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얼굴, 쫑긋 솟은 귀, 까맣고 큰 코. 사람과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인 강아지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흰디가 탄생한 건 2019년이다. 현대백화점이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독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과 손잡고 개발했다. 흰디라는 이름은 현대백화점의 영문 이니셜인 H와 D를 활용해 지었다. 귀여운 외모와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성격은 MZ세대부터 가족 단위, 중장년 고객까지 아우르는 현대백화점의 폭넓은 소비자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콘셉트를 고심한 결과다.

흰디가 추구하는 세계는 단순하다. 머무는 곳마다 즐거움을 발견해 행복을 전파하는 것. 2019년 봄 시즌부터 현대백화점 연간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흰디는 입체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기존 일러스트를 확장해 머그컵, 동전 지갑, 그립톡 등 흰디의 형태적 특징을 제품 구조에 위트 있게 녹인 굿즈를 출시하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인스타툰이나 그림책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에피소드로 스토리텔링을 강화해나갔다.

2022년 4월에는 흰디의 세계관 확장을 위해 세 가지 캐릭터를 추가로 개발했다. 씨앗을 상징하는 젤리 모양의 캐릭터 젤봉, 젤뽀, 젤핑이 그 주인공. 젤리씨앗단과 함께 행복을 모으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다각화했다.

흰디가 캐릭터로 독자성을 얻게 된 데는 오프라인 콘텐츠의 힘이 컸다. 2023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테마 행사 ‘흰디 비긴즈’는 굿즈 개발을 넘어 팝업 스토어까지 마련해 공간 경험, 영상, 스토리, MD를 통합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고유한 세계관을 확장하고 일상 속 접점을 늘린 이 행사를 계기로 흰디의 소셜 언급량이 급증해 비즈니스 범위를 넓히는 바탕이 됐다.

이후 흰디는 백화점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와 협업한 광화문광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15m 높이의 대형 흰디 조형물을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놀이터 콘셉트의 ‘흰디랜드’를 조성한 것. 시민과 관광객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안한 이 프로젝트는 캐릭터를 공공 디자인으로 확장한 사례다.

문화예술에 방점을 둔 현대백화점의 비전에 따라 흰디는 〈웁 서울 2023〉 등의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구독제 키즈 전용 콘텐츠 플랫폼 ‘메가진’에 흰디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3종을 출시해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 한편 더현대 서울 5층에 자리한 더현대 프레젠트에서 다양한 흰디 굿즈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