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방식, 메타포서울 X 모리함

기획 전시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

눈에 보이는 형체가 없다고 과연 남은 흔적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일까? 전시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은 감각의 저편에 머무는 기억,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이 예술로 지속되도록 기획되었다.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방식, 메타포서울 X 모리함

모리함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은 ‘감각으로 머무는 기억과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을 어떻게 예술로 소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라진 것들이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을 사유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성찰적 기능과 일상의 아름다움으로 연결해 온 문화예술 기획사 메타포서울과 한국 전통 표구의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을 실현하는 모리함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감각으로 전해지는 것들, 그리고 존재와 부재 사이에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서로 다른 물성의 두 가지 매체로 선보인다. 전시는 ‘기억’과 ‘부재’를 포인트 키워드로 두고 김제원 작가의 사진과 유태근 작가의 함(函)을 매개체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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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원 작가는 사진이라는 정지된 이미지 안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포착한다. 실체가 존재했던 것들의 잔상을 담아내며 지나간 장면들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사진의 본질적 역할에 집중했는데, 상업의 틀을 넘어 순수한 아름다움과 기억의 깊이를 사진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패션 사진에서 범위를 확장해 사유적인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는 김제원 작가는 사진을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이라 정의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장면을 기록한 것이 아닌, 감각에서 회상하게 하는 기억의 재호명에 가깝다. 관찰과 해석을 통해 대상을 포착하고 사진을 통해 직관적이면서 다층적인 미감을 구현한 작품들을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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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와 회화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이는 유태근 작가는 함(函)을 통해 감정과 의미가 머무는 공간을 제안한다. 혼례함, 예물함, 유골함 등… 삶의 큰 전환점이 있을 때마다 함은 보관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와 시간, 사라진 존재를 감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태근 작가 역시 함을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해석하여 또 다른 물성의 매개체로 표현했다.

두 작가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의 대한 질문을 던지고, 기억과 부재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더불어 기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감각을 통해 능동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재구성하는 데 예술이라는 매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결국 예술이 기억을 다루는 방식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지를 표출하는 하나의 모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또 어떻게 기억할 지 함께 사유하는 자리입니다.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메타포서울 김미연 전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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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원 작가
김제원 작가는 감성과 빛의 균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패션 사진가로 1999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해 왔다. 패션 매거진과 광고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사진과 디지털 아트, NFT 프로젝트까지 영역을 넓히며 독보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사치이고 결과에 솔직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작업 전반에 깊이 스며 있으며, 전통과 실험을 아우르며 새로운 사진 언어를 탐색 중인 작가다.

짧은 인연이든, 오래된 인연이든, 우리가 나눈 모든 순간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빛나는 흔적이 될 테니
스스로 거울을 바라보듯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김제원 작가의 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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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근 작가
유태근 작가는 도예와 회화 두 분야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현대 공예가이다. 대표 작품이자 10년에 걸친 깊은 연구 끝에 완성된 작품 ‘보듬이’는 굽 없는 찻그릇으로 전통을 해체하고 새롭게 균형을 찾는 그의 실험을 엿볼 수 있다. 분청, 금채, 옻칠 등 다양한 기법과 유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미국, 유럽, 터키, 독일 등에서 초대전을 가지는 등 국제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마지막 그리고 시작을 반복하며 순간순간 슬픔과 감동 그리움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은 다음 생애가 있다고 믿기에 위안을 받으며 더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태근 작가의 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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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인생의 사계절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그 기억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기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관람객은 향, 사진, 사물, 글귀 등을 통해 자신의 기억 한 조각을 만들고 기록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기억의 큐레이션’이라는 전시 주제를 일상 속 경험으로 확장하는 시도인 셈. 또한 김제원 작가와 사진 작업을 통해 가족과 나의 모습을 찾는 시간도 준비돼 있으며, 후각으로 기억을 되살려 나만의 향을 조향해 보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전시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은 인생의 사계 중 내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기억하고 싶은 시간은 어디인지, 그 기억의 매개를 찾아 떠나며 지나온 나를 깊이 관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

기간 2025.06.07 – 06.28
장소 모리함(서울 중구 소공로 36 2,3층)
시간 화-일요일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주최 메타포서울, 모리함
기획 김미연
참여 작가 김제원, 유태근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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