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을 입은 디자인,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의 세계

컬러를 무한의 언어로 승화시킨 색채실험가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디자이너이자 컬러리스트로 활동하는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Tekla Evelina Severin)은 색으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익숙한 일상에 낯선 감각을 불어넣는다. 최근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선보인 요한슨의 전시부터 래디치의 바닥재 디자인까지, 그녀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색의 세계는 더욱 대담하고 실험적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색의 힘과,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공간 연출의 비밀은 무엇일까?

초현실을 입은 디자인,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의 세계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Tekla Evelina Severin)은 컬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디자이너이자 컬러리스트다. 색채가 자아내는 감정적 정서를 활용해 ‘일상 속 초현실’을 창조하고, 익숙한 현실을 찰나의 환상처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매혹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테클라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설치 미술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다채로운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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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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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최근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선보인 스웨덴 가구 브랜드 요한슨(Johanson)의 전시 공간부터 1960~70년대의 강렬한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바닥재 브랜드 래디치(Radici)의 컬렉션까지,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 특유의 실험적이고 대담한 색채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났다. 2차원의 평면성과 3차원의 공간감, 장난기 어린 미니멀리즘과 대담한 팔레트가 교차하는 그녀의 세계를 인터뷰를 통해 조명해 본다.


Interview with 테클라 에벨리나 세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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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a Teresa Furnari

인테리어 건축에서 컬러리스트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스톡홀름의 콘스트팍(Konstfack) 예술대학교에서 인테리어 건축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후, 스톡홀름에 위치한 건축사무소에서 인턴을 거쳐 건축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디자인의 현실을 체득해 나갔지만, 점점 창의성이 결여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죠. 특히 당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만연하던 하얀색, 베이지, 그레이 중심의 색채가 너무 단조롭고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영감을 얻고 싶었던 저는 사무실 지하의 재료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색과 질감을 조합해 무드보드와 정물 사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그 작업이 점차 저만의 언어로 자리 잡으며 세계의 다양한 창작자들과 자연스레 연결되었죠. 그렇게 조금씩 방향을 전환하다 2015년, 컬러를 중심으로 한 다분야적 스튜디오 테클란(Teklan)을 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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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rik Bengt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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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rik Bengtsson

본인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 테클란를 열고 어떤 작업을 전개했는지 소개해주신다면요?

초창기 몇 년은 주로 사진 작업에 집중했어요. 기능이나 구조보다는 강렬한 비주얼, 시선의 각도, 그림자, 색의 조합 등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들에 좀 더 몰두했죠. 그 시절의 작업은 하나의 기하학적 형태와 색으로 구성된 미니멀하고 그래픽적인 이미지가 많았어요. 돌이켜 보니 그때 그 과정이 제가 조형 언어와 색채 언어를 구축해 가는 시간이었다고 느껴요. 사진가로서 활동하며 제 정체성과 컬러리스트로서의 목소리를 찾아갔고요.

점차 카메라는 더 큰 공간으로 향했고, 전 세계를 다니며 건축 사진 작업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직접 디자인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죠. 그 첫 번째 실현이 바로 몬타나 가구(Montana Furniture)와의 컬러 협업인 테클란 프리 셸프(Teklan Free Shelf)였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작업에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사진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컬러리스트 등 다양한 창작 분야를 넘나들고 계신데요. 각 역할에서의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다르고, 또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사진 작업보다는 디자인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트 디렉터이자 세트 디자이너로서 하나의 장면, 이미지, 카메라 포맷까지 모든 요소를 아주 세심하게 계획하고 있고, 프로젝트에 따라 훌륭한 사진가나 조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처음에 사진가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독창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언어를 만들 수는 없었을 거예요.

반대로 건축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미지 감각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고요. 예를 들어, 정면 구도나 입면도의 구성, 공간의 스케일을 드러내기 위해 제 자신을 장면 안에 배치하는 방식은 모두 건축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제 작업은 이미지든 공간이든 늘 ‘또 다른 시각, 또 다른 현실’을 제시하려는 데 중심을 두고 있어요.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법 같은 시각적 경험을 만드는 것, 그게 제가 지향하는 지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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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a Teresa Fur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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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a Teresa Furnari

예를 들어, 래디치의 뉴스텔지어(Newstalgia) 카펫 컬렉션에 등장하는 평면 패턴은 3차원적인 착시를 유도하고, 요한슨의 전시 공간에서는 평면의 검정 라인을 실제 공간에 배치해 만화 속 장면처럼 보이도록 연출했어요. 그런 시각적 교차가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지점입니다.

래디치와 함께한 카펫 컬렉션에서는 ‘일상 속 초현실(Everyday Surrealism)’이라는 인상적인 개념을 제시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일상 속 초현실’은 제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제입니다. 현실을 살짝 비틀거나, 찰나의 환상처럼 보이는 시각적 반짝임을 만들어내고 싶었는데요. 뉴스탤지어 컬렉션에서는 평면적인 패턴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설계했고, 촬영도 건축적 요소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공간에서 진행했어요. 거울의 반사,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앙필라드(enfilade)’ 구도, 해체적인 스타일링 같은 요소들을 활용해 비현실 같은 현실을 연출하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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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ppe Brancato

작업 과정에서는 각 패턴이 개별적으로도 흥미로워야 했고, 동시에 전체 컬렉션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흐름도 중요했어요. 또 하나의 도전은 사용 가능한 색상이 16가지로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이에요. 저는 8개의 패턴을 디자인하고 각각에 두 가지 컬러 버전을 만들었는데, 그 제한된 조합 안에서 최대한 다채로운 시도를 해냈다는 점이 지금도 꽤 자랑스러워요.

뉴스탤지어 컬렉션은 1960~70년대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이기도 했어요. 특정 시대에서 영감을 받을 때, 주로 어떤 요소에 주목하시나요?

저는 무엇보다도 ‘분위기’를 봐요. 그 시대의 공기, 정서, 무드에서 출발하죠. 뉴스탤지어를 구상할 때는 특히 60~70년대 호텔 인테리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올리브 그린 같은 대표 색상이나, 특유의 색 조합과 그래픽적인 디테일들이 저에게 강하게 다가왔죠. 결국 제가 집중하는 건 시각적 양식 그 자체보다는, 그 시대가 품고 있던 감정과 분위기를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지에 있어요.

최근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데코 전시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와 공간에 담은 의도를 설명해 주세요.

요한슨의 데코 부스는 원래 올해 2월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Stockholm Design Week)에서 선보였던 구조를 재해석한 버전이에요. 당시에는 360도 체험형 구조였다면, 밀라노에서는 하나의 입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폐쇄형 공간으로 변화했죠. 이름 그대로 ‘데코’는 아르데코 양식에 대한 오마주였고, 알렉산데르 레르비크(Alexander Lervik)가 디자인한 요한슨의 신제품 가르보(Garbo) 이지체어와 그레이스(Grace) 처럼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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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부스의 기둥은 데시벨Decibel의 흡음 패널을 활용해 장식성과 기능을 동시에 담아냈고, 바닥 패턴부터 체스보드 디테일, 의자 원단까지 공간 전체를 패턴의 조화로 채웠어요. 특히 블랙 라인이 전체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며, 무대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었죠. 페리 & 블랑셰(Färg & Blanche)의 ‘스케치 소파’도 공간 안에서 강렬한 포인트 역할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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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팔레트는 이국적인 그린, 발광하는 옐로와 피치, 블랙, 크림 화이트가 어우러져 아르데코 시대의 향수를 현대적으로 풀어냈어요. 공간의 중심에는 바(Bar)를 두었는데, 이는 아르데코의 축제성과 요한슨의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죠.

특히 브랜드의 창립자 뷔리에 요한슨(Börje Johanson)이 1970년대 초에 디자인한 클래식 바 체어가 자연스럽게 놓였고, 바 타일에는 제 컬렉션 페리블로크(Färgblock)의 베이지와 블랙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용했어요. 당구대 그린 컬러의 바 상판과 커크비 디자인(Kirkby Design)의 비건 레더 의자까지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섞인 공간이 완성됐습니다.

타일 컬렉션 ‘페리블로크’는 집 안 곳곳을 장난스럽게 채우는 ‘컬러 스파이’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공간에서는 이 컬렉션이 어떻게 활용되길 기대하시나요?

페리블로크는 말 그대로 ‘컬러 블록’을 뜻하는데요, 이 컬렉션의 가장 큰 매력은 유연함에 있어요. 차분한 단색으로 구성할 수도 있고, 생생한 컬러 조합으로 강렬하게 연출할 수도 있죠. 반복적인 패턴도, 자유로운 믹스도 모두 가능해요. 톤온톤으로 겹쳐 써도 좋고, 대조적인 색을 조합해도 그 나름의 에너지가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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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저는 이 타일이 실제 공간에서도 그런 자유로운 가능성을 그대로 이어가길 바라요. 전 세계 디자이너와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조합해 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 다양성이야말로 이 컬렉션이 지닌 진짜 힘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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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이 타일 컬렉션을 도시 공간으로 확장한다면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고 싶으신가요?

제 오랜 꿈 중 하나는 이 타일로 지하철역을 디자인하는 거예요. 물론 수영장이 있는 주거 공간도 아주 멋질 거로 생각하고요. 공간의 성격에 따라 타일의 배치와 패턴이 달라지겠지만, 컬러와 패턴이 폭발하듯 펼쳐지는 진정한 ‘보난자(bonanza)’ 같은 장면을 상상하고 있어요. 그런 생동감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작업의 중심에는 늘 컬러가 자리하지요. 예측하기 어려운 색 조합을 선택할 때, 개인적인 기준이나 철학이 있으신가요? 색상을 선정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컬러는 절대적인 언어가 아니라, 언제나 ‘상대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요.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가능한 한 풀어보자면 저는 늘 어떤 공간이나 프로젝트의 ‘전제’에서 출발해요. 클라이언트의 방향이 먼저일 때도 있고, 제 상상에서 시작되기도 하죠. 그리고 그 전제를 바탕으로,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지 떠올려요. 그 감각을 색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조합을 시작하죠.

이후 과정은 굉장히 손으로 하는 일에 가까워요. 색을 더하고, 빼고, 다시 조합하며 반복하는 과정이에요. 명확한 룰은 없지만, 하나의 신념은 있어요. 사랑스럽고 가벼운 색과, 깊고 무게감 있는 색이 만날 때 독특한 에너지가 생긴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부드러운 파스텔에 짙은 흙빛을 더하면 예상치 못한 긴장감과 조화가 만들어지고, 색 안에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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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전시나 인테리어 외에도 다양한 가구 및 오브제 브랜드와도 활발한 협업을 보여주셨죠.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주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몬타나(Montana), 무토(Muuto), 헤이맷(Heymat) 등과 함께해 왔어요. 최근 이케아와의 첫 프로젝트였던 바페뷔(VAPPEBY) 프로젝트가 매우 즐거웠어요. 방수 블루투스 스피커에 크와 코발트 블루의 색 조합을 적용했죠. 본격적인 메인 컬렉션은 2026년 1월 론칭을 목표로 준비 중이에요.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아우르는 첫 작업이었기에 더욱 흥미로웠고, ‘테크 제품은 색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보려 한 시도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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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커크비 디자인(Kirkby Design)과 함께한 피크닉(PICNIC) 패브릭 컬렉션이에요. 업사이클 원단으로 만든 야외용(혹은 실내용) 패브릭으로, 햇살 가득한 피크닉의 무드를 담고 싶었죠. ‘스트로베리 필드(Strawberry Field)’, ‘레모네이드(Lemonade)’, ‘부라타(Burrata)’처럼 맛있는 이름들을 붙인 것도 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어요. 패브릭 디자인은 저에게도 처음이었고, 작은 스케일 안에서 색의 구조와 위계를 고민해 보는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더욱 뜻깊었어요.

당신의 작업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섬세함(Delicate)’과 ‘맛있음(Deliciousness)’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네요. 저는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공간과 팔레트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또렷하고 명료하면서도 유쾌한 장난기와 매력을 품은 작업이죠. 그 균형 속에서 저만의 조화와 본질이 완성된다고 느껴요. 그래서 이 두 단어가 제 작업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요.

ㅡ 브랜드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색’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컬러리스트이자 창작자로서의 저의 자유를 존중해 주는 것.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충족돼야 해요. 이 조건이 갖춰져야만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 구조의 복잡함이나 과도한 내부 통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협업의 시작 단계에서 이 두 가지가 가능한지 늘 주의 깊게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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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다면요?

에르메스와 꼭 한번 협업해 보고 싶어요. 예술적 비전과 장인정신이 함께 존재하는 브랜드는 정말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단기 전시나 인스톨레이션을 넘어, ‘시간을 견디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갤러리나 호텔, 레스토랑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이 머물고 기억하는 공간이요. 그런 프로젝트는 언제든지 도전해 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색채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이나 경험을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단순하게 말하자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안하고 싶어요. 색다른 관점과 현실을 제시하는 것이죠. 제 작업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사용자가 어떤 감정이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나아가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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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실험 중인 것이 있다면요?

늘 새로운 색 조합을 실험하고 있어요. 새로운 감정, 새로운 시선이 담긴 색을 찾고자 하죠. 철칙은 ‘어떤 색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결국 모든 색은 맥락 속에서 달라지니까요. 요즘은 좀 더 깊고 진중한 컬러 조합에 관심이 많아요. 브라운 계열의 흐름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고요. 과감하고 생생한 색들 사이에 이런 차분한 컬러를 배치했을 때 생기는 균형이 흥미롭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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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kla Evelina Severin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한 일상 속 습관이나 취미가 있나요?

매일 실천하는 루틴 중 하나는 긴 산책이에요. 숲 근처에 살고 있어서 점심시간쯤 항상 그곳을 걷다 보면, 자연처럼 색을 잘 다루는 존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번 새롭게 감탄하고, 많은 영감을 받죠. 느린 걸음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저에게 음식은 큰 창작의 원천이에요. 예전에 셰프로 일하면서 직접 카페도 운영했었는데, 지금도 요리는 치유의 행위이자 창의의 매개예요. 실용성과 예술, 역사, 문화가 모두 얽혀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맛, 색, 질감이 조화를 이루지만 그것이 순간적이라서 더 매혹적이죠.

마지막으로, 향후 공개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올해 6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디자인 축제 ‘3 Days of Design‘에서 네덜란드 침대 브랜드 오핑(Auping)과의 새로운 컬러 협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주 몽환적이고 유쾌한 프로젝트가 될 거예요. 또한, 엘모 레더(Elmo Leather)와는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새로운 컬러 컬렉션도 곧 론칭해요. 테클란 고유의 20가지 색상을 담아 다채롭고 신나는 조합을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저에게도 큰 기대가 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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