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꿈꾸는 아트부산, 2024 프리뷰
올해 아트부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오는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4'가 열린다. 경기 침체 여파로 미술 시장 위기설이 불거진 가운데 이를 극복할 아트부산의 브랜드 및 행사 전략을 살펴본다.
키아프 서울, 프리즈 서울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부산(ARTBUSAN)’이 오는 5월 9일(목)부터 12일(일)까지 벡스코 1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이번 아트부산에는 20개국 127개의 갤러리가 참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조정기를 맞이한 미술 시장을 성장세에 오른 아트부산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4 기자간담회에서 살펴본 행사 포인트를 요약해 소개한다.
새로운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인카운터
아트부산은 올해 행사를 앞두고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브랜드 이미지를 소개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인카운터(Creative Encounter)’. 아트부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글로벌 및 아시아 주체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창조적 휴양의 장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경기는 페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아트부산만의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이를 개발해 선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이는 올해도 변함이 없다.”라고 밝히며 메인(MAIN), 퓨처(FUTURE) 등 강화된 갤러리 섹션 부스 소개와 함께 주요 갤러리 소개를 이어갔다.
아트부산의 대표적인 갤러리 부스 섹션인 ‘메인(MAIN)’은 개관 3년 이상, 연간 6회 이상의 기회전시 이력을 보유한 갤러리 중에서 118개의 갤러리를 엄선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등 국내를 대표하는 작가와 더불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 등 총 23인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PKM 갤러리는 오는 4월 20일부터 열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선정 작가인 구정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학고재 갤러리도 메인 섹션에서 주목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배, 전광영, 강요배, 송현식, 장승택 등 국내의 중견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소개할 예정이다.
갤러리 현대는 가장 큰 부스로 아트부산 2024에 참가한다. 토마스 사라세노와(Tomas Saraceno) 로버트 인디에나(Robert Indiana)의 작품을 출품했고, 가나아트는 실을 엮은 대형 설치 작업으로 알려진 일본의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 작가의 단독 부스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홍콩과 상하이의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펄렘 갤러리도 지난 2019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아트부산을 찾았다. 이외에도 아트부산과의 연이 깊은 페레스 프로젝트와 뛰어난 기획 전시를 선보여 온 아뜰리에 아키, 유스토/지너, 드로잉룸, 초이앤초이 갤러리, 에프레미디스 등 이머징 갤러리도 메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설립 1년 이상 3년 미만의 갤러리가 중심이 되는 ‘퓨처(Future)’ 섹션에는 총 9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프람프트 프로젝트, 페이지룸 8, 갤러리 언플러그드, 푸시투엔터, 로이갤러리 별관, 스페이스 카다로그, 학고재, 비스킷 갤러리 중 학고재를 제외하고 모두 아트부산에는 처음 참여한다. 이처럼 아트부산은 참신하고 신선한 작품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갤러리들을 선정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부각시키고자 하는 프로그램 취지를 강조했다.
특별전 커넥트, 메시지를 전하다
아트부산 2024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전시가 있다. 바로 특별전시 ‘커넥트(Connect)’다. 아트페어가 지닌 한계를 벗어나 전시의 다양성을 전달하는 아트부산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외부 디렉터가 선임해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했다.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주연화 교수가 디렉터로 참여해 ‘아시아 아트신의 연대’와 ‘현시대 여성 아티스트’라는 공통 주제 아래 전시를 기획해 선보인다. <Herstory 허스토리>는 아시아 현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를 조명한다. 야요이 쿠사마, 정강자, 박래현, 샤오루 그리고 신디 셔먼 등 서구 대표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반면 <FOCUS ASIA: CHINA>는 아시아 아트신의 흐름을 주목한다. 주진스(Zhu Jinshi), 얀 레이(Yan Lei), 마 슈칭(Ma Shuqing), 탄 핑(Tan Ping) 등 주목할 동시대 아시아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예술가, 지역, 갤러리 3개의 카테고리와 총 8개의 섹터로 구성한 전시는 예술에 얽힌 모든 이해관계자와 애호가들을 연결하고자 하는 아트부산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두고 정석호 이사는 “과거에는 개별 작가에 의존하며 좋은 전시를 꾸려 왔지만 공통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었다. 올해 커넥트 전시는 아트부산이 글로벌 아트신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화했다.”라고 말하며 커넥트 전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컬라이징을 강조한 부산 아트위크
올해 아트부산에서 가장 기대되는 파트를 꼽자면 아이러니하게도 본진 페어장 보다는 부산 전역을 무대로 한 프로그램 ‘부산 아트위크’가 아닐까. 부산 아트 위크는 예술, 문화, 미식, 휴식 4가지 테마 아래 지역 갤러리부터 최고급 리조트, 40년 전통 노포와 로컬 미식 공간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서정아트, 미들맨 갤러리 등 지역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은 5월 둘째 주 기간에 맞춰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서울과 함께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쉐린 가이드 도시가 된 부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의령식당, 르도헤 등에서 다채로운 로컬 미식 경험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서 오감으로 부산과 부산의 아트 신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러한 경험을 수월하게 도와줄 미니 가이드북 또한 벡스코와 아트위크 참여 갤러리, 기관 등에서 무료 배포 예정이니 놓치지 말자.
디지털 프렌들리 아트페어가 되다
아트부산은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한 신규 앱 서비스 ‘아트라운드(ART ROUND)’도 선보인다. 2023년 아트부산에 적용한 ‘챗도슨튼’, 2023년 아트서울의 자매 페어인 디파인 서울에서 소개한 ‘아트렌즈’에서 쌓아 온 경험을 집약했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갤러리와 컬렉터가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출품작 정보부터 작품 구매 문의까지 앱 안에서 모두 실행이 가능하다. 특히 부스 구성, 작품 운송 등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오프라인 페어에 참여할 수 없던 해외 및 신진 갤러리를 국내 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교두보 역할까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아트부산은 나아가 이들을 육성하는 ‘갤러리 인큐베이팅 채널’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특히 MZ 세대 컬렉터의 증가와 이들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신세대 컬렉터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프렌들리 방향성은 필연적인 행보이다. 정석호 이사는 해외발 글로벌 아트페어가 국내로 진출했듯 아트부산도 내년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