이 펼쳐지며, 이를 통해 일상과 지역, 자연이 서로 스며드는 경험을 만든다.

공예로 여는 웃음의 마당, <뮤지엄테라피: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열리는 온양민속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뮤지엄 테라피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2025 공예주간과 함께 열린 <Museum Therapy: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웃음을 통해 복을 나누는 전통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공예, 자연, 지역이 어우러지는 일상의 축제를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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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 외관 전경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소문만복래, 공예로 엮은 공동체의 미감

‘웃으면 만 가지 복이 찾아온다’는 뜻을 지닌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전통 격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축제다. 공예 워크숍과 마켓, 야외 전시, 체험형 콘텐츠가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와 온양민속박물관 곳곳에 배치되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큐레이션으로 작동한다. 그 안에서 시민과 관람객은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일상의 쉼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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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을 쫓는 장승목조각품을 만들 수 있는 ‘장승 목인형 워크숍’ 모습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참여’다. 정해진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관람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삶의 리듬을 되찾는 감각이 중심에 있다. 박물관 외부 정원을 탐방하며 자연물로 솔잎 빗자루를 만드는 ‘정원조각채집’, 헌 옷을 리사이클링하며 수선의 미학을 체험하는 ‘뜨개 수선 워크숍’, 체리나무로 찻잔 받침이나 커트러리를 직접 깎는 ‘우드카빙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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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한 수공예 체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예를 통한 ‘일상의 재구성’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재료의 재발견, 쓰임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창의성 그리고 감각적 치유를 동시에 제안하는 셈이다. 특히 자연, 의복, 목재처럼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소재들이 손을 움직이는 공예적 태도를 통해 연결되는데, 공예가 하나의 공동체 언어로 확장되어 기능한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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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체험 프로그램인 복복한 하루 중 ‘고드래 놀이’ 모습

한편, ‘복복한 하루’라는 제목의 상시 체험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자리를 짜는 고드래 놀이, 한지 풍경, 선비의 서산과 부채 만들기까지. 지역의 전통과 민속을 기반으로 하되, 그 접근 방식에 공예적 태도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공예와 로컬이 만나다, 마켓온양

오는 5월 24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인 ‘마켓온양’은 <소문만복래>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브랜드형 로컬 마켓이다. 지역의 공예 작가와 농가, 식음 브랜드 등 총 30여 팀이 참여해, 공예적 태도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나누는 교류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번 마켓은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재료의 윤리성과 생산자의 철학, 공예적 손작업과 브랜드 스토리가 교차하는 구조 안에서, 관람객은 ‘상품’이 아닌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

공예 영역에서는 다양한 소재 실험이 주목된다. 햄프크리트를 활용한 마그넷을 선보이는 송나래, 금속 오브제를 제작하는 마더스틸, 버려진 섬유를 새로운 조형으로 엮어내는 무지개샐러드, 양모 키링과 탈 마그넷을 만드는 라이크울양모공방 등은 재료의 재해석과 공예적 조형의 만남을 제안한다.

재생종이로 수첩과 기록물을 제작하는 맹글어작업실, 독립 도예 브랜드 보키포터리박영환 작가, 일상에 스며드는 금속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안성희 작가, 한옥과 일상을 오가는 도예 작가 김민주 등도 각각의 미감으로 부스를 채운다.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작가군도 주목할 만하다. 섬유 작업을 전개하는 미티테이즈, 금속책갈피와 구움과자를 함께 전개하는 오브, 제 x 꼬멍쓰멍, 나무를 깎아 주방도구를 제작하는 시도아카이브, 간결한 조각적 형태의 빗자루를 선보이는 트래목공방 등은 물성의 감각을 실용성과 조형성 사이에서 유연하게 조율한다.

식음과 농업 영역에서는 지역의 뿌리와 창작이 연결된다. 감자칩 브랜드 촌놈칩스, 천연발효 빵을 만드는 둥글동글베이커리, 유기농 토마토로 유명한 매봉 농장, 떡의 지역성을 계승하는 내포떡방앗간, 공주 밤을 재해석한 체스넛프렌즈,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선보이는 오와린농장과 테이블포포농장, 콩 모종을 전개하는 싱가농장×싱가 등은 지역 먹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또한 와인 브랜드 오아이스포어스, 젤라또 브랜드 젤라부, 수제맥주를 선보이는 순성양조장, 향과 차를 다루는 심지티룸앞터, 유제품 브랜드 버터팬트리까지, 이번 마켓온양에서는 공예적 감각과 미각이 교차하는 드문 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마켓이 하나의 콘셉트나 스타일로 통일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리듬과 색깔을 지닌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덕분에 관객은 다양한 브랜드를 둘러보며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위무사, 낯익음과 낯섦이 교차하다

한편,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니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있다. 넓은 마당 곳곳에 자리한 조형물들. 전통 복식을 갖춘 무사들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느 것도 위압적이지 않다. 표정은 익살맞고, 자세는 능청스럽다. 묵직한 상징을 비틀어낸 유머. 그것이 이번 야외 설치작 <호위무사>가 전하는 첫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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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상 작가는 금이 가고 파손된 동물상을 통해 세월의 흔적과 추억을 복원했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 안 수선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 프로그램 「뮤지엄 × 즐기다」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던 솟대, 장승, 석수, 동자석 등 존재들이 지닌 ‘수호자’의 이미지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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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작가는 다문화 가족 아이들과 함께 솟대를 ‘소통의 수호자’로 재해석했다.

일곱 명의 작가(팀)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지킨다’는 행위를 새롭게 구성한다. 고대 전설 속 해태를 모티프로 작업한 김유상 작가는 금이 가고 깨진 석수를 통해, 흠집조차 추억이 되는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종국 작가는 솟대를 다문화 가족의 언어와 새소리로 풀어내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울타리를 이루는 ‘소통의 수호자’를 제안한다. 라지미디엄스몰 팀은 야외정원 곳곳에 숨겨진 조형물을 통해, 일상 속 작은 발견들이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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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기 작가는 귀여운 동자석 조형물을 통해 관람객에게 꿈과 희망, 따뜻한 시선을 건네는 ‘사랑의 수호자’를 구현했고, 최성일 작가는 장승 특유의 해학적인 표정과 위엄 있는 자세를 빌려 전통 마을의 평안을 오늘날의 박물관으로 옮겨온다. 마지막으로 최정화 작가는 잊혀가는 감정과 감각들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조형물을 통해, 무형의 시간을 다정하게 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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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작가는 ‘시간의 수호자’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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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기 작가는 동자석을 사랑과 희망을 지키는 ‘사랑의 수호자’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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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위용을 재현해 장승을 ‘평안의 수호자’로 표현한 최성일 작가의 작품

조형물들은 전시장 외부 곳곳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거나, 고개를 갸웃하며 조형물과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벤치처럼 기대어 앉고, 누군가는 손을 흔드는 무사에게 반응하듯 포즈를 취한다. 전시물 앞에서 발생하는 이 소소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이 조형물들이 ‘지키는 존재’로서 아닌, ‘함께하는 존재’로 재해석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호위무사>는 전시라기보다, 마당을 지키는 조형적 친구들에 가깝다. 이 유쾌한 수호자들은 전통이라는 개념을 가볍게, 그러나 성의 있게 풀어내며,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데 조용히 기여한다.

오는 5월 25일까지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와 아산공예창작센터 앞마당에서 진행 중인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는 5월 공예주간을 맞아, 웃음을 매개로 사람과 공간, 공예를 다시 연결하는 축제다. 작은 손작업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마당의 조형물, 마켓의 대화, 워크숍의 체험으로 퍼져나가며 일상의 감각을 환기한다. 전통을 유쾌하게 풀고, 공예의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행사가 궁금하다면 충남 아산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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