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한센의 150년 디자인 헤리티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루이스 회스트보
프리츠한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루이스 회스트보 인터뷰
자연을 닮은 우아한 디자인과 정교한 제작 방식으로 잘 알려진 프리츠한센. 1872년 캐비넷 메이커 프리츠 한센의 작은 가구 공방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었던 배경과 디자인스토리, 나아가 덴마크 가구 산업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프리츠한센의 지난 150년은 도전적인 협업과 혁신으로 채워졌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단순함, 자연과의 친밀감, 그리고 손으로 재료를 다루며 모자람 없이 디자인을 구현하는 장인 정신은 프리츠한센의 근간을 이룬다. 디자이너와 제작자, 건축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을 중요시하는 존중의 문화가 있었기에 지금의 프리츠한센이 존재할 수 있었다. 견고한 헤리티지와 리테일, 컨템포러리를 동시에 다루고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분명한 강점이다. 프리츠한센에게 나무는 브랜드의 뿌리 그 자체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 지속 가능한 소재에 답이 있다고 믿는 이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신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리츠한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루이스 회스트보를 만나 이들의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디자인을 물었다.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의 가구 문화까지.
Interview
마리 루이스 회스트보(Marie-Louise Høstb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협업과 혁신으로 채워진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리츠한센은 캐비닛 만드는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현재는 절대적인 영향력과 위치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프리츠한센의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나요?
저희 집 거실에는 1930년대 프리츠한센에서 만든 의자가 있어요. 약 10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처럼 오늘날 만드는 작품이 90년 후에도 사람들의 집과 업무 공간에서 쓰임을 하고 있기를 바라며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구성이 있고 유지 관리가 가능한 디자인을 접목해야 하며 전통적인 집과 현대적인 집, 새 건물과 오래된 건물의 오피스 공간 그 어디에서든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베네치아 궁전과 현대식 아파트에서 폴 케홀름의 가구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다양한 환경에서 디자인은 가구와 건축 요소로 기능을 하며 영감을 주는 인테리어를 만들어냅니다. 미래를 바라보고 대비할 때 지금 현재와의 맥락을 유지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죠.
2년 전 프리츠한센 150주년을 맞이해 일부 국가에서는 <SHAPING THE EXTRAORDINARY>이라는 이름의 기념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도 문화역서울284에서 큰 규모로 전시를 열었었죠.
프리츠한센은 15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소재·기능·내구성을 위해 헌신하였고 서울에서 열린 전시는 이를 기념할 수 있는 기쁜 자리였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시각으로 프리츠한센의 역사와 오늘날의 연결성을 보여주었고, 함께 진행된 ‘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인이 디자인과 공예에 대한 접근하는 방식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프리츠한센이 기획한 거대한 스토리텔링 속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고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자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프리츠한센이 지난 약 150년간 추구한 궁극적 디자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1905년 코펜하겐 시청을 건축한 덴마크 건축가 마틴 니롭(Martin Nyrop)과 시청에 들어갈 가구 작업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프리츠한센은 디자인 제작에 있어 저희와 유사한 디자인 접근 방식을 가진 디자이너 및 건축가들과 공동 창작을 해왔어요.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목적이 있어야 하며, 내구성과 기능, 미적 감각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긴 시간 디자이너와 세심하게 대화를 나누는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지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프리츠한센은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세실리아 만즈(Cecillie Manz), 한스 J 웨그너(Hans J.Wegner), 피에로 리쏘니(Piero Lissoni), 하이메 아욘(Jaime Hayon) 폴 케홀름(Poul Kjarholm) 등 외부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선보여 왔습니다. 함께 제품을 만들어 갈 디자이너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나요?
프리츠한센은 건축과 디자인뿐 아니라 예술·사회·국제적으로 다방면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곤 하죠.
“프리츠한센은 아티스트와 함께 서로의 문화를 고려한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이메 아욘(Jaime Hayon), 건축가&디자이너
그저 ‘업무에 대한 지침을 받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죠.
단순히 생산자와 디자이너의 관계가 아니라 문화에 대한 것입니다.
진정한 디자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프리츠한센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많은 선구적인 가구 디자이너들과 함께
마이클 쉐리던(Michael Sheridan), 건축가&작가
새로운 디자인, 특별한 디자인을 탄생시켰습니다”
“프리츠한센은 저명한 디자이너 및 건축가들과 함께 디자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안나 루이스 소머(Anne-Louise Sommer), 덴마크 뮤지엄 관장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제작한 거죠”
프리츠한센 뿐 아니라 대다수 스칸디나비안 기반 브랜드가 외부 창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죠. 덴마크에서도 유독 이러한 협업이 잦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덴마크에 산업화가 늦게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1927년부터 1966년까지 캐비닛 제작 길드 협회(Cabinetmaker’s Guild Association)는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건축가와 캐비닛 제작자 간의 디자인·품질 경쟁을 부추기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협업을 이끌어냈어요. 전시 작품 중 일부는 실제 판매용 제품으로 제조되기도 했고요. 마침내 덴마크에 산업화가 이루어졌으나 기존의 제조업체와 창작자 간의 협업 방식은 산업 전반에서 지속되었고 이러한 작업 방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덴마크 가구 문화 가까이에
프리츠한센의 3대였던 크리스티앙 E. 한센(Chtistian Edvard Hansen)은 건축가이자 가구 제작자였습니다. 또한 아르네 야콥센 역시 건축가 출신으로 프리츠한센을 위한 의자를 디자인했고요. 건축가가 의자를 디자인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마침 디렉터님도 프리츠한센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디자인과 건축을 연결하는 일을 했고요. ‘건축’과 ‘의자’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1924년 덴마크 왕립 아카데미의 가구 학교가 개교했습니다. 가구 학교 설립자 카레 클린트(Kaare Klint)는 오늘날 현대 덴마크 디자인 전통의 창시자로 찬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는 쓰임과 역할이 명확하고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가구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가치관은 오늘날에도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정신입니다.
건축가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건물 설계하듯, 건축(인테리어)과 가구의 상호작용에 대한 총체적 접근 방식은 덴마크 건축 및 디자인 신에서 필수적이에요. 수많은 건축가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종합 디자인(Gesamtkunstwerk)’이라는 용어는 자주 사용되지 않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건축과 디자인을 연결하여 계속해서 창조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는 첫 월급을 받으면 ‘튼튼한 의자’를 구매하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어요. 덴마크 사람들에게 ‘튼튼한 의자’는 어떤 의미(상징)인가요?
덴마크 사람들에게 ‘튼튼한 의자’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의미해요. 예전에는 의자를 한 번에 하나씩 사서 저축하고 수년에 걸쳐 인테리어에 추가하는 것이 집을 꾸미는 일반적인 방법이었죠. 80대인 저희 이모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집에 놓일 가구를 구입했는데 과거에 지오 폰티(Giovanni Gio Ponti)* 캐비닛을 구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만날 때마다 하소연을 하곤 해요.(웃음) 이모는 신중하게 고른 가구와 함께 50년 넘게 살아오셨거든요. 이처럼 덴마크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교훈을 되새겨 작은 공간에서든 큰 공간에서든, 집에서든 일하는 공간에서든 내구성과 기능성을 갖춘 가구로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지오반니 지오 폰티 : 이탈리아의 20세기 최고 건축가이자 모던 디자이너. 60년에 걸친 그의 경력 동안, 폰티는 이탈리아와 전 세계에 100개 이상의 건물을 지었다. 건축물뿐 아니라 상당한 수의 장식 예술과 가구, 오브제를 디자인했다. 또한 1928년에는 잡지 『Domus(도무스)』를 창간했다.
가구를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이 동양과는 사뭇 달라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디렉터님의 첫 의자는 무엇이었나요?
제 첫 의자는 열여덟 살 때 부모님께서 선물받은 세븐 체어 3107 의자에요. 나중에 같은 의자로 두 번째 선물을 받았죠. 현재 하나는 제 방에, 하나는 딸아이 방에 두고 쓰고 있어요.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오랜 시간 제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제품 Superellipse™ 테이블을 구매했는데 기능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첫 테이블은 꼭 이걸로 구매해야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테이블을 구매하면서 함께 매치할 세븐 체어 3107 의자를 네 개 더 구입했고요. 이때가 아마 제가 덴마크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하던 때였을 거예요. 이 테이블은 한동안 저녁 식사를 하거나 손님을 초대할 때 식탁으로 쓰였다가, 때로는 업무용 책상으로도 쓰였고 이후에 생활비를 저축해 의자 두 개를 추가로 구매하면서 비로소 저의 오롯한 테이블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죠.
프리츠한센은 장인 정신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는 브랜드입니다. 무엇이 좋은 장인 정신을 만든다고 생각하나요?
인내심. 협력. 그리고 재료에 대한 세심한 관찰.
프리츠한센의 디자인 스토리
프리츠한센이 지향하는 ‘EXTRAORDINARY DESIGN’은 무엇인가요?
프리츠한센은 시대마다 평준화된 미학적 관점이 아닌, 시간과 트렌드를 초월하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통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왔어요. 장인들의 탁월한 기술과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품질이라는 가치를 통해 우리의 역사가 이어져 왔죠. 또 전 세계 건축가 및 가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매력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컬렉션을 확장하고 있고요. 프리츠한센은 심플하면서도 조각적이고, 오리지널리티와 새로움을 동시에 가진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디자인에 풍부한 상상이 깃들어 있고, 귀한 소재를 가치 있게 사용하고자 해요. ‘EXTRA ORDINARY DESIGN’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공간 그 자체를 아름답게 만들고, 분명한 정체성을 가져 공간을 은은하게 밝히는 고유한 세련된 미학입니다.
프리츠한센은 모든 제품을 최상의 제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자재, 인력 및 환경과 관련한 엄격한 검수·품질 기준이 있죠.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프리미엄 체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숙련된 직원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제품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고, 올바르게 작동하는지를 엄격하게 검수하는 과정이죠.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저희만의 시스템이에요. 모든 제품은 소재와 부품까지 모든 요소가 일련의 지침과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고요. 프리츠한센은 제품을 포장할 때 디자인, 생산 과정에서 프리미엄 체크를 거친 제품에 ‘품질 문서’를 동봉해요. 직원의 서명과 날짜가 기입되어 있는 품질 문서는 각 제품이 엄격한 프리미엄 체크를 통과했다는 걸 증명하고 프리츠한센이 품질을 보장하는 문서죠. 재료적으로는 저희 자체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품질을 검수하고, 좋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과 절차를 개발하거나, 더 명확한 인증을 위해 강도 높은 테스트를 시행하는 등 현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더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에요.
프리츠한센 크레이이티브 디렉터가 꼽는 프리츠한센 대표 제품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아르네 야콥센과 프리츠한센이 함께 제작한 앤트 체어(ANT™)가 아닐까 싶어요.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이는 베니어(Veneer) 체어* 시리즈로 이어졌으니까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지속적인 역사를 지닌 컬렉션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이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베니어 체어 : 9겹의 압축 몰드 베니어(나무를 얇게 잘라 여러 장을 겹쳐 붙인 나무 합판)로 이루어져 곡선형 단일 시트와 등받이로 구성돼 인체의 곡선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특별한 디자인. 세븐 체어, 그랑프리 체어, 릴리 체어가 여기에 속한다.
2년 전부터는 아르네 야콥센 체어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새로운 색상을 전개하는 것 또한 헤리티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지해야 할 일정한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제품의 컬러 웨이는 어떠한 기준으로 전개하는 편인가요?
기존에는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과 같은 여러 유명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과 컬러 콘셉트를 구축해왔어요. 2021년 디자인 큐레이터이자 갤러리스트인 카를라 소차니(Carla Sozzani)*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차세대 컬러 16가지를 만들어 냈고요. 기본에 충실한 아르네 야콥센의 체어에 감성적이고 독특한 컬러가 더해져 섬세함을 한층 더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세븐 체어, 앤트 체어, 그랑프리 체어에 먼저 적용하였고, 카를라 소차니 이후에도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 새로운 컬러와 소재를 시도했어요. 기존의 유산에서 새로운 창의성을 찾을 때는 우리의 유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카를라 소차니 : 이탈리아의 명망 있는 디자이너이자 갤러리스트, 편집자. 밀라노 10 꼬르꼬 소모 창시자이기도 하다.
“제 열정이 시작된 곳은 덴마크의 디자인이었어요.
카를라 소차니
색 그리고 빛과 함께 자라온 제 삶에 없어선 안 될 부분이죠.
조각 작품을 연상시키는 구조적인 형태와 컬러가 만나 자아내는 시너지는 환상적입니다.
풍부한 색조는 유기적인 형태와 잘 어울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조화롭게 어우러지죠”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더 수요가 많은 디자인이 있나요?
아시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컬렉션에 있었던 역사적인 작품들은 물론이고, 특히 하이메 아욘과 피에로 리쏘니가 디자인한 현대적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두 디자이너는 북유럽 디자인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영감을 주는 인테리어를 위한 멋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논의하고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평균적으로 얼마 정도의 작업 기간이 소요되나요?
디자이너에게 브리핑을 하고 스케치를 시작하면, 디자인 개발부터 제품 개발까지 엔지니어링 동료들이 판매용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는데, 프로젝트의 복잡성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3년 정도 소요됩니다.
프리츠한센은 쇼룸을 오픈할 때 본사에서 기본적인 공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죠. 전 세계 쇼룸 디자인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고자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프리츠한센이 새로운 쇼룸을 오픈할 때는 본사와 현지 팀 사이에 긴밀한 논의가 오고 가요. 한국 쇼룸의 경우 프리츠한센의 정체성과 덴마크 디자인의 전통을 매우 정교하고 현대적으로 구현해 두었고요. 주로 프리츠한센의 대표 컬렉션이 탄생한 시대의 미학을 참고하되 현대 미학을 가미하려 노력합니다.
지난해 덴마크 본사 공간을 리뉴얼하면서 디자인 홀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최근 한국에 새롭게 오픈한 제주 모노 스토어가 이곳 전시품 일부를 복각하기도 했죠. 코펜하겐에 위치한 본사 디자인 홀은 어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1600㎡ 규모에 달하는 본사는 원래 프리츠한센의 제조 시설이 위치했던 장소로 코펜하겐 북부 알러뢰드에 위치해있고, 본사 내부에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 온 프리츠한센 컬렉션과 브랜드의 혁신적인 가구 제작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디자인 홀’을 마련했습니다. 아카이브 디자인 백 가지를 비롯해 요른 웃손, 한스 J 웨그너, 베르너 팬톤 등이 탄생시킨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프리츠한센 아카이브 팀과 JAC스튜디오(JAC studio)의 공동 작업을 통해 ‘디자인 온 스테이지’라는 테마를 만들어 프리츠한센의 150년 역사를 중심으로 아카이브 전시를 구성했으며, 이 공간의 핵심은 공동 창작(협업)에 대한 접근 방식과 덴마크 디자인의 진화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참고했는지, 다양한 디자인 접근 방식, 세부사항 및 솔루션 등을 만날 수 있죠.
디렉터님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은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사무실 구조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정한 게 캐스퍼 살토(KASPER SALTO)의 Pluralis™였어요. Pluralis™ 테이블은 ‘다원’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의 어원처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절제된 디자인과 품격, 탁월한 품질로 업무 공간에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더해줘요. 제품의 다리가 마치 풍차의 날개와 레아포사저의 예술 작품과 닮아있어요. 그리고 테이블에 앉는 의자는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아르네 야콥센의 세븐 체어 Series 7™를, 여백의 공간에는 세실리아 만즈의 푸프와 폴 케폴름의 PK80™ 데이 베드를 두었어요.
디렉터님에게 이상적인 오피스는 어떤 모습인가요?
영감, 사람, 수집품, 책, 이미지, 샘플로 가득 찬 공간이요. 이상적인 오피스는 영감을 주는 새로운 아이템이 무한히 추가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간이어야 해요. 제 공간은 그러한 것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고요. 매력적인 공간과 환경은 대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죠.
업무를 보는 시간 외에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덴마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연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제가 나고 자란 북해 흐비데 산데요. 그곳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 있어요.
2024년 상반기 신제품
이틀 전, 하이메 아욘과 프리츠한센이 공동 제작한 신제품 ‘Plenum™ CABIN’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협업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업무 공간의 풍경은 많이 변해왔어요. 사람들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고요. 온라인 회의는 업무 루틴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고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아늑한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보냈고, 따라서 우리는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멋지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그렇게 하이메 아욘과의 공동 창작으로 ‘Plenum™ 캐빈’을 만들기로 결정했고요.
‘Plenum™ CABIN’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다용도 공간 조성 도구에요. 필요에 따라 스크린과 테이블로 구성할 수 있는 패널을 추가해 원격 회의를 더욱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만들 수 있죠. 열린 공간을 허브로 사용하고 여전히 주변 공간과 소통이 가능하고요. 동시에 세미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프로젝트에 집중하거나 동료들과 중요한 미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공간에 놓였을 때 이 캐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창의성과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제작했어요.
“Plenum 캐빈으로 친근한 대화와 편안한 모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공간 속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이메 아욘
캐빈은 단순한 캐빈이 아닌 작업 공간에서의 소통과 나눔, 그리고 가장 뛰어난 교감으로의 초대입니다.”
그 외에도 신제품 라인업 중 요른 웃손(Jørn Utzon)의 스툴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1950년대에 디자인되었던 프로토 타입을 2024년에 선보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이 스툴은 1950년대 중반 요른 웃손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프로토타입으로만 제작되었던 제품이에요.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프리츠한센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에 잘 스며드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죠. 이 스툴에는 유기적 형태를 향한 웃손의 애정과 그만의 독창성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영감까지 모두 담겨있어요. 웃손의 스툴을 통해 조형적 특성을 살리는 그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고, 어딘가 낙관적이며 조각적인 외관은 스툴이 놓인 공간의 인테리어와 조명을 보다 더욱 빛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빛에 따라 스툴의 그림자가 달라져 낮 시간에 스툴의 그림자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버섯 모양 돌출부는 그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면모가 녹아들어 있어 관찰하는 재미는 덤이죠.
2024년 3daysofdesign 역시 아웃도어 컬렉션이 주인공이 될 예정.
지난해 2023 3daysofdesign에서 프리츠한센의 전시는 큰 화제였습니다. 올해는 어떤 전시를 선보일 예정인지 살짝 공개해 줄 수 있나요?
올해는 프리츠한센의 아웃도어 컬렉션, 특히 포블 에스킬센(Povl B. Eskildsen) 모듈형 라운지 시스템 트래디션을 기념합니다. 야외에서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가을에 새롭게 출시될 흥미로운 제품들을 미리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